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지음 / 보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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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로치라는 영국 영화 감독이 있다. 그 분이 만드신 영화 가운데 하나가 빵과 장미인데, 빌딩 청소부들이 노조를 만들고 인간갑게 살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가 바로 빌딩 청소 노동자 옷을 입고 있으면 투명인간이 되어 버린다는 고백아닌 고백이다. 불법 이민자가 대부분인 빌딩 청소 노동자 사회에서 청소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하나의 사람에서 보이지 않는(!) 빌딩 청소 노동자로 되어버린 다는 것이다. 그 영화의 감흥이 남아있는 한동안은 빌딩을 관리하시느냐 애쓰시는 분들이 잘 보였는데....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를 운전했던 안건모 님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버스 운전대를 잡는 순간 하나의 버스 운전기사로만 기억될 뿐, 안건모라는 이름은 잘 보이지 않는다(물론 운전사 옆 자리에 앉아 이름을 뚫어지게 쳐다보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지만).

 익명의 버스 운전사가 되어버리는 순간, 버스를 타는 승객과 운전자 사이엔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만이 남을 뿐, 그걸 제공하는 사람이란 존재는 모두 증발되어 버리게 된다. 정말이지 놀라운 현장이 아닐까!

 거기에다가 버스라는 열악한 공간(버스가 고장이 나 있을 수도 있고, 갑자기 많은 이들이 버스를 이용하고자 몰려들어 이른바 만원 버스가 되기도 한다)은 더욱 증발을 쉽게 해준다. 이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버스회사 사주의 당연한 선택이기도 한데, 그걸 감독을 해야 하는 관청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질 않는다. 쩝.

 버스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지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따사로운 시각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아니 안건모님의 글이 가진 미덕일 것이다. 체험을 통해 직접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두번의 테러와 각종 징계 등등을 이렇게 쉽게 표현해되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를 읽고 있노라면 버스운전 기사님의 애환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어 재미도 있다.

 사회에는 다양한 이들이 어울려 살아간다고들 말한다. 그러한 어울림이 가능한 근본은 아마도 너와 내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일 것이다. 다름을 감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려면 우선은 다른 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아야 할텐데...이 책이야말로 그러한 앎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는데 충실하다 할 것이다. 파리의 택시운전사와 더불어,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라지만 그걸 바로 굴러가게끔 노력하는 기사님도 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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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0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안건모입니다. 뒤늦게 리뷰를 쓴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 책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단골손님이 많기로 유명했지요. 또 손님은 절 모르지만 늘 타는 손님들 얼굴을 많이 기억했습니다. 어디서 타서 어디서 내리는지도 알고 있었지요.
저는 지금은 버스 운전을 그만두고 월간 작은책 이라는 진보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못 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노동운동에서 언론 운동, 문화운동으로 바꾼 셈이지요. 노동자들 소식을 전하는 책입니다. 사이트에도 들어 오셔서 구경하시고 구독 신청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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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23-5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