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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신학- 서양의 숨겨진 붓다, 디오니시우스를 말하다
오쇼 라즈니쉬 지음, 김석환 옮김 / 정신세계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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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하상공장구
이석명 지음 / 소명출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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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義疏 노자의소- 도교, 불교와 만나다
성현영 지음, 최진석.정지욱 옮김 / 소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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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필의 노자주
왕필 지음, 임채우 옮김 / 한길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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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글쓰기 - 우리 말로 끌어안는 영어
최종규 지음 / 호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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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님의 '뿌리 깊은 글쓰기: 우리 말로 끌어안는 영어'라는 책을 힘겹게 읽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양하고 이 책이 나름의 가치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나라면 구매하지는 않았을 종류의 책이다. 


책은 우리 삶 속 속에 깊이 박힌 영어 표현들을 문제 삼는다. 저자가 선정한 108개의 영어 표현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서 그럭저럭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처럼 굳이 이런 영어 말을 쓰지 않고 한글로 써도 문제없다. 


사람들이 쓰는 글이 그 사람의 얼을 반영하고, 한국인이 한국말을 써야한다는 평범한 명제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이 책의 입장은 갈수록 영어 표현이 범람하는 현실에 비추어 칭찬받아 마땅하다. 나도 한국에서 영어 표현이 튀어보이거나 유식해보이기 위해 마구 사용되는 것을 보며 실소를 머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이 한글로 써도 충분한 것을 영어로 쓰는 사례를 그냥 문제만 삼았다면, 그냥 저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한글식 표현만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나는 그다지 불만을 품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저자의 불평으로 가득한데 동의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또 어딘가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것인지 몰라도 똑같은 이야기가 몇 차례 반복되기도 한다. 책을 짧은 시간에 다 보려는 사람에게 좋은 구성은 아니다. 


책의 구성은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라는 말을 문제삼고자 하면 레스토랑이라는 영어 표현이 포함된 어떤 책의 일부 문장들을 맨 처음에 배치한다. 그리고 레스토랑을 '밥집', '만남터', '찻집' 등으로 바꿔볼 뿐 아니라, 문장에 포함된 한자식 표현들을 가능한 모두 한글로 바꿔보는 식이다. 문제가 되는 건 저자가 영어식 표현 대신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제시한 한글 낱말이 반드시 올바르지는 않다는 점이다. 한자식 표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틀렸다거나 한 것이 많지는 않지만 한두 개의 극소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언제부터 한글만 써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가 궁금하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영어와 한자를 많이 쓰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쓸데없이 영어, 한자를 쓰는 것은 나도 반대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의 현대 한국 사회가 서구식 근대 국가인 일본을 추종한 지식인, 일본의 식민지배 수십 년 그리고 뒤를 이은 미국의 직간접 지배의 결과물이다. 현대 사회의 삶의 상당 부분은 근대 이전 한국인들이 접하지 못한 양태다. 그러므로 그 삶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도 새로운 것들일 수밖에 없다. 영어와 특히 일본식의 한자어가 우리 언어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다. 바람직하지 않아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삶 속의 외국어에 대해서 개탄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한글이 우리 것이고 아름답고 기타 등등 온갖 방식의 찬양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한글만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어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앞부분을 살펴보니 저자가 한글만 쓰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유보적인 자세를 책머리에서 취하고 있긴 하다. 영어 표현은 잘 모르겠으나 한자는 말의 뜻을 분명히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한자 표현이라고 해서 저자처럼 무조건 다 한글식으로 바꿔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사람의 본뜻을 곡해할 수도 있다. 


지난 해 화제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인기에 힘입어 정했다는 혐의가 강한 '뿌리 깊은 글쓰기'라는 제목은 실상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도대체 '뿌리 깊은 글쓰기'가 무슨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가능하면 한글로 쓰자라는 평범한 명제는 언제라도 수긍할 수 있고 나도 주장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더 얻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나보다 더 어린, 언어 파괴가 극심한 세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리라. 한글을 사랑하자는 말은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역사와 사회구조상 바꾸기가 간단하지는 않다. 그런 현실도 인정하는 상황에서 한글 사용 확대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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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4-0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과 '우리말'부터 올바르게 생각하지 못하시기 때문에, 이러한 책이 있어도, 느낌글을 쓰신 분께서는 애써 사서 읽지 못하기도 할 테지만, 애써 읽어도 받아들일 알맹이가 없구나 싶어요.

님이 쓰신 이 글은 온통 '한글'입니다. '우리말(한국말)'이란 껍데기만 한글인 글이 아니라, 말투와 낱말과 말법과 말씨 모두 '제대로 다스린 말'입니다. 영국사람과 미국사람이 쓰는 말이기에 '영어'요,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모르는 채 영어를 쓰는 일을 열 몇 해에 걸쳐서 쓴 글을 갈무리하면서 틀을 하나로 세웠을 뿐입니다.

아무리 신간평가단 마감에 맞추어 느낌글을 쓴다 하더라도, 글쓴이가 이 책을 어떻게 썼는가 하는 대목을 '일러두기'나 '머리말' 또는 '알라딘서재' 같은 곳에서라도 살펴보고 나서 쓸 수 있어야, 신간평가를 한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님 스스로 '한글 사용'을 하는 글을 쓰면서, 곧 '우리 말글을 제대로 쓰는 글'이 아닌 '한글을 쓴' 글이면서 '한글 사용 확대' 같은 말을 마지막에 붙이는 일도 슬프구나 싶어요.

너무 마땅한 노릇이지만, '개탄'을 한들 스스로 삶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말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쓰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말로 끌어안는 영어"를 생각하며 글을 써서 책으로 묶어요. 이 모두를 다 '똑같이 받아들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이 가운데 하나라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살찌우고, 삶을 착하게 다스리는 길을 찾으'라는 뜻이에요.

부디 님이 가진 책을 알라딘중고샵에 내놓아, 다른 분이 제대로 즐겨읽도록 마음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RyanBen 2012-04-02 00:42   좋아요 1 | URL
설마하니 저자 본인이신가요? 그런 것 같군요. 저도 일종의 글쟁이로서 남의 글에 대해 험담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기본적으로 최종규님과 저는 입장이 다릅니다. 그래요. 한글이 아니라 '우리 말'을 아끼고 살리자는 취지야 좋지요. 저는 그러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 말'을 쓸 때 생기는 불편도 있다는 거에요.

저라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거라는 대목은 말 그대로 개인적으로 필요가 없다는 거지 남들 보고 이 책 사지 말라는 적극적인 영업 방해의 뜻은 아니었습니다. 기분 나빠하지는 말아주시고요. 신간 평가단이라고 제가 맡은 책을 칭찬하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공짜로 얻은 책이라고 좋은 말만 하는 건 정직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바라시는대로 책은 나중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따뜻한 경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따뜻한 경쟁 - 패자 부활의 나라 스위스 특파원 보고서
맹찬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아름답고, 그럴 듯한 제목의 책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선뜻 사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은 아니다. 요즘 이런 분위기의 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책 말미 저자의 말대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책이 많이 출간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따뜻한 경쟁'이라는 일견 모순적인 어구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도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기자로서 스위스에서 보고 경험한 '따뜻한 경쟁'의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배려하지 못 하고 승자 독식의 지옥 속에서 허우적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스위스 사례를 이용한다. 다행히 스위스의 모든 것이 미화되지는 않는다. 그 사회를 그대로 모방하자는 주장은 아니고, 스위스 사회의 많은 장점을 취하자는 것이다. 


 너무 뻔한 내용이 가득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책에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 다수의 직관에 반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나에게 케이블카는 (저자의 추정대로)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비싼 요금을 내야하는 쓸데없는 물건으로 보이지만, 저자는 한국의 무수한 등산객들의 발이 산을 오히려 망가뜨리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케이블카 덕분에 힘이 없는 노인과 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지 않냐고 지적한다.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스위스 정부에서 각 가정, 농가에 보조금을 줘가면서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서 외국인 관광 수입을 챙긴다는 얘기는 비록 다른 국가지만 내가 유럽 몇 개 국가에서 받은 인상과도 일치한다. 무조건 고층 빌딩을 만들려는 한국의 건축 대기업들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특이한 스위스 사회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책에서 무엇을 기대할지는 독자마다 다를 텐데 나는 이 책의 성격이 무엇인지 의아했다. 기자이기에 학술서적의 엄밀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책의 구성이 짤막짤막한 기사들의 모음집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사 형식의 글이 그 자체로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읽는 과정에서 흐름이 자꾸 끊어졌다. 더구나 스위스에서의 경험에 대한 책이라는 소개와 달리 내용 중에는 스위스와 전혀 무관한 것들이 적지 않다. 어떤 내용은 책의 제목인 '따뜻한 경쟁'과 얼마나 연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또 꼭 스위스에서 살아봐야 알 수 있을만한 내용이 많은 것 같지도 않다. 


 두어 가지 점을 이야기하고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우선 스위스의 정치 제도에 대한 부분이다. 책에는 스위스의 국민/주민 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적 제도에 대해 잘 설명했다. 직접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가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이며 역사상 존재했던 흔치 않은 사례이다. 보통 이야기되듯이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국가가 작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인터넷과 미디어 혁명으로 사회의 모습이 급변하고 시민들의 직접 정치 참여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듯 보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빨리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지방 자치는 이제 제법 역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중앙 정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이 활발하게 지역 정치에 참여하는 것 같지도 않다. 스위스에서는 되는데 왜 한국에서는 안 되냐고 한탄할 문제가 아니라 두 나라의 다른 조건들을 고려하고, 올해의 두 번의 큰 선거를 통해 반영될 민심에 기반해서 현 지방 자치 제도에 대한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말 그대로 모든 것의 집중, 쏠림이 완화되지 않는 한 지방 자치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피켓 시위라도 조금 더 자주 하라는 저자의 암시 정도는 당장이라도 한국인들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쟁은 '따뜻'할 수 있는가? 아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문제지 스위스 사회의 경쟁이 따뜻하기만 할 리가 없다. 책에서는 어릴 적부터 공부할 청소년은 따로 분류해 힘들게 공부시키고, 나머지는 일찍부터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되며, 한국과 달리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라도 월급이 적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열등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복지국가 체제의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책은 한국의 복지 논쟁에 대한 비판으로서 복지가 돈을 까먹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장기적 발전 전략임을 강조한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한다. 하지만 소위 선진국의 사례라서 들여와야 한다기보다 우리나라가 나름의 혼란을 겪고 나서야 복지, 사회보장의 중요성에 대한 진정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여전히 거치는 중이듯이 사회보장 제도도 쉽게 정착되기는 어렵다. 한국은 점점 차가워지는 살벌한 경쟁의 대가를 이제서야 절감하며 조금은 더 따뜻한 대안을 찾아가는 중이다. 결국 공동체란 차가운 인간 관계로는 유지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경쟁은 불가피하고, 그것이 따뜻할 수는 없다. 아마 따뜻함보다 경쟁 자체가 문제시 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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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월보다는 늘었지만 볼 만한 책은 더 적었던 2월이다. 그래도 다섯 권을 선정해본다.


조이스 애플비, 가차없는 자본주의


 (신)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비판서라고 할 수는 없고, 자본주의 역사서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전제하고 쓴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체제, 즉 자본주의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라고 하는 점에서 비판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의 글이기에 아주 꼼꼼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한 서양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번역에 참여했기에 번역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까치 출판사의 신간들은 거의 다 구매하는 중이다.





이택광 외, 웃기는 레볼루션


 대표 예능의 하나인 '무한도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신문의 책 소개 코너에서 처음 봤는데 '무한도전' 정도의 프로그램이면 책이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블로그에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도전기에 대한 비판을 썼다고 무한도전 팬들에게 엄청나게 비판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프로그램에 충성하는 고정팬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MBC 파업으로 몇 주째 결방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무한도전이 칭송받는 것은 항상 새로운 포맷 때문을 시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평가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들은 무한도전을 보며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을 법한 정치적 해석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진지한 분석, 읽어보고 싶다. 


정병설, 권력과 인간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니지만 꽤 화제가 되는 책 같다. 영정조 시대는 왜란, 호란 이후 피폐해진 조선이 부흥하는 시대로 많이 여겨지고, 왕들의 개인사에 대한 많은 드라마가 펼쳐진 시대이기도 하다. 그 중 사도세자의 죽음은 하이라이트다. 

 사실 사도세자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면 애초에 학문적으로 제대로 탐구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병설 교수는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를 통해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일들을 연재했고 이 책은 그 내용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기존의 해석에 문제를 느껴 더 많은 사료를 보고 나름의 이야기를 갖췄다고 하지만 소개만 봐서는 크게 새로운 점이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그래도 그간의 뜨거운 반응을 볼 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학문적 성과는 확인해봐야 알겠으나 이야기를 읽는 측면으로서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디디에 에리봉, 미셸 푸코, 1926~1984


 푸코의 도발적인 주장 뒤에는 방대한 지적 배경이 있다. 그래서 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얼마나 이해되는지를 떠나 푸코의 논의들은 한국에서 쿨한 것으로 여겨져 많이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푸코의 저작들은 제대로 번역되지 않거나(번역이 물론 어렵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책은 푸코의 전기다. 생전의 그와도 교류가 있었던 저자가 폭넓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푸코의 삶을 재구성했다. 충실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난해한 푸코의 저작이 그 자신의 인생의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상 잘 된 푸코 평전은 푸코의 저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데얀 수딕, 사물의 언어


 지름신의 가혹한 지배에 사디스틱한 즐거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물건의 디자인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기능이 떨어져도 외관만 좋으면 사고 싶어진다. 외관이 좋을 수록 잘 팔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겉모양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에 충성하게 되면 어떤 제품이 나오건 그 브랜드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대해 철학적이고도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책 소개만으로는 저자가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지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아쉽다. 

 3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에 비해 목차에는 다섯 개의 장 밖에 없는 게 이채롭고, 위에 있는 푸코의 대표 저작 중 하나가 '말과 사물'인데 이 책의 제목이 '사물의 언어'라는 점도 재밌다.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은 고민 끝에 다섯 권 안에는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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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신화- 현대 소설 속 종교적 인간의 이야기
유요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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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양극화.분쟁.종교.민족.환경.질병
박종성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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