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러클 - 부를 찾아 떠난 아시아 국가들의 대서사시
마이클 슈만 지음, 김필규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2월
품절


인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는 1947년 8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바로 전날 이런 말을 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성취를 자축하려 합니다. 이는 앞으로 더 큰 성취와 승리를 이루게 할 새로운 기회를 향한 첫발입니다.

인도를 위해 봉사하는 것, 그것은 고난을 겪고 있는 수백만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이는 가난과 무지, 질병, 불평등의 종식을 의미합니다.

우리 세대에서 위인이 푸어야 할 야망은 결국 모든 이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능력 밖의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눈물과 고통이 남아 있기에 우리는 이 일을 머추지 않을 것입니다."
-40쪽

마파아들(버클리 마피아 - 수하르토의 경제브레인들)은 과거의 유산을 부숴 버릴 계획을 세웠다. 사회주의,국영기업,민족주의적 정책 등이 퇴출되고 대신 자유주의,외국인투자 등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그들의 첫째 과제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줄이면 덩달아 수요가 감소해 경기가 침체에 빠질 염려가 있었다. 그것은 더 고통스러운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아니 가속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것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동시에 일정 형태의 지출을 과감히 줄여 나가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나가는 돈은 틀어막는 대신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특정 산업군에 자금을 대주도록 돈은 빌려 줬다. 라디우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정책의 목표는 "무(無)의 상태에서 새로운 구매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디우스는 "경제 계획을 짜는 입장에서는, 성장 없는 안정은 올림픽 경기에서 4등을 하는 것과 같다"며 "메달도 없고 축하 펄레이드도 없으며 단지 패배자일 뿐이다."
-268쪽

그렇다면 세계 재패자에서 세계적 무능력자로 전락해버린 일본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제는 변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경제정책 역시 이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 아마도 미러클을 가져온 일본식 모델은 나라가 가난할 때나 부유해지려고 안간힘을 쓸 때는 제대로 작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오른 뒤로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정부의 간섭과 '일본 주식회사'간의 연계는 기업의 행동범위를 제한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제 구식이 된 경제철학을 계속 끌어안고 있었다. 정보기술이나 서비스 등 미래 산업으로 옮겨가기보다는 1950년대의 '공장 짓고 모조건 수출(the bulied-factories and export-at-all-costs)'이란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선진화된 일본 경제에선 더 이상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는 전략이었는데도 말이다. '괴물'사하시의 영향을 받은 통산성 관료들도 너무 오랫동안 권력에 심취해 있었다.

....에즈라 보겔은 [여전히 일본은 일등인가]라는 책에서 '그러나 지금 따라잡히는 입장에서 새로운 단계의 세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333쪽

미러클 전체의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공통된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세계화의 힘이다. 모든 미러클 국가는 자유무역과 신기술을 백분 활용했다. 이것이 전 지구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이들은 이런 역사적 변혁에 동참하기 위해 각자 다른 정책들을 끌어와 적절히 섞어 사용했다. 박정희식 강력한 정책집행부터 만모한 싱의 부드러운 시장개혁까지, 그리고 괴물 사하시의 다양한 국가간섭 정책부터 홍콩 기업가인 리카싱의 핵심 자본주의 방식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이들 국가의 급속한 성장은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자기 자신을 잘 맞춘 덕분이었다. 국제시장의 힘은 한 국가의 자원이 합리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도록 일정한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서 각국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기회였다. 이렇게 볼 때 권위적인 정부가 민주적인 정부보다 세계시장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고 볼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340쪽

싱은 인도통화인 루피 화의 평가절하를 기대했다. 당시 환율은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민감한 이슈였다.

루피의 평가절하하면 원유 같은 원자재 수입 부담이 느는 등 특정분야에서 국가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통화가치를 억지로 내리면 나라의 경쟁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싱은 확고했다. 그는 평가절하가 "인도경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믿었다. 루피 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야 해외자금을 다시 국내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출 진작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었다. 게다가 이런 조치를 통해 해외투자자들에겐 인도가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고 봤다.
-357쪽

위기는 태국 정부가 자국 통화인 바트 화의 변동환율제를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태국은 그동안 바트 화 환율을 미국 달러를 포함한 외환 바스킷에 연동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 바스킷 통화가 오래가지 못할 거라 점쳤다.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계속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동해 바트 화 가치까지 오르니 태국의 수출품은 이웃 국가들에 비해 비싸지게 됐다.

그러자 태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였다. 즉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수입, 혹은 다른 거래 탓에 밖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태국 기업과 은행들은 상당부분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온 상태였다.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국제 외환 딜러들은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국은 바트 화의 평가절하를 가져올 거라 예상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자 시장에서 바트 화에 대한 공매도가 속속 이어졌다. 이는 바트 화의 가치를 더 갉아먹었고 태국 정부는 이제 통화연동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됐다.

-404쪽

태국 중앙은행은 쏟아지는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보유하고 있던 주요 외화를 내다 팔면서까지 바트 화 가치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해 6월가지 태국은 가지고 있던 외화 300억 달러를 모두 소진했다. 거의 파산 직전에 놓이고 나서야 태국은 링 위에 수건을 던졌다. 1997년 7월 2일 태국 정부는 통화연동제를 포기한다고 선언했고 그날 바트 화는 16% 이상 폭락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이 조치가 태국이 안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할거라 믿었다.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은 워싱턴에서 "태국이 이 혼란을 극복한 뒤에는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4년 멕시코 페소 화 붕괴를 직접 겪은 경제위기 분야의 전문가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루빈 같은 이들이 품었던 아시아에 대한 전망은 지나치게 장밋빛이었다. 그들은 단지 투자자들이 이 지역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것뿐이기 때문에 태국의 문제는 이웃 국가로 분산되면 해결될 거라 믿었다.
-404쪽

그러나 이런 낙관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번엔 말레이시아 링깃을 공격했다. 이 역시 바트 화처럼 달러에 연동돼 있었던 것이다. 이내 링깃의 가치도 폭락했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해외투자자와 외국 은행들은 다른 지역들도 태국과 마찬가지로 불균형과 과다한 부채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수십억 달러씩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화가 폭락했고 그해 10월 바이러스는 한국까지 퍼졌다. 금융권에서 이런 현상을 '전염'이라고 불렀다. 치명적인 인풀루엔자처럼 위기는 국경을 넘어 전염됐던 것이다.
-405쪽

화가 잔뜩 나 독을 품은 마하티르는 발언 시간에 세계적인 금융 엘리트의 면전에서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그는 "과거의 '근린궁핍화(beggar-the-neighbor,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본능이 횡행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여전히 부자 나라 그룹의 행동원칙인 것 같다"고 공격했다. 또 "그들은 다른 이들을 착취해야만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위기는 자신들의 지배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아시아 경제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서양 국가들이 저지른 음모라는 주장이었다.

.....소로스는 당시 서양 자본가들과 IMF, 글로벌 금융기관 사이에 넓게 퍼져있던 인식을 소개했다. 이번 위기는 잘못된 정책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아시아 각국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정부와 관계가 좋다는 이유로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을 지원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너무 많은 국가 부채를 졌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호랑이들은 시장기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그들의 실패는 '아시아 모델'의 자연적인 결과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자유시장이 자리를 잡고 경제의
-407쪽

경찰 역할을 할 때 위기는 진정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주장은 서양이 오랜동안 지켜 온 시장기능의 신성성에 대한 믿음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런 실수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경우와 같았다. 지나친 낙관주의였다. 미러클은 그 자체가 기적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나 경영진, 정부 관계자들까지도 이것이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로버트 루빈이 추후 기록한 바에 따르면, 이처럼 신흥국을 향항 거대한 자본의 물결은 '투자자들이 어떤 사상에 사로잡혀 규율조차 잊어 버렸을 때 발생하는 과잉투기에 대한 교과서적 사례"였다.
-408쪽

마하티르의 완고함이 꼭 그의 오만한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IMF 프로그램의 효용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다. 재무장관 안와르 이브라힘은 링깃 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IMF가 추친하는 것과 비슷한 정책을 이미 적용해 본 적이 있다.

금리를 올리고 신용을 제한하며 금융권의 회계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 말이다. 안와르는 심지어 마하티르가 그렇게 좋아하던 초대형 프로젝트들도 중단시켜 봤다.

그러나 1998년 초에 이르자 마하티르는 이런 정책들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믿게 됐다. 그는 이들의 '가상 IMF 프로그램'이라고 불렀다. 금리를 높이고 신용을 축소시켰더니 민간 분야가 거의 목졸려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소비마저 줄면서 성장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하티르는 '이런 정책들의 정반합 결과를 지켜본 결과, 그렇지 않아도 외환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은행과 기업들에 더 큰 고통만 주고 말았다'고 기록했다.

말레이시아 경제가 더 깊은 침체의 골로 빠지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412쪽

'1%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소비자에겐 100%의 재앙이 된다!!"

- 미국 캠던에 위치한 중국 가전회사 하이얼 공장의 노동자가 쓴 문구-50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일하는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가 성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신정길 옮김 / 서돌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교세라라는 세라믹 전문 회사로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이다.  

그러한 기업을 일구어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경영의 신이라 불리우는 저자가 더욱 위대한 것은 그러한 업적을 이뤄낸 것이 다름아닌 스스로의 언행일치를 통해서였다는 점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그가 이 책을 통해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가만히 읽고 음미해 본다면, 일이라는 것이 하나의 밥벌이 수단을 뛰어넘어 자신의 전체 인격을 연마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활용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원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그러한 망해가는 공장의 연구실에서 새로운 산업에 대한 연구를 해야만 하는 초임 연구원. 그가 그러한 어려운 환경을 뛰어넘어 회사를 설립하고, 맨땅에 해딩하면서 신제품 수주를 받아오는 이야기 등은 어쩌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초기설립 및 발전과정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그닥 감동을 받지 못했다.  

또한 대기업의 잔혹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그러한 납품단가 요구에 대하여서는 새로운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이라는 손을 벨정도의 노력을 통해 그러한 요구에 맞춰간 결과, 지금의 교세라가 되었다는 이야기 또한 우리나라 대기업과 하청업체 혹은 협력기업과의 흔한 이야기여서 그닥 유세스럽지도 않았다(사실 좀 짜증나는 부분이다.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무자비한 경쟁을 통한 납품단가 요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단가인하 요구에 대해선 좀 합리적인 항의라도 했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갑과 을이 서로 이야기를 합리적으로 할 수 없는 무한 경쟁세상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말이다..쩝...모순인가).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여전히 자신의 업으로 알고, 그걸 즐기며 그 문제와 제약들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노력과 태도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현업에서 자신의 말을 뒤집지 않고 묵묵하게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야말로 구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뱀발......역자의 후기가 마음속 거문고를 울렸다. 바쁘신 분이라는 역자 후기만이라도 꼭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미러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더 미러클 - 부를 찾아 떠난 아시아 국가들의 대서사시
마이클 슈만 지음, 김필규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서구의 경제전문 아시아 특파원이 쓴 아시아 경제부흥국의 간략한 역사 이야기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 혹은 기타 등등으로 불렸던, 일본,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중국 등이 그 주인공. 20세기 후반에 화려하게 등장하여 개울의 물고기에서 용으로 승천한(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뜻)과정에 대해 관여했던 인물들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내려간다. 기자가 쓴 글이라 쉽게 술술 읽어내려간다. 또한 서구의 눈으로 보았을 때 기적처럼 보이는 사건과 시대들을 훑고 있는지라 극적인 장면들도 수없이 등장하기에 쉽게 책을 내려놓기도 힘들다. (한마디로 잘 썼다는 이야기다) 

각 인물에 대한 담백한 묘사와 더불어 내부자가 아닌 관찰자의 시각(게다가 그는 서구의 매체의 저널리스트다. 어쩌면 객관적인 제3자의 관찰자 신분이 확실할 것이다)으로 우리의 과거역사와 현재를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역사책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김우중이나 정주영이란 이름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던 박정희에 대한 역할을 새삼 다시금 알게 상기하게 되었다.  

이책 첫머리 즈음에 나오는 네루의 표현대로라면 박정희는 우리의 눈물을 상당부분 닦아주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러한 평가는 경제적인 머리에 달린 두 눈에서 흘린 눈물만을 의미한다. 다른 쪽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머리에 달린 두 눈에서 흘린 피눈물을 더 흐르게 만들었다는 점에선 비판할 여지가 높다).  

아시아 경제개발의 기적이라는 부분은 독재자와 개발자로서 그리고 전문 관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하나의 기적같은 상황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바탕에는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시장을 유지시켰고, 세계화라는 시대적 조류가 좀 더 저렴한 생산공장과 인력을 꾸준하게 찾아나섰다는 점 등이 그 기적이라는 상차림을 올릴 수 있는 식탁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저자가 가장 말하고픈 것이라 할 것이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할 것이다)

뱀발...마이클 슈먼이라는 기자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속했던 매체들은 워낙 익숙한 터였다. 경제지나 일간지 혹은 각종 주간지나 월간지 등에서 익숙하게 인용하는 포브스, 월스트리저널, 타임까지. 그러한 그의 경력이 그가 쓴 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밑바탕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현실을 서구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의 시각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 있을까? 받아쓰기만 열씸인 매체들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우울했다. 쩝. 감히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식 e 1~5권 세트 - 가슴으로 읽는 우리시대의 智識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앎을 통해 시대를 반추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역사적거울이 되어버린 보석같은 책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장바구니담기


<20세기의 역사>는 기자인 내게 피와 살이 되는 교양을 주었다. 기자가 아니더라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양인이라면 누구나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담고 있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신자유주의를 떠드는데, 그러면 신자유주의를 낳은 오리지널 자유주의는 무엇인지 솔직히 이전의 나는 잘 몰랐다. 자유주의란 어떤 경제적 관점이며, 여기서 뻗어나온 신자쥬주의는 그럼 자유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그때 그때 대면하게 되는 온갖 상식과 개념들 중에서 큰 관점에서의 이해 없이 막연하게 아는 척만 하고 대충 넘어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을 잘 정리해주고 있었다.

만만하게 쉬면서 읽자고 골랐던 <신화, 그림으로 읽기>는 어땠을까? 나는 생각보다 묵직한 이 책의 내용에 완전히 빨려들어 밑줄까지 쳐가며 읽기 바빴다. 이주헌 저자의 문체는 참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런데도 담겨 있는 정보와 교양상식의 수준은 멍청났다. 어린 시절 초등학생용으로 읽은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어렴풋한 기억으로 되살려가며 그림과 함께 서양문화 상식들을 새롭게 내 머리에 입력하는 재미에 폭 빠졌다.

- 구본준 -
-15쪽

아주 단순하고 기술적인 실용서지만 야마구치 신이치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보고습관>은 내게 정말 중요한 교훈과 영향을 준 책이었다.

또한 내가 절대 읽지 않을 장르로 생각했던 종교서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 일본 학자 나카자와 신이치의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도 나를 키워준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무엇을 읽든 내게 감동을 주는 책이야말로 진정한 자기계발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 독서가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책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웠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끼는 것은 더더욱 즐거웠다.

- 구본준 - -18쪽

매년 한 분야의 전문지식인이 되는 법

- 특정 분야 결정하기
- 분야 스테디셀러 찾아 읽기
- 분야 전문가 리스트 확보
- 그 전문가들의 대표적 저서 읽기
- 분야 신간을 읽고 현대 트렌드와 이슈 파악하기

- 신성석 싸이월드 직장인을 위한 책읽기 운영자 - -52쪽

좋은 책을 선정하는 기준

- 목적 지향성 도서, 흥미 지향성 도서를 분류한다
- 신문의 책 기사들로 도서 정보를 얻는다
- 집중적으로 읽는 저자 리스트를 만든다

- 장효택 부장 - -162쪽

결국 책을 읽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읽어야만 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는, 이른바 지식사회에서 새로운 지식으로 자신을 항상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생존조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1,2년 단위로 자신의 직업 및 전공지식을 총체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수인 세상이 됐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영학 석학인 피터 드러커는 "지식노동이라는 새로운 일은 육체노동자가 습득하지 않은 능력, 더구나 습득하기 어려운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론적, 분석적인 지식을 슫븍하고 적용할 능력, 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사고방법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지식노동에 대해 정의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계속적인 학습능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4,5년마다 새로운 지식을 조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지고 만다."
-202쪽

보통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수강하는 전공수업 과목의 수는 25개 안팎이다. 수강 수업별로 교재와 관련도서를 합쳐 평균적으로 2~3권 정도의 책을 읽게 되므로 25개 과목을 합치면 70~80권, 완독은 하지 않더라도 몇 십 쪽 정도는 읽고 참고하게 되는 책까지 더하면 넉넉잡아 100권 정도다.

따라서 특정분야를 책읽기만으로 전공자 수준이 되겠다고 하면 100권 읽으면 충분하다.

전문가인 교수들의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과 책과 보면서 공부하는 경우 이해도에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해 50권쯤 더 읽는다고 해도 모두 150권이다.

150권이면 충분히 학사 수준의 전공지식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 전공과 연관되는 교양서적으로 50권을 더하자. 그럼 200권이 된다. 그렇다면 일중일에 한권씩이며 4년, 일주일에 두권씩 읽으면 2년으로 충분하다.
-209쪽

그럼, 아예 대학원 졸업 수준까지 도전하려면 얼마나 더 읽어야 할까?

대학원 석사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 읽어야 할 책의 숫자는 대학 졸업생 수준을 갖추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의 양보다 오히려 더 줄어든다. 대학원 석사 과정의 특성상 연구주제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한정적인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사 수준의 지식을 독서로 마스터하려면 학부생 과정을 마스터하는 데 필요한 책의 절반 정도만 더 읽으면 된다. 물론 책의 권수는 적은 대신 심도 있게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순수하게 독서로 대학과 대학원 수준 정도의 지식을 습득하겠다면 그 분야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들을 300권 정도를 정독으로 읽으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