과테말라 내전 때 난민인 마야 소녀가 겪은 전쟁의 참상을 미국인 작가가 쓴 작품이다. 외국인이 다른 나라 이야기를 균형있는 시각으로 서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벤 마이켈슨은 객관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평이한 문체, 급박한 사건 전개(전쟁은 순식간에 평화로운 사람들을 먹구름처럼 어둠으로 덮어버린다.)로 책을 잡으면 단숨에 읽을 수 있으나 너무 참담하고 잔혹해서 책을 덮고난 다음 충격은 독자의 가슴에서 점점 자란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이 반군을 도와 준다는 핑계로 인디오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소름끼치는 상황을 나무 소녀 가브리엘라의 눈으로 고발하고 있다. 전쟁으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해 질 수 있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에게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준다는 것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전쟁 제공자 중의 하나인 미국은 정부군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정부군을 훈련시키는 또다른 가해자 이자, 멕시코로 피난온 난민들을 돌보는 시민단체가 있는 나라이며, 물질적인 풍요로움으로 난민들이 가서 살고 싶어하는 천국(?)으로 그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국에 대한 작가의 시각에 안도하며 책을 읽었지만 난민을 돌보기 이전에 전쟁을 부추기고 일으키는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지 않고 침묵하는 대다수 미국민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라크전이 발발할 무렵 프린스턴 대학교를 구경갔는데 교문 앞에서 반전시위하고 있는 몇몇 학생들을 보면서 웬지 구색을 맞추고 있는듯하여 씁씁한 느낌이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
가브리엘라는 불시에 참혹하게 덮친 살상 속에서 가족을 잃고, 여러번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 했지만 높은 나무에 잘 오를 수 있는 재주(?)와 용기, 지혜로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고 결국 난민 수용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15살 소녀가 견디고 이겨내기에는 엄청난 현실이지만 가브리엘라가 헤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었던 가족과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개연성으로 실제감이 있는 주인공 나무 소녀로 인해 이야기는 사실성을 갖추게 되고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2006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