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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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에 대한 명성을 들은지는 오래. 지난 주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집어들고 읽었다.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소설이지만 끊어서 읽다보니 끝내는데는 오래 걸렸다.


원래 블랙코미디를 좋아해서인지 책의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크게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 했다. 아마도 작가의 스타일이 현대 예술가들에게 많이 수용되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5도살장이라는 제목이 포로 수용소로 사용된 실제 도살장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실에 근거한 설정이겠으나 도살장에서 사람들이 몰살당했다니 비참함이 배가 된다.


드레스덴 폭격 사건이라는 건 전혀 알지 못 했다. 미국 정부에서 여전히 인정하지 않거나 감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건을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는 그 기막힌 사건과 그 체험을 회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SF적 설정들은 의외였으나 역자의 설명을 보니 보니것은 이미 이 소설의 전작부터 그런 류의 소설을 써왔다고 한다. 여기서 외계인의 세계관은 작년의 영화 Arrival, 원작인 테드 창의 소설을 연상시켰다. 이미 역사의 처음과 끝을 알고 있다는 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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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상) 환상문학전집 25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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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는 어메리칸 갓스, 즉 미국의 신들이다. 이것을 신들의 전쟁으로 번역한 것은 책의 내용을 감안하건대 오해의 소지가 많다.


황금가지의 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애초에 SF는 영화로는 볼 망정 책으로 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공포 문학도 싫어한다. 그래서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은 처음 읽은 황금가지의 책이다.


왜 이 책을 보게 되었냐 하면 작가나 책에 대한 명성이 아니라 미국 드라마 때문이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가 올해 미국에서 방영되었고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제작자 중 한 명은 스타일리쉬했던 한니발의 드라마 버전을 만든 브라이언 풀러였다. 드라마 어메리칸 갓스도 한니발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유사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드라마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진 않았지만 원작의 내용들이 가능한 많이 담겨있었다. 15년의 시차와 그에 따른 기술 발전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들로 원작과 차이가 생겼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비중도 차이가 있었다. 매드 스위니와 로라는 원작보다 훨씬 역할이 늘어났다. 원작 소설을 다 읽은 이후 가늠하건대 3 시즌 혹은 그 이상의 분량도 가능할 듯 싶다.


호평을 받은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원작을 16년 늦게 읽어서인 원작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일부는 여러 사람들이 제기하듯 번역의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두 권의 두꺼운 책을 읽는 와중에 잘 넘어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소설의 아이디어 자체는 높이 사고 싶다. 제목과 같이 소설은 미국의 신들을 다룬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니까 이민자들이 믿던 신들이 그들을 따라 미국에 와서 살았고, 이민자들이 그 신들을 잊어버릴수록 그 신들의 힘이 약해져서 사회빈곤층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자살도 한다는 설정이다(토르는 1930년대에 권총자살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주류인 개신교 집단이나 히스패닉의 가톨릭을 많이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이런 기독교의 신적 존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밖의 인간화된 세계 온갖 지역의 신들은 다 등장한다. 그리고 산업화 이후 등장한 새로운 신들이 또 하나의 축을 이룬다. 오래된 신과 새로운 신들이 전쟁을 하려한다는 것이 소설의 큰 줄기다.


물론 세상의 모든 신들을 다 캐릭터로 만들어 소설을 백과사전으로 만들려는 작가의 무모한 시도는 없다. 몇 명의 신들이 핵심 캐릭터로 나온다. 오딘과 로키, 아프리카의 신 미스터 낸시, 이집트의 신들, 그리고 아마도 동유럽에서 온 것 같은 조르야 자매들과 체르노보그. 매드 스위니는 아일랜드의 레프리콘이다. 새로운 신들 중에는 드라마에서는 질리언 앤더슨이 연기한 미디어라는 캐릭터가 있고 그 외 미스터 월드나 소설에는 뚱뚱한 녀석 정도로 묘사된 아마 인터넷을 상징하는 듯한 소년도 있다.


주인공은 그림자, 즉 섀도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데(누가 자식 이름을 그림자라고 짓나!) 소설 후반부에 가면 그의 정체가 드러난다. 소설에서는 처음에 흑인이 아닌 것처럼 나오다가 나중에는 흑인인 듯하게도 묘사가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분명한 흑인이다. 이름과 피부색을 연결지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산업화, 정보화 이후 기계에 종속된다고까지 볼 수 있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도 엿보이고, 만 몇 천 년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미국의 오랜 이민사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따지고보면 인디언조차도 미국의 원래 주인은 아닐 수 있다. 이 책의 철학이나 종교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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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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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네다섯번째로 '백년의 고독'을 읽은 후 우연히 도서관에서'썩은 잎'을 발견하였다.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최근에 번역되었다. 해설에도 있지만 이 작품은 예전에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적이 있는데, 역자는 이전 번역에 문제가 많다며 감히 초역임을 자부하고 싶다고 한다.


'백 년의 고독'에 비한다면 1/4 정도의 분량일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읽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작품의 문체 때문인데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20대 초반의 마르께스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쓴 버지니아 울프 같은 작가들을 모방한 형식이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이야기의 줄거리조차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자살한 의사의 정체와 '풋내기'라는 신부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둘은 같은 날 마콘도에 왔고, 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비슷한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인지, 왜 의사는 군인들의 총에 맞은 마을 주민들의 치료를 거부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의문들은 왜 그런지 조금 짐작이 가는 바도 있지만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답할 길이 없다.


'백 년의 고독'과 동일하게 마콘도가 있고, 천일전쟁이 있고, 바나나 회사는 마콘도를 유흥과 낭비의 도시로 만들었다가 폐허로 만들었고, 이후 빈 기차는 매일 같이 무의미하게 마을에 왔다가 떠나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등장하고, 레베카도 고독한 과부로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들이 고독한 인물로 그려진 것도 유사하다. 대신 '백 년의 고독'에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주인공들에게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에 비해 여기서는 마을 사람들이 적대적이고, 그들의 시선이 주인공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실험적인 소설의 형식과 마콘도라는 이름으로 펼쳐질 그의 작품 세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는데 쉽게 읽히지 않기 때문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를 처음 접하고자 한다면 '백 년의 고독'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반대로 '백 년의 고독'을 읽었다면 '썩은 잎'을 통해 마콘도와 콜롬비아의 근현대사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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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과학
킵 손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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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제작에 관여한 학자의 책. 그런만큼 급조한 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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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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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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