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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보다는 늘었지만 볼 만한 책은 더 적었던 2월이다. 그래도 다섯 권을 선정해본다.


조이스 애플비, 가차없는 자본주의


 (신)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비판서라고 할 수는 없고, 자본주의 역사서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전제하고 쓴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체제, 즉 자본주의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라고 하는 점에서 비판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의 글이기에 아주 꼼꼼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한 서양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번역에 참여했기에 번역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까치 출판사의 신간들은 거의 다 구매하는 중이다.





이택광 외, 웃기는 레볼루션


 대표 예능의 하나인 '무한도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신문의 책 소개 코너에서 처음 봤는데 '무한도전' 정도의 프로그램이면 책이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블로그에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도전기에 대한 비판을 썼다고 무한도전 팬들에게 엄청나게 비판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프로그램에 충성하는 고정팬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MBC 파업으로 몇 주째 결방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무한도전이 칭송받는 것은 항상 새로운 포맷 때문을 시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평가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들은 무한도전을 보며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을 법한 정치적 해석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진지한 분석, 읽어보고 싶다. 


정병설, 권력과 인간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니지만 꽤 화제가 되는 책 같다. 영정조 시대는 왜란, 호란 이후 피폐해진 조선이 부흥하는 시대로 많이 여겨지고, 왕들의 개인사에 대한 많은 드라마가 펼쳐진 시대이기도 하다. 그 중 사도세자의 죽음은 하이라이트다. 

 사실 사도세자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면 애초에 학문적으로 제대로 탐구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병설 교수는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를 통해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일들을 연재했고 이 책은 그 내용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기존의 해석에 문제를 느껴 더 많은 사료를 보고 나름의 이야기를 갖췄다고 하지만 소개만 봐서는 크게 새로운 점이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그래도 그간의 뜨거운 반응을 볼 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학문적 성과는 확인해봐야 알겠으나 이야기를 읽는 측면으로서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디디에 에리봉, 미셸 푸코, 1926~1984


 푸코의 도발적인 주장 뒤에는 방대한 지적 배경이 있다. 그래서 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얼마나 이해되는지를 떠나 푸코의 논의들은 한국에서 쿨한 것으로 여겨져 많이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푸코의 저작들은 제대로 번역되지 않거나(번역이 물론 어렵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책은 푸코의 전기다. 생전의 그와도 교류가 있었던 저자가 폭넓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푸코의 삶을 재구성했다. 충실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난해한 푸코의 저작이 그 자신의 인생의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상 잘 된 푸코 평전은 푸코의 저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데얀 수딕, 사물의 언어


 지름신의 가혹한 지배에 사디스틱한 즐거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물건의 디자인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기능이 떨어져도 외관만 좋으면 사고 싶어진다. 외관이 좋을 수록 잘 팔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겉모양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에 충성하게 되면 어떤 제품이 나오건 그 브랜드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대해 철학적이고도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책 소개만으로는 저자가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지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아쉽다. 

 3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에 비해 목차에는 다섯 개의 장 밖에 없는 게 이채롭고, 위에 있는 푸코의 대표 저작 중 하나가 '말과 사물'인데 이 책의 제목이 '사물의 언어'라는 점도 재밌다.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은 고민 끝에 다섯 권 안에는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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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왔는데 출판계는 숨을 죽이고 있는지 지난 몇 달에 비해 신간이 눈에 띄게 적다. 그래서 고민의 시간은 더 짧아졌다.


1. 김시덕, 그들이 본 임진왜란, 학고재

 외국 이야기를 읽는 것은 자신의 상황과 시간적, 공간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임진왜란은 보통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로 결국 조선이 일본을 격퇴한 전쟁으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명청 교체기와 얽힌 동아시아적 사건이었다. 그동안 임진왜란에 대한 시각은 침략을 당한 우리의 시각에서 주로 다뤄졌다. 조선을 도운 명에 대한 자료는 많이 이용되는 것 같지만 침략자인 일본의 입장에 대한 글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풍신수길이 전국시대를 끝내고 내부 불만을 위해 조선을 침략한 것이었는지, 중화질서를 교란시키고 동아시아의 패자가 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 입장에서 이 전쟁의 의미는 상당히 컸을 것이다.

 간단한 책 소개를 읽어보면 이 소설은 일본에서 에도 시대에 유명했던 임진왜란 관련 책들의 내용을 통해 그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인식했고, 침략을 정당화하는지 분석했다고 한다. 원나라와 고려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있었다는데, 나중에 구한말에 실제 한국을 구체적으로 점령할 때는 어떤 명분을 내세웠는지 궁금해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임진왜란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다이나믹스의 일부다. 그러므로 일본의 시각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2. 수전 벅모스, 헤겔, 아이티, 보편사, 문학동네

 제목만 보고는 황당한 소리를 하는 책 같았는데 저명한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책임을 확인하고 주목하게 되었다. 저자인 벅모스는 제목만 들어본 책인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식이 얕아 잘은 모르지만 헤겔이 살던 시기에 아이티 혁명이 있었고 그 사건이 어떤 식으로건 헤겔의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측은 납득할 수 있다. 더구나 책 소개에서 혼란스럽게 설명이 되지만 이 혁명이 헤겔 '정신현상학'의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의 실현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저자는 헤겔이 아이티 혁명에 대해 침묵한 것보다 서구 지식인들이 이 둘의 연관관계에 대해 침묵한 걸 더욱 문제삼는다고 한다. 책 제목에 있는 보편사는 서구근대의 가짜 보편사에 대항한 다원주의의 담론도 아니고 제3세계적 보편사라고 한다.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 '보편적'인지는 책을 봐야 알겠지만 꽤 재미있는 추론이 전개된 것 같다. 헤겔 때문에 골치만 앓고 있는데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다.


3. 페리 앤더슨, 현대 사상의 스펙트럼, 길

 페리 앤더슨하면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라는 오래된 책이 떠오르는데 이 책은 2005년이라는 비교적 최근 저작이다. 제목은 다소 추상적인 '현대 사상의 스펙트럼'인데 내용은 좌, 우, 중도를 모두 다루고 있다. 말 그대로 사상의 스펙트럼인데 이 책에 눈길이 간 것은 칼 슈미트, 레오 스트라우스 등 악명높지만 학문적으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우파 거장들에 대한 설명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이엑, 하버마스, 롤스, E. P. 톰슨,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호스봄 등 과히 현대 사상의 주요 인물이라 할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었다. 한편으로는 어떤 원칙에 의해 이 인물들을 선정했고, 스펙트럼상에 늘어놓게 되었는지 그 기준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믿고 읽을만한 저자의 책이라 기대가 된다.




4. 에이드리언 골즈워디, 로마 멸망사, 루비박스

 로마 멸망에 대해서는 에드워드 기번의 너무나 유명한 책이 있다. 이 책은 로마가 정말 멸망했는지를 묻고, 그렇다는 대답을 한 후 왜 그랬는지 과정을 객관적으로 추적한다고 한다. 

 원래 책 제목은 '로마 멸망사'가 아니라 '서구의 몰락'이다. 부제가 로마 초강대국의 죽음이다. 로마 멸망사라고 하면 단순한 과거 역사를 연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제는 현재 국제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 실제로 책 소개에 나온 선데이 타임스의 서평은 현 상황을 후기 로마 시대와 비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미국 패권을 과거의 제국과 연관시킨 책은 적지 않다. 아마 이 책이 정말 독특하거나 새롭게 기여할 점이 있다면 현재 상황을 염두에 두되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했다는 책 소개가 진실이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로마 제국 멸망사는 진실로 미국의 몰락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5. 헤어프리트 뮌클러, 새로운 전쟁, 책세상

 이 책에 대한 유일한 100자평이 2점짜리 악평이라 얼마나 책이 별로인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책의 목차는 나에게는 꽤 매력적이다. 근대국가가 폭력을 독점했다는 것은 널리 공유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국가가 통제하지 않거나 못하는 전쟁이 증가하고 이것을 저자는 '새로운 전쟁'이라고 칭하는 것 같다. 

 재미있는 건 새로운 전쟁이 사실은 새로운 게 아니고 근대국가들간의 전쟁이 핵심이었던 200년간이 오히려 예외적인 기간이라는 내용이다. 근대국가의 효력 혹은 적실성에 대한 논란은 워낙 오래되어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현재 국민적 정체성 이상을 잘 상상할 수 없는 우리에겐 근대국가 시기와 그 전후를 비교하면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좁은지 깨닫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목차를 보니 많은 독자들에게 어필할 내용은 아닐 것 같다. 2점을 주신 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다섯 개 리스트에 넣지 않았지만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도 중요한 저작이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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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12월의 책들은 11월에 비해 약간 무게가 떨어져보이지만 여전히 재밌는 것들이 많다. 


1. 맬컴 불 엮음, 종말론, 문학과 지성사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2012년이 오고야 말았다. 12월쯤 망한다니 아직 여유도 있다. 새해 벽두부터 왜 종말론이 횡행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를 담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12개의 글을 모은 것인데, 조로아스터교에서 시작하여 기독교, 중세를 거쳐 칸트, 푸코, 데리다, 아도르노까지 근현대의 철학까지를 아우르는 종말론에 대한 종합 학술서다. 세상의 종말, 종말하는데 무엇이 끝난다는 것인지, 끝이면 끝인지, 그 다음이 있는 것인지 종말론에 대해선 따져볼 일이 많다. 2012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유사한 제목의 책들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 책은 가벼운 가십이 아니라 종말론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한 책으로, 연말에 세상이 끝나건 끝나지 않건 올 한 해를 살아가며 고민하는데 도움이 될 만하다. 




2. 브루스 커밍스, 미국 패권의 역사, 서해문집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너무나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의 미국 역사서다. 비슷한 책이 너무 많아 식상한 주제지만 커밍스는 미국 역사를 해양을 중심으로 서술한다고 한다. 즉 대서양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세워서, 대서양 건너 유럽과의 관계를 통해 발전한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한 이후 태평양으로 진출해 세계의 패권국이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관점의 특이성을 논하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저자가 한국 전문가인 이상 미국과 동아시아의 관계를 잘 설명했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국가의 의미는 여전히 한국에 너무나 중요한 주제이기에 커밍스의 이 책은 가벼이 지나칠 수는 없을 듯 하다. 





3. 정민, 삶을 바꾼 만남, 문학동네


좋은 책을 많이 내신 정민 선생님의 새 책이다. 내가 읽었던 책은 <미쳐야 미친다> 밖에 없지만, 정민 교수는 다산에 대한 많은 책을 썼다. 이번에는 다산과 그의 제자 황상의 이야기다.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의 좋은 사례가 펼쳐져있는 듯 한데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공부하며 스승을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책으로 보인다. 










4. 김인호, 조선의 9급 관원들, 너머북스


조선 사회는 불과 100여년 전까지 존속했지만 그 실상이 어땠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사회가 급변해서 조선 사회뿐 아니라 20년 전 일도 생경하니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드라마나 책을 통해 접하는 조선 시대사는 보통 왕을 중심으로 하는 고급 관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 밑에서 실제로 백성들과 대면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실상은 알려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 하급 관료들의 삶을 각 직업별로 다루고 있다. 비구니, 광대도 포함된 걸 보면 관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인구의 다수를 차지할 사람들에 근접한 이들의 실제 삶을 보여주는 것은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5. 앙드레 버나드, 빌 헨더슨, 악평 - 퇴짜받은 명저들, 열린책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시리즈를 많이 갖고 있는데, 이번에 이 출판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서양 고전들이 퇴짜를 받았던 이색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출판업의 등장은 비평가라는 직업군을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신인 작가들은 날카롭고 많은 경우 가혹한 비평을 감내해야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고전들이 처음부터 찬사를 받았던 것도 아니고, 어떤 고전은 생계를 위해 찍어내듯 써낸 것이기도 하다. 책 표지를 보면 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 키플링, 셰익스피어 등등 이름만 들어도 숨막힐 사람들과 작품들이 적혀있다. 이 모든 사람, 작품이 퇴짜를 당했다는 의미리라. 이들, 이 작품들이 어떤 악평을 견뎌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출판이 되어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이외에도 리스트에 넣지 못한 책들이 많다. 박홍순의 "사유와 매혹 1"권은 다루고자 하는 규모 때문에 매우 흥미로우나 선정 도서는 되지 못할 것 같아 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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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리스트에 넣은 신간수는 11월보다 더욱 늘었다. 즉 세 달 연속 늘었다는 말인데 이토록 읽어볼만한 책이 급증하는데 읽을 시간이 없으니 아쉽다. 또 신간평가를 위해 다섯 권만 선정하는 작업은 더 어려워졌다.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인데 선정이 안 될 것 같아 꼽지 못한 책이 생기는 것은 꽤 모순이 아닌가 싶다. 여하간 이번 달의 추천 도서는 다음과 같다.

 

1. 부채, 그 첫 5,000년

 

 매력적인 외피의 신간들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데이빗 그레이버 교수의 부채에 대한 책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시대의 산물인 글로벌 금융 위기로 휘청거리는 현실 때문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일견 경제학 책으로 보이지만 그레이버 교수는 인류학자다. 그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이 근거도 없다고 공격한다. 부채는 인류 사회와 함께 언제나 존재했고, 원래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발췌된 내용을 보자면 그레이버 교수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과 인간이 합리적 행위자라는 생각이 주요 담론이 되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비판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현대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일지 기대된다.

 

 

2. 인민의 탄생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의 신간이다. 꽤나 개인적인 관심사로 추천을 하는 것이지만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책으로 보인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송 교수는 국문학에 대해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송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 이론의 수입이 아니라 비교적 국내적 동학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훈민정음, 즉 한글 언문이 기존의 한문, 성리학 중심의 양반 지배 담론을 점차 대체해나가는 과정에 주목한 책인데, 시대는 비록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요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인기를 끌고 있어 연결시켜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공론장'이 핵심 키워드인데, 이 책은 한국의 근대를 연구한 것이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전한다고 한다.  

 

 

 

3. 캘리번과 마녀

  책의 주제가 매우 흥미롭다.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 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페미니즘은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페미니즘의 시각이 남성 중심의 주류 이론을 교정하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주의를 위해서 여성이 마녀가 되었어야했지는 의문이다. 돌아보면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그럴까. 그걸 저자가 밝혔길 바라는데, 설사 효과적으로 그 작업을 해내지 못했더라도 주장 자체의 신선함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 푸코의 방법론을 적용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4. 히틀러와 홀로코스트

세계대전 최대의 비극이자 전후 최대의 미스터리이기도 한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는 너무나 끔찍하기에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고통이다. 하지만 눈을 돌릴 수는 없다. 이 책은 이 분야 전문가인 위스트리치씨에 의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입문서로 쓰여졌다고 한다. 가장 궁금한 점인 홀로코스트를 누가 일으켰고, 어떻게 진행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는 등 홀로코스트의 '전모'를 밝힌 책이라고 한다.

 

 

 

 

 

 

 

5.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의 철학

 

철학은 어렵다. 그러므로 쉽게 설명하는 책이 있다면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은 너무 많아서 진정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다섯 개의 리스트에 굳이 포함시킨 것은 책의 목차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목차에는 정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죽 적혀있다. 저자 부르크하르트는 이 사소한 것들의 기원으로 거슬러올라 그것이 원래 어떤 의미였는지를 밝히고, 원래 사소한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사상이 담겨있었음도 증명한다. 책 소개를 보면 알파벳 이야기는 위에 소개한 '인민의 탄생'과 비슷한 내용인 듯 하고, 그리스 신전에 바쳤다는 동전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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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본격적인 가을이었기 때문일까 9월에 비해 읽어보고 싶은 신간들이 거의 두 배는 더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추천 신간을 고르면서도 더 많이 고민해야했다. 내가 선정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1. 박정희의 맨얼굴

 아침에 트위터를 확인하다 발견한 책이다. 시사인에서 트윗했는데 확인해보니 시사인에서 출판한 책이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뜨거운 주제인데, 이 책은 박정희 정권의 경제 발전을 '신화'로 규정하고 그 실상을 파헤치겠다고 한다. 참가한 연구진의 이름은 화려한 편이다. 스스로도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 원래는 박정희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할 수도 있는데 책을 직접 읽어보고 확인해야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에 대한 막연한 향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이 책이 밝혀내고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학문적인 것 이상일 것이다. 가장 기대되는 책이다.

 

 2. 요리 본능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 그렇게 인간이 특별한 위치를 자임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종교에서 찾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도구나 언어가 많이 언급되고, 호이징하처럼 놀이에 주목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 리처드 랭엄은 요리에 주목했다. 그냥 요리가 아니라 불로 하는 요리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가 떠오리지 않을 수 없는데, 화식이 인간의 독특한 습성이라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진화와 연결되는지는 꽤 많은 보충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저자는 인간과 비슷한 종인 침팬지를 관찰하고 또 초기 인류의 특징을 간직했을 것으로 기대되는 원시부족의 삶을 통해 이 과정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역시 읽지 않은 관계로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매우 흥미로운 주제임은 분명하다. 

 

 3. 루소의 개 

표지부터 장난기가 가득하며 제목도 도발적인 '루소의 개'. 장 자크 루소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워낙 다방면의 해석이 가능해 정체 파악이 힘든 인물이다. 그런데 루소뿐 아니라 데이빗 흄까지 한꺼번에, 그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 있다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추리 소설처럼 읽을 수도 있다니 금상첨화다.

 

 

 

 

 4. 만들어진 악마  

신과 악마라는 테제는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패러디한 듯한 제목의 '만들어진 악마'(도킨스의 책이 그랬듯이 이 책의 원제도 '만들어진 악마'는 아니었다). 저자는 종교에서 먼저 태어난 신적 존재는 악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신 자체가 선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선하기만한 신이라면 세상에 만연한 악을 설명하기가 곤란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신이 선하다고 주장하려면 악마는 존재해야만 하고 그래서 여전히 악마는 종교 담론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저자인 폴 캐러스는 1850년대에 태어났으므로 이 책은 거의 100년은 묵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하여 악마에 대한 연대기를 잘 정리한 책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또한 읽어보고 싶어진다.

 

 5. 증여의 수수께끼    

 인류학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지만 마빈 해리스의 책에서 포틀라치에 대해서 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증여 연구로 가장 유명한 학자는 마르셀 모스다. 저자 고들리에는 자본주의 경제의 지배하에 적실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마르셀 모스와 레비 스트로스의 논의를 구해내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증여의 경제는 자본주의 경제와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무모하게 보이는 포틀라치가 명예욕이라는 근거를 통해 나름의 합리성을 부여할 수 있는 행위이므로 최근 세계적 갑부들의 기부 행렬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추측이 되긴 하는데 1990년에 쓰여진 이 책이 어느 정도까지 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문학동네가 인문학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선정한 이 책도 읽고 싶은 것 중 하나다.  

 

구글 크롬으로는 이 글 작성이 불가능했다. 상품 정보 넣기가 되지 않기 때문인데 수정을 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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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1-11-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추천 못했지만, <박정희의 맨 얼굴>이 무지하게 땡기네요.

RyanBen 2011-11-10 01:26   좋아요 0 | URL
저 같은 경우 추천하신 <일본 내셔널리즘 해부>를 리스트에 넣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추천을 안 할 것 같아 뺐어요.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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