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첫휴가를 나왔다. 고등학교 때 부터 나던 여드름은 아직도 그대론데 어깨와 다리가 제법 단단하게 굵어졌다. 이제 사나이의 모습이 보인다. 4개월 남짓 몸과 마음이 참 많이 변했다. 조직의 거대한(?) 위력이 놀랍기만 하다. 

4박 5일 휴가 중 이틀만 집에서 보내고 친구들 만나러 서울로 가버렸다. 집에 있는 동안 감격스럽게 자유의 공기를 마신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아까워 하면서 컴퓨터 모니터에 앉아서 친구들과 메신저를 하면서 낄낄 대고, 오디오에서는 레드 제플린이 흘러 나온다. 아이의 푸르름과 생동감이 집안을 꽉 채운다. 부대에서 아껴가면서 봤다는 1Q24를 되가져왔고, 나는 아이를 위해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를 준비했다. 온전히 그 속에 있지 말고 조금이라도 여백의 시간을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스무살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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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가정학습 때  

일주일 집에 있는 동안 잘 챙겨 주라는 담임 선생님들의 부탁을 받고 

평소 보다 1시간 정도 일찍 퇴근해서 눈 도장 찍고 

아이와 맥주 한잔 마시면서 얘기 좀 나누고 

영화 한편 같이 보기는 했는데 

사랑니 뽑는 날은 병원에 데려다 주기만 하고 

내 볼일 보러 와버렸다. 

그러고 다시 학교로 간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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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목련이 누렇게 타지 않았고 벗꽃은 화사함을 뽐내기 시작했다. 

꽃샘추위가 한풀 꺽이고  따스함을 제대로 기대해볼 만한 날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날  

꽃 보다 더 

따스한 봄날 보다 더  

곱고 따뜻한 아이가 운명을 달리했다. 

맑고 참해서  볼 때 마다 미소를 짓게하는 아이가 스무해도 채 살지 못하고 

내일 나무가 되기 위해 이세상을 떠난다. 

잘 가거라. 

편히 쉬어라. 

많은 사람들이 널 잊지 못할거다.  

 

"엄마~ 걱정없어 그냥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열정으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미소로써 살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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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애 한테 멜이 왔다. 엄마, 아빠가 본 자기 인생의 10대 사건을 적어 보내달라고.  


1. 태어날 때 엄청나게 우렁찬 큰 목소리로 울었다. (산실 바깥에 계신 아빠가 듣고 놀랄 정도)

2. 생후 6개월 무렵 엄마 젖이 적어 젖을 땠는데 지*이는 한 달 동안 분유를 거의 먹지 않았다. 그때부터 7살 때 까지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빨았음.

3. 어렸을 때 병원에 2번 입원했다. 한번은 장염, 또 한번은 폐렴으로.

4. 두돌 정도 지났을 때 오디오에서 슬픈 음악이 나오니까 계속 울었다.(‘섬집 아기’ 노래만 불러줘도 울 정도로 감성이 풍부했다.)

5. 5살, 유치원에서 시장 놀이 할 때 아파서 심하게 토했는데 맘씨 좋은 담임선생님 덕분에 등에 업혀서 장을 봤다.(그 선생님 아직도 그 유치원에 재직하고 계심.)

6. 초등학교 3학년 때 실로폰의 도를 못 찾는다고 담임선생님께 혼남.(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매일 담임선생님께 혼났던 지*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7.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지*이가 파스텔로 그린 자화상이 학교 복도에 걸렸다. 지*이의 매서운 눈빛이 성깔을 말해주는 그림.

8. 중2 겨울 방학 종업식 때 체육 선생님 손에 끌려 미용실에 가서 억지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집에 왔다.

9. 중2 겨울 방학 때 소녀시대 팬 클럽 정모에 참석하러 가족 몰래 서울에 갔는데, 엄마가 까페지기에게 미성년자 유인죄로 신고 하겠다고 협박하자 정모 장소 앞에서 들어 가 보지도 못하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온 일.

10. 그렇게 원하던 금*** 학교에 입학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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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 보이지만  매일 매일 파도가 치고 있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동 속에서 미동 없이 있으려는 척 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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