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묘 18현 - 조선 선비의 거울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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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http://vieri.tistory.com/256)에 먼저 작성하고 여기에 올립니다.  

표지가 재미있다. 조선 선비의 그림인데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실례야?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거울을 보고 있는 거다. 얼굴을 가리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문묘18현의 거울을 보고 계신 설정이라니 재밌는 발상이다. 책의 설명을 보니 '이채'라는 분인데, 18현 중의 한 명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대학원에 있으며 조선 성리학을 피상적으로나마 많이 접하게 되는데 성균관에서 18현을 모시고 있는 줄은 몰랐다. 무지의 소치이겠으나 공자, 맹자 정도나 모시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시는 분들이 꽤 된다. 책 맨 뒤에 보면 나오는데 5성(聖)이 있고, 공문 10철, 송조 6현, 동국 18현 등 총 39분이 성균관 대성전에 모셔져 있다. 성리학이라고 하면 주희가 가장 중요할텐데 위패의 위계에서는 독보적이진 않다. 그저 송조 6현의 한 명.  

공자가 최고의 지위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겠는데 설마 이름도 감히 부르지 못할 대성지성 문선왕(大成至聖 文宣王)이라는 칭호로만 되어있을 줄이야! 그래서 주로(신라, 고려의 인물도 있다) 조선 시대의 18명의 성현은 동방의 예를 아는 국가의 그나마 견줄만한 인물로서, 공자를 비롯한 21명의 중국인의 변두리를 차지한다.  

조선 성리학은 사대주의에 빠진 집단이라는 의혹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성균관에 모신 위패의 배치와 구조를 봐도 그런 생각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성리학을 국가의 통치 원리로 삼은 것은 그것이 궁극의 진리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중국이라는 대국의 것이라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가 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을 대신해 대륙의 패자로 부상한 한족 중심의 명이 있는 상황에서 인접한 소국인 신흥 국가 조선이 명의 이데올로기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청대의 성리학은 민족주의와 유사한 기능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적으로 성리학을 해석하자면 이 책에 나온 18명의 성현들의 삶은 평가가 애매해진다. 적어도 이 책에 서술된 바로 그분들은 성리학을 거의 교조적으로 믿고 평생 그렇게 살아간 분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리학에 대한 그들의 해석은 다양했다. 중국보다 더 진전된 나름의 학문적 심화를 이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이 특히 청대에 성리학에 국한되지 않고 더 다양한 학문으로 관심을 넓혔던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 성리학에 경도된 조선 사회는 그만큼 활력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실학의 존재를 말하겠으나 조금 공부해본 바로 실학은 결코 조선 사회 전반에 걸쳐 의미있는 세력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어려운 경전의 의미를 깨치는 천재들이 다수이다. 가끔 천재가 등장하는 건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서구식 학문이 아닌 지혜로 가득한 동양의 고전들을 어린 나이에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지 상당히 의문이다. 지금보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조숙했으리라 생각되기는 하지만 그들의 천재적 재능은 과장이 있지 않을까. 한편 그들은 재능에도 불구하고 관직에 나가는 나이가 반드시 이른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여러 사정이 있겠는데 그들이 반드시 정치를 잘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리라.  

부모가 아프면 자기 살을 베어 바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효성의 산물이라지만 이런 이야기는 소름을 돋게 한다. 10대를 갓 넘은 소년은 그 행동이 어떤 의학적 효능이 있는지 알지도 못 한 채 선례가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했을 것이 아닌가. 마음이야 깊이 이해하지만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신봉승님의 책은 처음 읽어봐서 무어라 말하기 힘들지만 책 뒷날개를 보니 이런 종류의 책을 여럿 쓰신 분이다. 이 책은 18현의 위업에 대한 찬양과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원망 등 감정적인 부분이 많아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섯 개 이상의 오타가 눈에 띄었다. 특히 이름을 잘못 쓴 것들은 치명적이다. 고쳐지길 바란다.  

비판적인 내용들을 적어보았지만 이전까지 접하기 힘들었던 주요 성리학자들의 개인사, 그들이 겪었던 정치적 고난들을 인물별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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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rd of the Rings (Paperback, 50, Anniversary) The Lord of the Rings 20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 Mariner Books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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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래 기다려서 받게되었지만 받아보니 대만족이다. 표지는 이미지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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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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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Mr. Know 세계문학 16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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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으로 다 읽으면서 이 책이 인기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전에 한 권으로 나온 오랜된 버전을 읽은 적이 있고, 영화도 재미있게 보긴했지만 이윤기씨가 옮긴 열릭책들의 두 권짜리는 읽기가 참 힘들었다. 나의 무식을 차치하더라도 성경(특히 요한계시록), 중세 유럽사, 기독교사, 기호학, 철학사 등 온갖 지식이 없고서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고통이 순간이 되는 부분들이 즐비하다. 이 어려운 책이 어떻게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수많은 구매자,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소화했을까.

영화 장미의 이름은 책의 정수를 쉬운 방식으로 요약해서 보여줬던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하기론 요한계시록과의 연관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세상이 어떻게 처참하게 멸망하는가를 묘사하는 계시록의 장면들은 공포를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온갖 종말론의 소재가 되어왔다. 돌치노를 둘러싸고 이단이다 아니다 대립하던 당시의 투쟁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마치' 생지옥과 같은 현실을 만들어냈다. 책 속의 상황이 결국 망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보는 시각을 떠올린다면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나 계시록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저자는 경고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인류는 세상이 망할 것 같은 위기를 수없이 겪으면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책은 호르헤가 웃음을 거부한 것을 자신이 믿는 진리에 대한 집착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위기 상황일수록 침착한 태도를 갖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권력은 대대로 웃음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또 웃음은 약자의 무기이되 권력이 될 수는 없다. 웃기는 놈이 권력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번역판의 독특한 점은 하권 말미에 드러나듯 이윤기씨가 두 번 고쳐서 번역을 했다는 점이다. 이윤기씨에 대해서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독자들의 개역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여 더 좋은 번역을 하도록 노력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우리나라 출판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많은 저질의 번역서들을 떠올릴 때 잘못된 번역들을 전문적 지식을 가진 독자들이 지적해주고 이를 출판사와 번역가가 받아들여 고쳐내는 관행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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