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만이다. 음식 만들어서 손님을 치른 것이. 어느듯 젊은 사람들을 챙겨주는 나이든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음식 솜씨가 없어도 어슬프나마 연륜은 쌓이나보다. 나의 생활을 공개하고 음식이 있는 모임을 만드는 자리가 일을 생각이 꿈틀거리며 자라나게 하는 것 같다. 새싹을 튀우는 기분이다. 

법인 인허가와 등기에 대해 문의하러 H와 시청과 법원을 다녀왔다. 친절한 시청 공무원을 성의껏 답변을 해준다. 차갑고 무표정한 법원 공무원을 등기가 쉽지 않음을 얘기해 주는 것 같다. 아님 두군데 분위기가 일의 성격상 차이가 나는 걸까? 

 같이 일한지 3년 만에 처음으로 H와 찻집에서 얘기를 나눴다. 주로 일이야기다. 일을 참 잘하는 친군데 결혼 후의 거치에 대해 불한해 한다.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는 성격의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에서 배려해 주는 것도 아니다. 대안 경제를 표방하는 직장이지만 나머지는 다 보수적이다. 일중독에 시달리게 하면서도 여직원에게는 비젼과 배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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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회의 참석하고 점심 시간 짬을 내어 동의서를 받으로 갔다. 이전 준비로 바쁜 도서관에는 휴관 상태지만 활동가들이 모여서 하루 종일 더 바쁘게 일하고 있다. 책들은 신문지에 싸여 군데 군데 놓여있다. 10년 동안 정들었던 공간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떠나고 공간의 몸인 책도 곧 떠난다. 바닥과 벽과 서가와 테이블, 그리고 책마다 사연이 다 묻어 있는데 이제 시간 속으로 묻혀져 버릴 것이다. 얼마동안 기억 될까? 연두색과 보라색 벽 한귀퉁이의 빨간색문을 기억하며 도서관을 나섰다. 

점심 먹고 또 회의하고 저녁 때가 다되어 매장을 들렀다. 내일 집에 올 손님 맞이할 음식 재료도 사고 동의서와 서명을 받았다. 사장님의 환대, 가입하지 않고 이용하는 사람들, 묵인하는 매장,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과 이용객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이익, 나의 편의다. 이익이 많이 남으면 그뿐이고 조금이라도 값싸게 구입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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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지는 또하나의 총회,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벌써 지루하다. 새로 선출된 이사들은 그대로다. 뭐가 새롭다는 걸까? 선구자(?)들에게는 지독한 예우를 갖추어야만 하고,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는 것은 심하게 경계한다. 이사로 추천한 사람이 결국 감사가 되었다.  

회의 내내 문자가 온다. 답장 보내고 가방에 집어넣고 나서 잠깐 졸다가 듣다가 다시 꺼내면 서너개 문자가 와 있다. 온전히 한곳에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고민이 생겨서 혼자 있고 싶어 집에 오겠다는 아이와 거기서 해결하라고 서로 실랑이를 벌인다. 아이가 고집을 꺽는다. 학교에 있겠단다. "그래 곧 평화가 올거야"라는 문자로 종료했다. 근데 찜찜한 내 마음, 잠잘 때 까지 계속 걸린다. 

저녁 약속 장소로 가기 전에 쇼핑을 했다. 거기 가면 꼭 와인 시음을 한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사기도 하고. 시음잔으로 세잔을 마셨다. 달콤하고 연한 낮은 도수, 드라이하면서 깔끔한 독일 와인, 씨큼 씁씁한 싸구려 와인을 맛보고 과감하게 독일 와인 세병을 사버렸다. 근데 술이 좀 취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무사히 운전하고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와인 마시는 날은 조금 행복하다.  

감흥이 넘치고 모두가 즐거워 하는 자리다. 긴여정을 착실하게 애정을 가지고 이어나간 사람들이 대견스럽다. 그간에 조성된 막역한 관계가 놀랍다. 지난달 어느 마을 모임 하는 날, 만두 빚으면서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서 집 주인이 연이어 쪄주는 만두를 맛나게 주워 먹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날은 흐믓하게 젖어들어갔는데 웬지 멀리서 놀러온 친척처럼 온전히 섞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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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쳐다보면 오른 쪽 옆으로 바깥 풍경이 같이 보인다. 색이 드러나지 않는 나무들 사이  너머 도로에 차들이 바쁘게 휙 휙 지나가고 있다. 나무는 천천히 그리고 신기하고 아름답게 변신을 하겠지만 차와 도로는 늘 그대로다. 나무처럼 살기보다 자동차처럼 끝도 없이 달려가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욕심을 가득 싣고 간다. 욕심의 종류는 늘 다양하고 늘 버리지 못한다.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는 욕심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알려고 하는가?  

사람의 대한 욕심은 절제를 모른다. 너와 나 모두를 위해서 설득하고 유인한다. 절대 욕심이 아니다. 좋은 일을 위해서 할 수 없다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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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변주는(Theme and Variations)는 한 달(현재는 두 달)에 한 번씩 개최하는 인디고 서원의 고정 세미나의 이름이다. "대형 서점의 저자 사인회나 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작고 소박하지만 진실을 알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진지한 대화와 토론의 자리..” 2004년 10월부터 시작하여 현재 27회 까지 진행되었다.



1. 시작-자발적인 토론 모임인 ‘R통신’

2002년 11월 인디고 서원이 문을 열기 전부터 2003년 2월 까지 7회에 걸쳐 미, 사랑, 평등, 이기심과 이타심, 가르침, 진리, 공동체, 이론의 가치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 하였다.

“우리는 인간을 이야기했고, 시대를 논했으며, 또 우리 자신을 탐구했다.”




2. 준비-주제와 변주 위원회 구성

중3부터 대학생까지 부산과 서울에 살고 있는 인디고출신 청소년들(10명 정도)이 자발적으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통해’ 가장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저자들을 정함. 그리고 그들의 뜻을 진실하게 전하는 메일을 학생들이 보냈을 때 저자들은 초대에 흔쾌히 응했다고함.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청소년 인문 모임, 책(저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순수하며 진지한 삶에 대한 호기심 등이 유명한 저자들을 부산에 오게 만든 것 같다.




3. 진행 그리고

* 참여를 원하는 청소년과 일반인은 정해준 책들을 미리 읽고 인디고 서원의 초청장(질문및 좋았던 구절 적기)를 작성한 후에 참석할 수 있음.

* 청소년들이 사회를 보며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토론의 자리이며 저자에 따라서 좋아하는 시 음미하기, 음악 감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를 하였다.

* 행사를 진행 한 후 꼼꼼한 기록(녹취, 동영상, 사진)을 통해 <주제와 변주1, 2>책으로 펴냈다.

*철저한 준비로 빈틈이 없으며 풍부하고 다양하고 깊이 있는 독서로 단련되어 있어서 어른 못지않은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청소년 특유의 감수성과 예술성을 세미나에 담아내어 열띄고 흥미 진진 하면서도 잔잔한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깊이 있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저자들은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를 들려주었다. 주제와 변주는 이 땅에서 보기 드물게 아이들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자리이다. 나아가 ‘삶을 변혁(변주)’하는 자리이다.

* 의문-아람샘과 함께 준비된 우수한 아이들이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감출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을 잃은 공교육에 대한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능성을 보여준 진지하고 정성어린 시도라고 할까?  20070723

*뒤풀이- 와인바에 가는 대접을 받다. 깊이있는 클래식 이야기로 대화가 회전되지 않자 팝으로 주제를 옮겨보지만 흐르고 순환되지 않는다. 그래도 중가 와인(술값을 생각해서 저지르지못함)을 음미하며 뒤늦은 재즈 선율을 배경삼아 혼자 즐거운 기분이 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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