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월보다는 늘었지만 볼 만한 책은 더 적었던 2월이다. 그래도 다섯 권을 선정해본다.
조이스 애플비, 가차없는 자본주의
(신)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비판서라고 할 수는 없고, 자본주의 역사서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전제하고 쓴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체제, 즉 자본주의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라고 하는 점에서 비판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의 글이기에 아주 꼼꼼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한 서양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번역에 참여했기에 번역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까치 출판사의 신간들은 거의 다 구매하는 중이다.
이택광 외, 웃기는 레볼루션
대표 예능의 하나인 '무한도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신문의 책 소개 코너에서 처음 봤는데 '무한도전' 정도의 프로그램이면 책이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블로그에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도전기에 대한 비판을 썼다고 무한도전 팬들에게 엄청나게 비판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프로그램에 충성하는 고정팬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MBC 파업으로 몇 주째 결방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무한도전이 칭송받는 것은 항상 새로운 포맷 때문을 시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평가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들은 무한도전을 보며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을 법한 정치적 해석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진지한 분석, 읽어보고 싶다.
정병설, 권력과 인간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니지만 꽤 화제가 되는 책 같다. 영정조 시대는 왜란, 호란 이후 피폐해진 조선이 부흥하는 시대로 많이 여겨지고, 왕들의 개인사에 대한 많은 드라마가 펼쳐진 시대이기도 하다. 그 중 사도세자의 죽음은 하이라이트다.
사실 사도세자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면 애초에 학문적으로 제대로 탐구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병설 교수는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를 통해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일들을 연재했고 이 책은 그 내용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기존의 해석에 문제를 느껴 더 많은 사료를 보고 나름의 이야기를 갖췄다고 하지만 소개만 봐서는 크게 새로운 점이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그래도 그간의 뜨거운 반응을 볼 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학문적 성과는 확인해봐야 알겠으나 이야기를 읽는 측면으로서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디디에 에리봉, 미셸 푸코, 1926~1984
푸코의 도발적인 주장 뒤에는 방대한 지적 배경이 있다. 그래서 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얼마나 이해되는지를 떠나 푸코의 논의들은 한국에서 쿨한 것으로 여겨져 많이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푸코의 저작들은 제대로 번역되지 않거나(번역이 물론 어렵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책은 푸코의 전기다. 생전의 그와도 교류가 있었던 저자가 폭넓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푸코의 삶을 재구성했다. 충실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난해한 푸코의 저작이 그 자신의 인생의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상 잘 된 푸코 평전은 푸코의 저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데얀 수딕, 사물의 언어
지름신의 가혹한 지배에 사디스틱한 즐거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물건의 디자인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기능이 떨어져도 외관만 좋으면 사고 싶어진다. 외관이 좋을 수록 잘 팔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겉모양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에 충성하게 되면 어떤 제품이 나오건 그 브랜드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대해 철학적이고도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책 소개만으로는 저자가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지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아쉽다.
3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에 비해 목차에는 다섯 개의 장 밖에 없는 게 이채롭고, 위에 있는 푸코의 대표 저작 중 하나가 '말과 사물'인데 이 책의 제목이 '사물의 언어'라는 점도 재밌다.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은 고민 끝에 다섯 권 안에는 넣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