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엔 가까이 하기엔 벅찬 상대였던 책들이 어느 정도 나이든 후에 읽으니 좋다.

고전의 맛을 알아가는 재미.

 

<내가 뽑은 내 맘대로 고전 베스트>

 

1. 누가 뭐래도 나에게 베스트 넘버 원은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동. 나를 돌아보게 되는 지침서 같은 책이다. 

그리고 '강의'...고전에 대한 재해석은 세상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2.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외곬으로 치우친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추리소설의 진수

 

3.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모든 사랑이 다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 허무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나에겐 죽을 것처럼, 모든 걸 내어 놓을만큼 소중한 사랑이 내 사랑이, 버림받는다면...

 

4. 최근에 읽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뿐이라고 말하는 모모!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5. 황석영 선생의 '오래된 정원'... 메마른 내 마음을 아직도 뜨겁게 울린다.

 

6.  브론테 자매의 '폭풍의 언덕'의 그 강렬한 느낌과 '제인 에어'의 숙명같은 사랑.

 

7.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에서 느꼈던 그 분노, 가슴아픔을 잊을 수가 없어요.

 

8.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은 내용보다 제목이 더 강렬하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제목입니다.

 

9. 서머싯 모엄의 '인생의 베일'...인생의 구비구비에 드리워진 베일을 걷어 낼 때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상처도 커지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 그게 인생일까요?

 

10. 생텍쥐 베리의 '어린왕자'...별에서 온 별을 닮은 아이, 네 존재는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정화시켜주는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야.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지? 포성가득한 그 곳은 늘 전쟁이 상주하는 곳. 삶과 죽음의 경계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사실을 늘 깨닫게 되는 곳. 늘 슬프고 어떤 희망도 쉽게 자랄 수 없는 곳. 테러의 본고장으로 지목되어 악의 축이 되어버린 나라 정도일 것이다. 어디에도 실낱같은 희망조차, 미소조차 떠올릴 수 없는 그 곳이 소설의 배경이다. 어떤 나라일까?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다.

 

다리가 아팠고 목이 뻣뻣했다. 그러나 다른 연을 이길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희망이, 한 송이씩 담에 쌓이는 눈발처럼, 커져갔다. <p.101>

 

세상에 아프가니스탄에 눈이 내린다. 겨울이 있다니.  포탄이 투하되는 사실을 영화 장면처럼 숱하게 보아 왔으면서 그곳의 겨울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혹은 우리는- 그곳을 영화처럼 전쟁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영상정도로만 바라보았다.

 

그 곳에 한 아이가 있다. 아미르. 대저택에서 하인의 수발을 받으며 아버지 바바와 살고 있는 소년. 그리고, 소년을 돌보는 하인 하산. 아미르와 하산은 어머니가 없다는 공통점 때문에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형제같은, 친구같은 사이이다. 그러나 결코 형제도 친구도 될 수 없는 주종의 관계이다.

 

아미르를 낳다가 죽은 어머니때문에 아미르는 원죄가 있다. 내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 그래서, 아버지 바바는 자신에게 늘 거리를 둔다는 사실.

 

보긴 하지만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듣긴 하지만 제대로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 아버지를 둔 아들에게는 유일한 기회였다. <p.102>

 

아버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연 날리기 대회.

유리가루를 입힌 연줄로 상대의 연을 끊어버리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과 끊어진 연을 가져오는 것. 아미르는 우승을 한다. 그리고, 끊어진 연을 잡기 위해 하산이 내달린다. 아미르도 하산의 뒤를 따라간다. 막다른 후미진 골목에서 연을 노리는 다른 일당에게 잡힌 하산을 보지만, 나서서 그를 구하지 못하고 외면한다. 아미르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하산이 위험에 처했다. 두려웠다. 나서서 도와주지 못했다. 모른척했다. 표면상으로는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제 둘의 관계는 금이 갔다. 하산을 바라보는 게 괴로워서, 볼 때마다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아미르는 하산과 그의 아버지를 집에서 쫒아내도록 그들을 도둑으로 몬다. 못났다. 너무나 못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괴롭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벗어날 기회가 외부로 부터 왔다. 평화롭던 아프가니스탄에 변고가 생겼고,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으로 도피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내게는 미국이 과거를 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바에게 미국은, 과거를 애도해야 하는 곳이었다.<p.196>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에서 가난하고 힘들지만 부자간의 정을 쌓아간다. 새로운 출발이다. 그리고, 바바의 임종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실. 그리고, 거기에 하산의 아들이 있다. 소랍.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과거와 맞닥뜨린다. 아미르는 자신의 오래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이미 상처받은 어린 소랍을 어쩌지는 못한다.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것들 - 전쟁, 부모의 공개처형, 고아원, 성적노리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다. 이제 어린 소랍에게 삼촌이 나타났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은 아이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희망을 포기하는 것,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삶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먹먹한 그 상황에서 아이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킨다. 그리고, 아이는 이제 다시 세상 속으로, 자신의 껍질에서 걸어나오려고 한다.

 

연을 쫓는 아이는, 이렇게 자신의 과거와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던 삶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지는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트라우마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소년 아미르. 성장통을 오래도록 앓아온 아이가 이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낯선 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가 알고 있는 참혹한 삶 이전의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살았던 사람들이구나 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네들의 삶도,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삶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책에서,

 

"부당하긴 하지만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 때로는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 평생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아미르." <p.216>

너희 둘을 모두 사랑했지만 바라던 만큼, 공개적으로, 아버지로서 하산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반쪽인 아미르 네게 그것을 분풀이했던 것이란다. 너는 그가 물려받은 재산과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온 특권들을 상징하는 반쪽이었으니까. 너를 볼 때마다 자기 자신과 죄를 보는 것 같았을 것이다....그리고 네 아버지가 가진 좋은, 진짜 좋은 자질은 회한에서 생겨났다는 점을 네가 이해하길 바란다.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선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속죄일 것이다, 아미르 잔.<p.450>

소랍잔.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있고 어떤 나쁜 사람들은 변함없이 항상 나쁘단다. 그래서 때로는 그 사람들에게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 네가 그 사람에게 한 일은 여러 해 전에 내가 그 에게 해줬어야 할 일이었다. <p.476>

그를 확실성의 혼란으로부터 들어올려서 불확실성의 혼란 속으로 떨어뜨렸다. <p.5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상과 풍경 펭귄클래식 40
페데리코 가르시아로르카 지음, 엄지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페인하면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테니스선수), 요즘 한창 날리는 나달(테니스 선수),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있는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반지의 제왕 라울(축구선수) 같은 역동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와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에서 목동이 헤매이던 안달루시아 평원(로르카가 둘러본 곳이 주로 안달루시아 평원이다.)과 그 유명한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

대체로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는 오후의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는 광장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무희가 '플랑밍고'를 추고 있는 모습이나 소와 씨름하는 '투우사'처럼 남성적이거나 정열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이다.

 

이름도 생소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과의 만남은 지금까지 스페인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로르카가  20살때 쓴 작품으로 알려진 '인상과 풍경'은 그가 스페인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기록한 여행서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처럼 풍자와 해학이 있는 류도 아니고, 여행지의 사진과 함께 감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들과도 다르다. 스무살 청년의 눈으로 진지하게 사색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작가가 서문에서  "이 책을 덮는 순간 안개와도 같은 우수가 마음 속을 뒤덮을 것이며,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어떻게 쓸쓸한 색채를 띠며 우울한 풍경으로 변해가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했고, 읽는 동안 수긍하게 된다. 참, 쓸쓸하게도 바라본다. 나에게 정원은 풍성한 이미지. 풍만한 비너스의 모습처럼 풍요롭고 아늑해서 휴식과 사색하기 좋은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로르카의 정원은 이전의 풍요롭고 잘 가까워진 아름다운 정원이 모습이 아니라 이전의 영화는 온데간데 없는 모습이다. 사람의 손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이 이젠 방치된 모습. 그래서, 더 을씨년스럽다. 쓸쓸하고도 쓸쓸한 정원이다.

 

로르카의 눈으로 바라본 스페인은 예전의 영화로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쇠락함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특히나, 교회에 대한, 종교에 대한 그의 신랄한 비판이 인상적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밥대신 기도나 하고 있는 모습은 진정한 종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하는 글은 거침이 없다. 도대체 왜, 그들은 세상속에서 자비를 실천하지 않고,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슨 사랑을 베풀 수 있단 말인가? 라며 시종일관 강하게 비판한다.

스물살 피끓는 젊은 청춘의 시선으론 그건 일종의 이율배반인 것이다.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은 스무살에 쓴 글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스무살"에 썼다는 사실이 나를 사롭잡는다.  나는 그때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했던가? 과거로 회귀해본다. 약관의 나이. 초록공처럼 용수철튀어오르듯 펄덕이지만은 아니었다.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을 읽고 같이 방황하기도 했고, 신영복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사회의 부조리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나이 스물의 청년 로르카의 시선은 시종일관 우울하고 우수에 차있으며 비관적이다. 그럼에도 그의 감수성어린 글들은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시절만의 시권이다.

 

감성의 향이 은은히 퍼지는 향유香油를 받으면 환상의 등불이 켜지리라.

커튼이 올라가고 있다. <P12>

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사물을, 풍경을 다른 시선으로 다른 감성으로 바라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무대의  커튼이 올라가고 있다.

 

 

 

 

 

<책에서>

이 곳의 수도사들은 온갖 죄악과 타락에 물들지 않기 위해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슴속에 품은 모든 슬픔과 고니를 유서 깊은 이 무덤 속에 묻고자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다... 영혼은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저 육신을 억누르고 학대한들, 해결될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그들은 빨리 깨달아야 한다.

카르투시오 수도사들은 인간의 소심함과 비겁함을 도래는내는 단적인 표본이다. 이들은 속세를 떠나 스스로 고립됨으로써 하느님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열망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카르투시오 수사들이 찾는 하느님은 대체 누구인가? 분명 그리스도는 아닐 것이다. 절대 그럴 리 없다....만약 세상사에 지친 이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깨우치고자 이런 첩첩산중으로 찾아들어 왔다면, 그들은 속죄와 고행의 가시밭길이 아니라 의당 자비와 자선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그런 이들에게 이기적이고 냉혹한 고행의 의미가 없는 일이다. 고행과 기도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기도할 때 사람들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만을 청하기 마련이다. 추운 겨울 밤하늘에서 희미하게 떨리는 별을 보고 있으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시야에서 사리져버린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비로운 마음이다. <p42~44카르투하 수도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얗게 일어나는 거품 위에 수줍게 서 있는 나신의 비너스상도 결국 우리 인간의 머리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던가? 누구도, 절대 그 어느 누구라도 달콤한 맛과 쓰디쓴 맛을 동시에 지닌 죄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 인간은 그러한 죄악의 본질로 만들어지 ㄴ조내이기 때문이다...죽은 뒤에는 헛된 욕망만 제외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p.109부르고스의 묘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사박사박

- 배나 사과, 바람이 든 무 따위를 가볍게 자꾸 씹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모래나 눈을 잇따라 가볍게 밟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책에서는 글자들이 사박사박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글자들이 책 위를 아이처럼 사박사박 걸어가는 모양이 보이는 듯 했다.

 

소곤소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 그러나 웬지 그 모양이 쓸쓸해 보이기도 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10살의 여자아이 사키와 엄마의 일상이 담긴 글이다.  가족의 구성단위가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 부자, 모자, 모녀, 부녀, 혹은 혼자. 책에선 그 중 모녀만이 등장한다. 엄마와 딸은 수직관계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까운 관계이다. 친구처럼 조곤조곤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엄마가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곰군의 이야기는 사키의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아픔을 건드린다. 곰군의 성(姓)이 바뀐 것에 사키는 신경을 쓴다. 엄마와 둘이 사는 것에 대해 표현하지 않았던 아이의 아픈 마음을 툭 건드리게 된다. 아버지가 궁금하지만, 애써 외면하는 모습에선 엄마의 사랑으론 부족한 부분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의 천진한 상상력에 미소짓게 되는 이야기도 있다.

"아니.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너무너무 걱정이 되는  거야. 그래서, 집 안으로 바람을 들어오게 하면 조금이라도 바람이 가라앉지 않을까 해서 창문을 열었던 거거든. 그러면 바람을 가둘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때까지 난 수돗물이라는 게 강하고 바로 연결된 걸 줄 알았어. 강에는 물이 많잖아. 그래서 강물이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도꼭지를 열었던 거야." (P.95)

 

아, 아이의 마음이 참 고와서, 천진해서 웃게 된다. 이 아이가 작은 것에 마음쓰는 고운 아이로 잘 자라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쩐지 "달의 사막을 고등어 조림이 지나가네요."라는 재밌는 노래의 가사보다는 "달의 사막을 멀리멀리 낙타를 탄 나그네들이 지나갑니다." 라는 원동요가 더 잘 어울린다. 조용한 일상이, 친구같은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만, 어딘지 조금은 외로워 보이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일상의 잔잔함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글은 따뜻했다. 그림도 참 따뜻했다. 사키와 엄마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책은 말한다. 세상의 선입견에서도 모녀가 행복한 일상들을 살아나가길.

 

=== 이런 섬세한 글을 쓴 작가는 당연히 여자이겠거니,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신현림이나 공선옥을 생각했다. 그림 또한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글을 써내려갈 수 없을테니. 책을 다 읽고 확인한 작가는 남자. 그것도 일본에선 꽤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작가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럴 땐 이 와인 - 40가지, 상황별 추천, 와인 가이드
이재형 지음 / 코코넛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일단 우리집에 있는 와인의 레이블을 확인해보았다.

 

1. 뉴질랜드 와인인 말보로 샤비농 블랑, 빈티지는 2006년(화이트 와인)... 화이트 와인은 마셔보아도 처음 맛본것인지 아닌지 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죄다 비슷하게 느껴진다.

2. 프랑스 와인인 샤토 라 hourcade 보르도 수페이에르 2004...카뮤(레드 와인)...그나마 좋아하는 와인이어서 늘 비축해 놓는다. 요건 다른 와인보다 용량이 적어서 한 상자에 두병이 들어있다. 부담없는 용량때문에 좋아한다.

3. 캐나다 와인인 riesling 아이스와인 한정판 1998 Magnotta(화이트 와인)...요건 다른 와인보다 달콤하다. 디저트용 와인이다. 가을의 수확기 대신 일부러 영하의 기온에서 포도를 수확한다. 기후적인 특성때문에 캐나다와 독일이 주 생산지란다. 마셔보니 달콤해서 나같은 초보자에겐 딱이다.

 

이렇게 세가지이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는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초대를 받으면 와인 한 병 가져가서 같이 마시는 정도이지 술잔 기울이며 집에서 둘이 마시는 경우는 없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선물은 대체로 와인아니면 양주...(그래서 아저씨들이 우리 가족의 방문을 환영한다는)이다. 와인에 대해 모르면서 선물하기도 뭐해서,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도 읽어보았지만, 즐겨하지 않는 분야이어서 그런지 뜬구름만 잡게 된다. 용어가 어찌나 어려운지. 크뤼와 빈티지 정도만 건졌다.

 

한국적인 음식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궁금했다.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도대체 어떤 미감을 가져야 와인 한모금에도 그렇게 그럴듯한 표현을 할 수 있는지...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맛들을 잡아낼 수 있는지....그래서, 와인은 쉽게 다가서기 어렵다. 레이블을 적다보니, 이렇게 난해할 수가 없다. 용어도 어렵고, 영어도 아니고 불어를 읽기도 어려운 것을,  또 어느해의 포도가 최상품인지를 알아낼 재간도 없고 말이다.

 

책에서 저자는 저자만의 입맛으로 이럴 땐 이런 와인이 좋을 것 같다고 추천을 한다. 음, 삼겹살을 먹을 땐, 멧돼지 그림이 그려진 레이블과 인솔리오를 기억해두어야겠다.(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 와인병에 멧돼지 그림이라니 재미있다.) 다른 경우는 뭐.....삼겹살에 소주도 없이 먹는 내가 다른 때에 마실일이 있을까? 비행기에서 주는 공짜 와인도 마다하는 내가 말이다.

 

난, 샴페인이 와인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마전 실수로 샴페인과 와인을 한 병씩 깨트린 적이 있다. 샴페인 좋아하는 남편이 비싼 샴페인을 깼다고 속상해한 적이 있다. 샴페인이 비싸면 설마 와인보다 비쌀까 생각한 적이 있다. 샴페인의 원재료는 복숭아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책에서 소개한 와인도 와인이지만, 추천한 장소가 더 가보고 싶다. 역시 나는 술보다는 안주에 더 관심이 많은, 애주가의 공공의 적인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