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시아버님이 막내시고, 우리 남편 외동아들이라 명절 때는 손님이 거의없다. 시누이들은 어머님 생신 때나 휴가 때에 친정에 오는 편이라 명절 때는 오히려 조용하게 보낸다. 긴 추석 연휴 동안 차례음식 잠깐 준비하고, 차례지내고, 미사드리고 계속 집에 있었다. 매일 앞산이나 근처 ****트 캠퍼스에 산책을 갔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다리에 제법 힘이 붙어서 속도를 좀 내면서 산을 탔다.(나지막한 동산이라 이렇게 표현하기가 뭐하기 한데...)추석 날 대학 캠퍼스는 얼마나 조용하고 한가롭던지, 한국 사람은 거의 없고 유학온 인도 사람들만 보이는데 꼭 외국에 있는 것 같았다. 천천히 걷다가 학생 회관에서 자판기 커피 한잔 빼서 마시면서 벤치에 앉아 남편이랑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한가로운 한가위였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창 황우석 박사의 줄기 세포로 희망에 부풀었던 작년 여름 도서관에서 생명공학 전공의 교수님(도서관 자원 봉사자 남편)을 모셔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주 대상을 중 고등학생으로 잡았는데 초등학생들이 더 많이 왔었다. 그런데 강의 말미 부분 그 분이 줄기 세포의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으셔서 의아해 하면서 그 분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지난 겨울 줄기세포의 진실이 밝혀졌다.

한미FTA가 우리나라에 미치는영향은 줄기세포보다도 대통령 선거보다도 훨씬 크다는데,  내 주위의 사람들은 별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사기성이 있더라도 희망적인 일에만 관심을 갖는 듯하다. 현실이 밝지 않아서 그런지 부정적인 미래는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정부의 홍보 작전이 성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지난 여름 정태인 전 청와대 수석의 강의 듣고 한동안 흥분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꺼냈다가 시큰둥한 반응에 지금은 한풀이 꺽인 상태다. 그러나 이 책 읽으면서 한미FTA에 대한 명확한 실체를 다시금 깨닫게 되면서 지켜 보고만 있지 말고 뭔가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한미 FTA가탄생하기 까지의 세계 무역 협상이 진행되어온 역사적인 배경과 한미 FTA진행과정과 체결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업종별로 자세히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 폭주를 멈추게 할, 그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할 만한 작은 희망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황우석 사태 처럼 '까막눈'으로 있지 말고,국민 개개인이 '더 똑똑해지는 것'외는 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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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든다.  역자는 '영재'라는 말을 쓰지 않고 <과학 재능의 교육>, '재능'이라는 말을 택했다.

미래의 과학자를 길러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을 세가지로 들고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지능, 어휘력(읽기능력), 수리력을 들 수 있으며 탐구심과 인내심은 성향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고무적인 교사로 부터 상위의 교육의 기회를 제공 받는(고등학교 시절) 활성적 요인이 작용해야만 -세가지 요인의 상호 작용에 의해 과학 재능은 발달할 수 있다고 한다. "가르치는 행위는 개인적인 발명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초등학교 때 부터 과학 영재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수학 과학 선행학습과 영재원 선발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영재가 되는(영재로 뽑히는)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의 연구 성과물을 알리기 위한 의사소통의 기능인 어휘력도 지능과 수리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어렸을 때의 과학에 대한 흥미와 과학자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고등학교 시절에 높은 유전적이고 성향적인 과학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과학교과에 정통하고, 토론식 수업을 이끄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교과목 뿐만 아니라 인생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교사를 만날 수 있을 때 그들은 과학자로 길러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한다. 근 25년에 걸친 사례 연구를 예를 들고 있는데, 저자가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택해서 과학자를 길러내기위한 조작적인 연구를 행하면서도 학생의 선발에 있어서 무엇보다 학생의 자발성을 우선으로 하였고, 다른 방면에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있도록 한 점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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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올해 생일 선물로 준 책이다. 받은지 두달이 지났는데 다른 책들에게 밀려 읽지 않고 있으니까 언제 읽을 거냐고 몇번 묻더니 더 이상 아무 말이 없다. 내년에는 책 선물 받으면 성의를 생각해서 빨리 읽어야지...

사실 작은애 독서 동아리에서 다음 주에 같이 읽을 책이라 이번 연휴동안 후다닥 읽었다. 그래도 전쟁과 자연 재해(인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기위해 아무리 힘든 오지라도 마다않고 달려가서 그들을 도와 주는 월드비전 긴급 구호 팀장 한비야의 '가슴 뛰는 일'은 마음 속에 조용히 감동을 일으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어린이)이 많음에 놀랍고 가슴 한구석이 시렸다. TV화면으로 스쳐가듯이 보는 것보다 더 진하게 와닿는다. 자발적 집중력을 요하는 책이라는 매체의 특징과 저자의 인류사랑이 활자를 통해 독자에게 바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뿐만아니라 어른들도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어른들 시야가 조금만 넓어져도 세상은 훨씬 살기 좋아 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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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돌려 읽기>는 10월 22일에 열릴 <마을 축제> 행사 중 하나입니다. 책을 읽은 후 책 뒤에 있는 활동지에 꼭 흔적을 남겨주시고, 친구들에게 권해주세요. 책은 10월 15일까지 반납해 주세요.      -***어린이 도서관"

* 흔적 : 중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중국역사를 간략하게 배운 뒤 제대로 된 중국 역사 책을 접한 적이 처음 인 것 같습니다. 나라와 유명 인물의 인물이 어렴풋하게 떠올리면서 고우영선생님이 그리신 이 만화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달기가 은나라 주왕을 제거하기 위하여 주나라 단이 키워서 주왕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역사의 이면에는 늘 책략가들(?)이 존재하고 있나봐요.

우리 도서관에서는 청소년용으로 이 책을 우선 1권만 구입하였는데, 읽어보시고 다음 편이 궁금하시면 도서관 까페 신간도서구입 코너에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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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0-0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유있게 책읽는 추석명절 부럽네요. ^^
뭔가 희망이 좀 생겼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늘 참 갑갑합니다.

리즈 2006-10-1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오늘은 피로가 조금 풀리셨는지요? 어제 동네 아줌마들 만나서 수다를 떨었는데 다들 결혼 생활 15년 이상된 사람들이라 그런지 이제는 명절이 좀 적응된다며 여유있는 얼굴이었어요. 그런데 세월이 사람을 단련시키기를 기다리는 것은 가장 최후의 방법이 아닐까요?
희망... 늘 찾으려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