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조건 오래 뛰는 선수가 좋다. 오래 뛰는 언니들은 더 좋다. 즐기지 않으면 오래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맨날 맞고 한다면 오래 못한다. 언니들의 긴 선수 생명은 스포츠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물론 은퇴의 자유도 없었다. '88년 체제의 몰락' 탓에 세대교체가 어려웠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88올림픽 때 중딩이었던 언니들, 88꿈나무의 마지막 세대인 언니들은 '88년 엘리트 체육 체제'가 무너지면서 은퇴의 자유마저 박탈당했다. 세계 정상을 지켜야 하므로. 아무리 그래도 언니들은 이상했다. 즐기지 않는다면 해외까지 가지는 않을 게다. 그래서 나는 노장팀, 핸드볼팀이 좋다. 임영철 감독은 더욱 가관이다. 대표팀은 '세대교체' 뒤 덴마크와 경기를 가졌다. 기자가 감독에게 물었다. "오영란이나 허영숙 같은 노장들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시킬 생각인가?"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24쪽
나카타는 은퇴했고, 박주영은 슬럼프에 빠졌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브라질전을 끝내고 나카타가 은퇴를 선언했다. 30살 나카타의 '조퇴'는 아쉬웠지만, 아름다웠다. 그는 독일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생각을 6월 전부터 했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프로축구라고 하는 여행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자신을 찾아서 캄보디아에서 아이들과 공을 차고, 타이에서 무에타이를 배웠다.
다시 축구를 하고 싶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공을 찰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프로축구만 축구로 여기는 무의식에 가벼운 칩샷을 날렸다.
오늘은 슬럼프에 바진 한국의 천재에게도 아직 머나먼 여행이 남아 있다.-30쪽
잉글리시로,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아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채널인 <스타 스포츠>는 줄창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한다. 프리미어리그는 마케팅 차원에서 아시아 시청자들은 의식해 아시아의 저녁 시간에 맞추어 경기 시간을 조절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10~12시께에 주요 경기를 볼 수 있다. 한국 시각으로는 밤 12~2시쯤 된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를 보려면 눈을 부비면서 새벽 3~5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시아인이 프리미어리그에 중독된, 잉글랜드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다. -34쪽
언니들의 전성시대가 오래가면, 동생들의 전성시대는 늦어진다.
후배들 앞길 막는 선배? "언니들이 스스로 비켜주는 건 말이 안 돼요.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죠." 발끈하지는 않아도 수긍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선수층이 얇아져서 후배들이 없어요." 여자 농구 성인팀의 수가 줄어들면서 초.중.고 팀의 저변도 얇아졌다. 세대교체가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다.
그가 걱정한다. "핵가족 시대에 자식한테 운동시키려고 하지 않죠."
그는 자신이 코트의 주인공이라는 욕심도 버렸다. 그저 후배들의 플레이를 풀어주는 실타래를 자임한다. "체력이 달리니까 요령으로 버티는 거죠."
그의 목표? 자신의 자리를 좁혀서 후배들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그는 다시 은퇴하기 위해서 돌아왔다. -48쪽
그(김철호)는 '김철호 배구'에 대해 "자율배구"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서 선수들이 훈련 과정을 이해하고, 흥미를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연습을 위한 연습이 아닌 시합을 위한 연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의 배구에 대한 철학 중에 "졌다면 왜 졌는지를 알아야 한다.무의미하게 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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