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처음으로 알라딘의 신간평가단이 되었다. 덕분에 9월에 무슨 책들이 나왔는지 훑어보며 사고 싶은 책이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겼다. 적고 싶은 책은 열 권이 넘었으나 다섯 권 이내로 제한하게 되어있어 고심 끝에 다음 다섯 권을 꼽아보았다.
에릭 A. 해블록, 플라톤 서설
원래 이 책은 1980년대에 나왔으므로 번역본은 30년 정도 늦은 셈이다. 책은 서양 철학의 원류 중 하나로 서양을 이해하기 위해 지나칠 수 없는 플라톤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알파벳이라는 문자가 보급되던 당시 상황을 미디어 혁명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철학이 그냥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시대마다 당시의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플라톤의 사상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펀톈, 진시황 평전
진시황을 모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 그렇듯 유명하다고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아는 경우도 별로 없다. 출판사의 소개처럼 책은 진시황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진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다룬다. 중국 역사학이 한국에서는 불편하게 보일 수밖에 없고, 이 책도 자세히 읽어보면 중국 현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가 걱정이 되기도 하나 진시황 대의 사실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썼다고 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한다. 천하통일의 위업을 진시황 개인의 공적으로 돌리지 않은 부분은 적절한 시각으로 보인다.
클레이 셔키, 많아지면 달라진다
현대의 사회현상을 다룬 책들 중 깊이가 있는 것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이 책이 얼마나 통찰력이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으나 적어도 유명 언론들의 주목은 받은 듯하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왔으므로 나를 비롯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면 일독의 가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릭 호퍼, 맹신자들
위의 책처럼 '맹신자들'도 대중운동 현상을 분석한다. 그러나 현재가 아닌 1950년대 이전의 긴 인류 역사를 다룬다. 초기 기독교부터 본다니 실로 긴 시간 동안 인간들이 왜 광신적 행동을 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논의에서 베버의 향기가 느껴지긴 하나 부두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역작을 써냈다는 그의 인생 경로도 흥미롭다. 체험에서 나온 지혜는 깊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리엘 도르프만 등,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칠레 아옌데 대통령의 참혹한 죽음은 알고 있으나, 그 사건도 9.11로 지칭되는 몰랐다. 미국의 9.11 이전에 미국이 칠레에 고통을 안겼던 원래의 9.11. 미국은 아옌데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들의 전략이 무엇이건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사망하는 비극을 체험한 칠레인들의 고통과 충격을 감안하면 너무나 비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옌데 자신은 물론 네루다, 카스트로 등의 생생한 기록과 함께 당시를 체험한 도르프만 교수의 분석도 있으니 70년대의 칠레와 현재의 미국을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