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내가 구내식당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 국물이 빨간 육개장이나 감자탕, 그리고 찌개류. 고춧가루 들어간 빨간 국물을 싫어하는 데다가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국물류 음식엔 건더기가 풍부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내용물이 이것저것 섞여서 각각의 고유한 맛도 형태도 알아보기 힘든 그 잡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자면, 조직의 부품으로 무미(無味)한 존재가 되어가는 회사원 인생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입안이 쓰다.
그렇지만, 하기 싫은 임무라도 완수해야 하는것이 직장인의 의무이듯, 먹기 싫은 메뉴라도 욱여넣어야만 할 때가 있는 곳이 구내식당이다. 어쨌든이곳은 일을 해내기 위해 급히 연료를 주입하려는이들을 위한 공간이니까. 마감 앞에선 각자의 식성도 무화(無化)되고, 맛을 따지는 일 따위는 사치로 여겨진다. 그것이 곧 직장인의 숙명.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구내식당에서 운다.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