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사전 1
허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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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자들은 다른다.

돈 맛이란 돈을 벌고 모으는 맛!
이것이 부자와 안부자를 가르는 첫번째 경계선이다.

....부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안해본 사람은 없다....가욋돈이 생기거나 저금을 해서 목돈이 좀 생겼다 싶으면 꼭 써야 할 구멍이 생긴다....집안에 숟가락 하나라도 부족하면 돈이 모이지 않는다. 가정이라는 그릇에 부족한 거이 없이 다 채워져야 넘쳐 흐른다는 것이다.

-166쪽

부자들은 다르다.

목표 액수가 채워질 때까지 한시도 곁눈질 해본 적 없어요.

목표를 정하면 집요하게 끝장을 본다. 이것이 부자와 안부자를 가르는 두번째 경계선이다. -169쪽

일본에 이런 속담이 있다.

"무능한 개는 낮에 짖는다."

능력이 모자랄수록, 시원찮을수록, 완전하지 않을수록,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217쪽

주식 투자가가 아니더라도 몇 가지 대표주식을 정해서 날마다 체크한다. 이것으로 증권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전국 주요 아파트 시세를 살피면 돈이 쏠려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경매물건을 보면 각 지역의 시세를 알 수 있다. 이 지역 매물이 갑자기 늘어나는 걸 보면 바람이 불고 있구나. 이런 것(신문을 꾸준히 보는 것)들을 몸에 배게 해야 한다. 귀찮다는 생각보다 변하는 경기를 알 수 있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

종합일간지의 기사도 중요하지만 그 '아랫도리(광고)'를 살피는 습관을 들이자. 경기가 나빠지면 신문의 광고 수입이 떨어진다. 경기가 좋아지면 물론 그 반대다.

경기가 나빠지면 스포츠신문의 경우 점(占)집, 대출회사 광고가 꽉 찬다. 경기가 나쁘면 서민들은 문화비부터 줄인다.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종합해봐서 신문의 아랫도리가 전에 비해 궁해 보인다면 경기 후퇴기로 봐야 한다. 반면 전면 칼라 광고가 팍팍 눈에 띄면 경기가 꼭대기라고 봐야 한다. -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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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절판


나는 무조건 오래 뛰는 선수가 좋다. 오래 뛰는 언니들은 더 좋다. 즐기지 않으면 오래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맨날 맞고 한다면 오래 못한다. 언니들의 긴 선수 생명은 스포츠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물론 은퇴의 자유도 없었다. '88년 체제의 몰락' 탓에 세대교체가 어려웠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88올림픽 때 중딩이었던 언니들, 88꿈나무의 마지막 세대인 언니들은 '88년 엘리트 체육 체제'가 무너지면서 은퇴의 자유마저 박탈당했다. 세계 정상을 지켜야 하므로. 아무리 그래도 언니들은 이상했다. 즐기지 않는다면 해외까지 가지는 않을 게다. 그래서 나는 노장팀, 핸드볼팀이 좋다. 임영철 감독은 더욱 가관이다. 대표팀은 '세대교체' 뒤 덴마크와 경기를 가졌다. 기자가 감독에게 물었다. "오영란이나 허영숙 같은 노장들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시킬 생각인가?"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24쪽

나카타는 은퇴했고, 박주영은 슬럼프에 빠졌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브라질전을 끝내고 나카타가 은퇴를 선언했다. 30살 나카타의 '조퇴'는 아쉬웠지만, 아름다웠다. 그는 독일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생각을 6월 전부터 했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프로축구라고 하는 여행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자신을 찾아서 캄보디아에서 아이들과 공을 차고, 타이에서 무에타이를 배웠다.

다시 축구를 하고 싶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공을 찰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프로축구만 축구로 여기는 무의식에 가벼운 칩샷을 날렸다.

오늘은 슬럼프에 바진 한국의 천재에게도 아직 머나먼 여행이 남아 있다.-30쪽

잉글리시로,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아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채널인 <스타 스포츠>는 줄창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한다. 프리미어리그는 마케팅 차원에서 아시아 시청자들은 의식해 아시아의 저녁 시간에 맞추어 경기 시간을 조절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10~12시께에 주요 경기를 볼 수 있다. 한국 시각으로는 밤 12~2시쯤 된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를 보려면 눈을 부비면서 새벽 3~5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시아인이 프리미어리그에 중독된, 잉글랜드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다. -34쪽

언니들의 전성시대가 오래가면, 동생들의 전성시대는 늦어진다.

후배들 앞길 막는 선배? "언니들이 스스로 비켜주는 건 말이 안 돼요.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죠." 발끈하지는 않아도 수긍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선수층이 얇아져서 후배들이 없어요." 여자 농구 성인팀의 수가 줄어들면서 초.중.고 팀의 저변도 얇아졌다. 세대교체가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다.

그가 걱정한다. "핵가족 시대에 자식한테 운동시키려고 하지 않죠."

그는 자신이 코트의 주인공이라는 욕심도 버렸다. 그저 후배들의 플레이를 풀어주는 실타래를 자임한다. "체력이 달리니까 요령으로 버티는 거죠."

그의 목표? 자신의 자리를 좁혀서 후배들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그는 다시 은퇴하기 위해서 돌아왔다. -48쪽

그(김철호)는 '김철호 배구'에 대해 "자율배구"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서 선수들이 훈련 과정을 이해하고, 흥미를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연습을 위한 연습이 아닌 시합을 위한 연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의 배구에 대한 철학 중에 "졌다면 왜 졌는지를 알아야 한다.무의미하게 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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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2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갑습니다 ^^ 지금 거의 다 읽어가는 책이예요 ㅎㅎ

밑줄도 잘 읽었씁니다 :)

동대장 2007-09-2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재미있게 읽으셨는지요?

부족한 저의 서재를 방문해 주시고, 글도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햅퓌 추석 보내셨기를....
 
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유명한 부자인 트럼프가 심사위원으로 나와 '당신 해고야'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꽤 인기가 있었다. 여러가지 인기 이유를 댈 수 있었지만, 사람들을 가장 열광시킨 것은 아마도 전지전능한 부자 사장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 나름대로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장은 그런 전지전능한 존재다. 수하의 부하들(졸개들, 혹은 머슴들)을 여러가지 이유를 거들먹거리면서 자연(?)스럽게 해고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또한 자신의 마음대로 괴팍스러운 성격에 못이긴 별난 행동도 마음껏(?) 부릴 수 있다. 물론 이건 외부에서 보여진 CEO(혹은 사장)에 대한 일면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또한 아무리 큰 조직이라 하더라도 사장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반직원과는 머나먼 거리를 일부러 유지하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기에 당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짐작하기도 힘든 별종일 뿐이다. 관찰하기에 너무 개체수가 작을 뿐더러, 접촉하기도 쉽지 않아 잘 관찰되지 않은 희귀종인 셈이다.

이러한 희귀종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관찰을 담은 책을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읽고난 소감을 한줄로 요약한다면...그네들도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 하지만 사람이라고 하지만 여러가지 생활모습이나 사고의 틀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별종이라는 사실 또한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외롭고도 힘든 싸움을 해나가기 위해, 결국은 스스로와 대화할 수 밖에 없는 절대 고독한 섬같은 신세라는 부분은 중세의 왕이 왜 마눌님이 아닌 정부를 얻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반증이라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가장 좋은 상담자는 바로 자신의 적이지만, 그네들과의 전투 중이라 내가 가진 무기를 다 보여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인해, 술이라는 독을 끼고 살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한다.

신문지상에 홍보성 글만 올리는 줄로만 알았는데...역시 옥석을 가려 읽을 줄 아는 힘을 길러야 함을 새삼 느꼈다. 그건 웅진식품 회장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잘 삯힌 홍어 같은 글을 읽음으로써 역지사지의 경지에 올라보는 재미도 또한 쏠쏠하다.

직장에서 생활하는 직장인지라, 상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은 덤이었다.

뱀발로 덧붙이면, 상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 신입직원이나 승진은 해야 겠으나 도통 상상의 속을 모르겠다는 사람 그리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고위직 임원들도 한번쯤 눈길을 주어봄직함에 전혀 부족함이 없기에 감히 일독이라는 강추를 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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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인 더 시티
신윤동욱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품절


불행히도 이 땅은 점점 반일 아니면 친일, 반미 아니면 친미로 나뉘고 있다. 회색지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제국주의도 싫고, 민족감정도 마뜩치 않은 나 같은 회색분자에게 작금의 사태는 뭔가 불편하다.

타오르는 애국심이 무쇠불위의 민족감정으로 포장된 또 다른 집단주의일까봐 불안하다. 차가운 논리 없는 뜨거운 감정은 불안한 미래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강한 미국'에 맞설 대안은 '강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평화로운 한국'이다. '침략하는 일본'에 맞설 대안은 '반격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평화로운 한국'이다.

청년들의 서늘한 애국심이 쿨한 대한민국을 만든다. 쌩뚱맞은 헛소리에는 냉정하게 생까자. 가소로운 헛짓은 가볍게 무시하자. 인류 역사가 증명하듯이, 애국심으로 충만한 사회는 위험하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시처럼,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34쪽

근본주의자들은 자신의 '근본'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목숨'도 앗아가는 깡패집단이다. 일상을 전쟁터로 만드는 폭력집단이다. 그들이 어떤 명분으로 미화하든지 간에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김선일 씨의 무고한 죽음 앞에서, 다시 한 번 희망한다. '순교자'가 없는 세계, '애국자'도 없는 나라, 근본 없는 놈들의 세상을. 더 끈질기고, 더 지독하게 꿈꾼다. -43쪽

사실 대한민국 뉴스는 아주 정치적이다. 그것은 무엇을 보여주느냐만큼 보여주지 않느냐로 드러난다. 브라운관 너머롤 공영방송이, 상업방송이 어떻게 진보정당을 왕따시켜왔는지 돌아보자. 여론조사 발표에서 제외하고, 토론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고. 물론 고의가 아니라고 말한다. 고의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고의가 아니라서 더 무섭다. 진보는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무의식이 더 무섭다...

...그날 국회 의사봉은 절대반지 같았다. 사악한 무리들이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순간, 나 또한 경악하고 절망했다. 세상은 파멸로 치닫고, 악의 제국이 태어나는 줄 알았다.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그 절대반지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들의 <애국가>도 내 마음을 치지는 못했다. 그저 절대반지는 위험하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원정대가 필요하다. -58쪽

터져 나오는 불만을 수습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수능 출제 개선위원회를 만들고, 시험 뒤 공식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물론 근본적인 불만에는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그것마저 인정한다면 '교단'이 깨어질지도 모르니까.

미완의 반란이지만, 그래도 의심을 가진 자, 많은 것을 얻지 않았는가. 점수를 얻고, 개선안을 얻지 않았는가. 의심은 반성을 부르고, 대안을 낳는다. 불신 천당, 광신 지옥-65쪽

30대 초반까지는 친구들 모두가 결혼하지 않았다. 불과 서너 해가 지나면서, 친구는 장가가고 후배는 시집갔다. 나이주의 그래프에 따라서 결혼 했으니 아이를 낳았다. 이제 아이도 보살펴야 하고, 장모님도 챙겨야 하고, 경조사도 신경써야 한다. 30대 중반의 미혼인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이다. 솔직히 처음엔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죄책감은 아니지만 박탈감은 느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끊임없이 무언가와 부대끼는 저들에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나이로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나이의 주기에서 이탈하면 무언가 끊임없이 불편하고, 끝없이 자문하게 된다. 말도 못하는 아이와 '통화'하는 후배의 목소리를 등 뒤로 들으면서 무언가에 정성을 기울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국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쓸쓸해한다.

나는 30대 초반까지 나이주의의 잠재적 소수자였지만, 30대 준반에 비로소 현실적 소수자가 되었다. -75쪽

"남자끼린데 뭐 어때~."

남성 동성애자들이 서로에게 성적인 장난을 치면서 하는 농담이다. 이 농담에는 뼈가 있다. 남성과 남성, 동성과 동성 사이에는 '성적'희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한국의 성문화를 희롱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 말은 동성 간 성폭력이 벌어진 전후에 성폭력을 무마하는 말로 사용돼왔다.

이처럼 한국에서 동성 간 성폭력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성추행을 당하고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있었다.

동성 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면, 존재하지도 않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꼴이 돼버리기 십상이다. 동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돼버리는 역설마저 존재한다.

설사 동성 간 성추행을 인정하는 문화 속에 있다 하더라도 남성 간 성추행의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성폭력을 당한 고통에 남성성을 훼손당했다는 수치심까지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남자답지 못해서 당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혹시 내가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88쪽

물론 공적인 권력이 사적인 전횡을 뒷받침하는 구조도 문제다. 아직도 한국의 학교, 특히 지방의 사립학교에서 교장은 왕이다. 왕 같은 전권을 행사한다. 그래서 의혹이 있어도 교사나 학생이 문제 삼기 어렵다. 더구나 동성 간 성추행처럼 공공의 합의된 지지를 얻기 어려운 문제는 감히 제기조차 어렵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제기한다고 해도, 제도가 권력을 옹호한다. 문제가 된 교장도 성추행 의혹이 터져 나온 뒤에 버젓이 학교에 출근했다고 한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3년 교장의 성추행 사건 1건은 정직 1일로 끝났다. 2004년의 3건 중 견책이 2명, 정직이 1명이었다. 한마디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성추행을 저지른 교장은 권력을 아는 사람이었다. 학생들은 그가 성기를 만지고 나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성추행을 당한 사람에게 이중의 모욕감을 주어서 철저하게 무기력하게 만드는 행위였다. 게다가 그의 행위를 강제 추행이 아닌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성추행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권력이 작동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동성 간 성추행은 피해자를 이중의 고통으로 몰고 간다. 성추행을 당한 고통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고통까지 더해지는 것이다(물론 이성 간 성추행을 당해도 말하기는 어렵다).

말하지 못하는 슬픔은 이제 끝나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좀 무감해지는 것이 차라리 피해자들의 말문을 열어주는 길인지도 모른다. 피해자들의 용기로 세상은 좋아지고 있다. 더 좋아져야 한다. 지금쯤 한반도 곳곳에 자신의 손버릇, 말버릇, 입버릇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게다. "너 지금 떨고 있니?"-90쪽

나는 대마가 두렵다. 담배도 끊지 못하는 주제에 대마까지 피울 자신이 없다. 중독에 약한 나로서는 또 다른 중독이 그저 무서울 뿐이다. 아예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대마를 금지했으면 하는 마음도 굴뚝같다. 하지만 나는 피우지 않지만, 남들이 피우는 것까지 무조건 금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다. 이제 막 대마초를 피우지 않더라도, 대마초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대마를 허하라, 아니 대마를 생각하라. 그것이 '열린'사이회다. -98쪽

첫 번째 직장에서는 "나는 고립된 섬이야"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밥벌이를 그만두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어쩌다, 아니 운좋게 <한겨레21>로 옮기게 됐다. <한겨레>니까 월급 반, 운동 반, 그렇게 은근한 자부심을 품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이직을 하면서 월급이 줄었다. 직장을 옮기기 전, <한겨레>에 다니고 있던 친구에게 물었다. "먹고살 만큼은 주지?" 돌아보면, 소박한 질문이었다. 그때는 언제든 가난할 준비를 하지고 다짐했다. 역시나 우습지만, 그때는 5천원이 넘는 밥은 사먹지 말자는 원칙도 지켰다.

물론 이제는 먹고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1년에 두어 번 비행기도 타야하고, 철마다 예쁜 옷도 사야 한다. 심지어 길 가다 혼자서 분통을 터트린다. 직장생활 10년이면 이 정도는 모았어야 하는 것 아니야? 구체적인 액수까지 생각하다 그 구체적인 액수의 3분의 1밖에 없는 현실을 떠올리면서 분노가 치민다.

정말 이유없는 반항이요, 방향 없는 분노다. 겨우 10년만에, 나는 그렇게 치사한 중산층 아저씨가 됐다. -107쪽

동남아는 또 다른 깨달음도 안겨주었다. 나는 도저히 생태주의자가 될 수는 없겠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여행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부딪치게 되는 저개발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자연이 아름다워도 지저분한 화장실과 고장난 에어컨은 참을 수 없었다. 도시를 떠나겠다는 호기가 그저 치기 어린 '낭만'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됐다.

나는 고작 시골을 동경하는 '시티 보이'였을 뿐이다. 도시를 사랑하고, 개발을 좋아한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래서 경제성장이 꼭 행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설교를 늘어놓을 수는 없었다. 차마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 한 달 봉급으로 20만 원을 받는 사람들에게 차마 '경제성장 해도 살기 고달프긴 마찬가지'라고 설득할 수는 없었다.

해보면 허무한 짓도 못하면 안달이 나기 때문이다. -167쪽

번잡한 길에서 이어폰을 꽂으면 아늑한 고립이 찾아오고, 비로소 개인이 됐다는 안도감이 밀려든다. 그렇게 엠피쓰리가 만드는 고립감을 나는 사랑한다. 엠피쓰리 덕분에 나의 머나먼 귀가는 때때로 아늑해졌다.

그들의 목소리에 기대어 견뎌낸 날들도 있었다. 엠피쓰리 플레이어만 있으면 복잡한 지하철도 때로는 댄스 플로어로 변했고, 버스는 누군지 모를 절대자에게 경배하는 예배당으로 바뀌었다.

지하철에서 셰어 누님이 근엄하게 "Do you believe in love after love?" 라고 물으면 고개를 숙이면서 믿음을 고백했고, 카일리 언니가 "Your disco needs you~"라고 지엄하게 명령하면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살며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REM 오빠들이 "Losing my religion~"이라고 읊조릴 때 하마터면 버스에서 무릎 꿇고 '나도 그렇다'고 고백하며 울먹일 뻔했다. 이렇게 엠피쓰리 플레이어는 타임머신이었다....

...최근엔 이선희의 발라드와 들국화의 노래들을 들었다. 들국화는 시들했고, 이선희는 감미로왔다. 그토록 무시했던 이선희가 좋아지고 내 청춘의 들국화가 시들하다니, 내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반려자는 취향의 무상함도 가르친다.

친구는 친구도 소개했다. 평생 친해지기 힘들겠다고 단념했던 힙합음악도 친구로 만들어주었다.

완벽한 귀가란 먼저 심야의 좌석버스에 몸을 파묻고, 반드시 엠피쓰리를 들으며 돌아가는 길이다. 좌석버스의 좌석에 몸은 적당히 은폐 엄폐되고, 시야는 앞좌석에 비스듬히 가려지고, 옆좌석에는 아무도 없어야 한다. 그리고 엠피쓰리에서는 익숙한 음악이 흐른다. 나는 아늑함에 취한다. 이대로 영원히 갔으면 좋겠다. -181쪽

나는 쇼핑이 끝나면 죄책감이 밀려드는 타입의 인간인데, 죄책감을 지우기 위한 뻔한 전략은 세일하는 물건을 사는 것이다. 최소한 30퍼센트 이상, 웬만하면 50퍼센트 이상, 이것이 나름의 원칙이다. 심지어는 방콕에서도 세일하는 물건 위주로 사는데, 세일 생활자의 비애도 겪는다. 싼 맛에 빠져 취향이 사라져버린다. 물건의 자태보다 세일의 폭에 눈이 멀어 생긴 결과다. 누군가의 훌륭한 옷차림을 보면, '흥 비싸게 샀겠지' 질투해버린다.

죄책감을 지우기 위한 또 다른 안간힘, 얼마를 썼느냐를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기 위해서 세일로 얼마를 절약했느냐(벌었느냐)를 계산한다. 그래도 남는 죄책감을 위해 어쭙잖은 정치 논리도 동원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슬로건, "소비로 제3세계 인민을 돕는다-189쪽

" 뒤집으면 저개발국가의 저물가를 마음껏 착취하겠다는 말씀이다.

나의 소비생활에서 잊기 힘든 아픈 추억이 있다. 어언 두 해전, 인구 7천만의 사회주의인민공화국 베트남의 최대 도시인 호치민 공항의 면세점이 그토록 초라해서 도무지 살 만한 물건이 없을 때였다. 심지어 면세점에서 피폐한 인민의 소비생활을 보았다고 '오버'하면서 가슴 아파했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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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학교 - 입문에서 100km 달리기까지
니와 다카시.나카무라 히로시 지음, 민경태 옮김, 스피드웨이브 감수 / 마고북스 / 2007년 5월
절판


스포츠사이클링은 전신운동

레저용 자전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꼭 이 실험을 해보았으면 한다. 어느 정도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라이딩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먼저 핸들에 양손의 집게손가락만 올려보자. 이 상태로 느긋하게 달리고 있으면 집게손가락이 눌리면서 손가락에 가해지는 부담이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반대로 오르막길을 오를 때나 있는 힘껏 페달링을 할 때는 집게손가락으로 핸들을 강하게 당기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평상시에는 팔 전체로 이 부담을 받아내고 있기 때문에 눈치 채기 어렵지만 의식적으로 집게손가락만 사용해보면 그 부하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포츠사이클링은 페달링 운동이 강조되면서 하반신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움직임은 적지만 상반신에도 힘이 가해지는 상태(이것을 아이소메트릭 운동이라고 한다)가 지속되는 것이 스포츠사이클링이다. 반명 생활자전거는 대부분의 체중이 안장에 실리기 때문에 상반신이 받아내는 부담이 매우 적다.

그렇다면 생활자전거를 오랜 시간 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먼저 앞에서 언긋한 것처럼 기어가 없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달릴 수 없으며 엉덩이가 아프다. 대부분의 체중이 엉덩이에 실리기 때문이다. 또한 자전거가 무겁기 때문에 경쾌하게 달릴 수 없다. -81쪽

장소는 자동차가 드문 주차장. 자동차 한대가 들어가도록 구획되어 있는 주차 공간에서 유턴을 해보자.

포인트는 하얀 선에 닿을 듯 되도록 크게 도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돌아야 한다. 바퀴 두개로는 매우 어려운 동작이다. 자전거는 속도가 붙어야 좌우로 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천천히 움직이고자 할 때는 안장에서 엉덩이를 띄우면 중심이 낮아져서 느린 속도에서도 안정감이 생긴다.

또 원하는 라인을 타기 위해서는 시선이 중요하다. 스키를 탈 때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바라보는 방향으로 기울게 되므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 방향으로 할 수 있게 되면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해보자. 사람마다 더 잘하는 방향이 있는 것 같다. 안전 주행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어느 쪽으로 더 잘하는지 확인해두면 좋을 것이다.

유턴을 할 수 있게 되면 8자를 그리면서 타보도록 하자. 나아가 그 구획 내에 물통 등을 놓고 쓰러뜨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연습한다. 뒷바퀴 자국도 의식할 수 있게 되었다면 상당한 균형 감각이 길러진 것이다. -130쪽

도로교통법상 지켜야 할 주요 의무를 살펴보자.

-신호를 따를 의무(제5조)
보행자+차(자전거는 교통신호에 따를 의무를 진다. 이를 어길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 과속 금지 의무(제15조)
자동차 등(자전거는 과속금지 대상이 아니다)

- 안전거리 확보의무(제17조)
차(자전거 역시 안전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제24조)
차(보행자가 우선임에는 의문이 없다)

- 주정차 금지 장소에서 주정차 금지 의무(제28조)
차(자전거 역시 적용받는다)

- 서행 장소에서 서행할 의무(제27조)
차(자전거 역시 적용받는다)

- 무면허운전 금지(제40조)
자동차 등(자전거는 면허제도가 없다)

- 음주운전 금지(제41조)
자동차 등(자전거는 음주운전 금지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 안전운전 의무(제44조)
차(자전거 역시 적용받는다)

- 승차용 안전모(헬멧) 착용 의무(제48조의 2 제3항)
이륜자동차 및 원동지 장치 자전거(자전거는 안전모 착용 의무가 없다. 그러나 안전을 위한 강력한 권고사항이다)

- 제한 속도 준수 의무
학교 앞 구간 등 제한 속도를 준수해야 하는 구간에서는 자전거 역시 이를 준수해야 한다.

-134쪽

섬을 한 바퀴 돌 때는 시계반대 방향, 호수를 한바퀴 돌때는 시계방향으로 돈다. 그러면 물과 보다 가까운 지점을 달릴 수 있다.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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