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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유명한 부자인 트럼프가 심사위원으로 나와 '당신 해고야'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꽤 인기가 있었다. 여러가지 인기 이유를 댈 수 있었지만, 사람들을 가장 열광시킨 것은 아마도 전지전능한 부자 사장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 나름대로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장은 그런 전지전능한 존재다. 수하의 부하들(졸개들, 혹은 머슴들)을 여러가지 이유를 거들먹거리면서 자연(?)스럽게 해고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또한 자신의 마음대로 괴팍스러운 성격에 못이긴 별난 행동도 마음껏(?) 부릴 수 있다. 물론 이건 외부에서 보여진 CEO(혹은 사장)에 대한 일면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또한 아무리 큰 조직이라 하더라도 사장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반직원과는 머나먼 거리를 일부러 유지하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기에 당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짐작하기도 힘든 별종일 뿐이다. 관찰하기에 너무 개체수가 작을 뿐더러, 접촉하기도 쉽지 않아 잘 관찰되지 않은 희귀종인 셈이다.
이러한 희귀종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관찰을 담은 책을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읽고난 소감을 한줄로 요약한다면...그네들도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 하지만 사람이라고 하지만 여러가지 생활모습이나 사고의 틀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별종이라는 사실 또한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외롭고도 힘든 싸움을 해나가기 위해, 결국은 스스로와 대화할 수 밖에 없는 절대 고독한 섬같은 신세라는 부분은 중세의 왕이 왜 마눌님이 아닌 정부를 얻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반증이라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가장 좋은 상담자는 바로 자신의 적이지만, 그네들과의 전투 중이라 내가 가진 무기를 다 보여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인해, 술이라는 독을 끼고 살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한다.
신문지상에 홍보성 글만 올리는 줄로만 알았는데...역시 옥석을 가려 읽을 줄 아는 힘을 길러야 함을 새삼 느꼈다. 그건 웅진식품 회장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잘 삯힌 홍어 같은 글을 읽음으로써 역지사지의 경지에 올라보는 재미도 또한 쏠쏠하다.
직장에서 생활하는 직장인지라, 상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은 덤이었다.
뱀발로 덧붙이면, 상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 신입직원이나 승진은 해야 겠으나 도통 상상의 속을 모르겠다는 사람 그리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고위직 임원들도 한번쯤 눈길을 주어봄직함에 전혀 부족함이 없기에 감히 일독이라는 강추를 해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