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같이 하는 정치경제학독서소모임 발제>


6장 – 복지국가 유형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형


  노동시장에 대한 기존의 관점은 몇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노동시장 역시 가격 지표와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주류경제학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사관계의 유형에 따라 노동시장의 형태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제도주의의 관점이다. 또한 사회학의 관점에서는 계층이동의 기회균등 여부를 중심으로 노동시장을 분석한다. 이런 관점들은 복지국가의 정책과 노동시장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포착하지 못하며, 이런 관점들에 의해 구상된 정책은 국가와 노동시장의 엄격한 분리, 그리고 노동시장에 대한 국가의 불간섭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엄격한 분리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세 가지 소리없는 혁명이 있다. 첫째는 완전고용의 대상이 비-남성으로 확대됨으로써 복지국가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복지국가가 고용하는 노동자의 수가 동시에 늘어났다. 둘째, 복지국가는 잉여인력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넘어서는 다양한 목적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어내야만 했다. 셋째, 사영 기업에 대한 규제를 넘어서서 복지국가 자체가 노동시장에 큰 영향력을 지닌 고용주로서 대두되었다. 이런 변화 이후 복지국가와 노동시장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성립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동의 공급을 결정하는 조건(퇴직), 노동계약 상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권의 확보 정도(유급결근), 그리고 노동수요라는 세 가지 지표에 주목해보도록 하자.


  사람들은 여가의 향유나 연금의 수준 같은 단순한 이유로 퇴직을 결정하지 않으며, 복지국가가 제공하는 다른 많은 사회정책들을 고려한다. 특히 장기실업의 위험은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보수주의 복지국가는 위험도 높지만 연금수준도 높기 때문에 퇴직률이 높다. 사민주의 복지국가는 위험이 낮기 때문에 연금수준과 무관하게 퇴직률이 낮다. 이것은 일할 권리를 헌법의 수준에서 보장하는 두 유형 사이의 차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퇴직은 연금 수준과의 관계에서 해석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국가 전체의 완전고용을 유지하고 경제의 완급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이용되었다.


  유급결근은 상실된 노동능력을 회복시켜주려는 의도에도, 일하고 싶지 않을 때(일하지 않아야 할 때) 유급의 휴가를 주는 방향으로 확대되었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불만 표시의 수단이나 고용자의 시장 대응 전략으로도 사용가능하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놀고 싶어하는 단순한 욕구의 충족이라는 시선으로 유급결근을 파악해서는 안된다. 유급결근일수는 사민주의, 보수주의, 자유주의 복지국가 순서로 점점 줄어든다. 또한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유급결근일수 중 상당수는 비-상병결근인데, 특히 출산-육아휴직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보수주의나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그 비중이 크지 않다. 이런 결근일수의 차이는 법제화(미국) 또는 절차의 복잡함(캐나다), 결근 중 급여의 수준과 지급주체의 차이(독일, 프랑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가는 그 자체로 노동시장에서 큰 수요를 발생시키는 주체이며, 특히 행정 등 본연의 업무 이외에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막대한 고용을 창출한다. 사민주의 국가는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의 국가의 고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보수주의 국가에는 그 비중이 낮다.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사회 서비스 분야의 종사자는 많지만 대개는 사영 기업이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7장 – 복지국가의 유형에 따른 완전고용정책의 차이


  복지국가는 완전고용의 달성과 경기의 안정이라는 모순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한 편에서는 완전고용의 달성에 무게를 싣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경기의 완급을 조절해 실업을 일부러 유발시킴으로써 완전고용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응한다. 우리는 각 나라들이 이 두 가지 정책 방향 중 한 가지를 채택하게 되는 이유와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그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해보아야 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가 복지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적 모형들이 출현했다. 스웨덴은 강하고 광범위한 노동조합과 연결된 노동자 정당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경영권 불간섭과 완전고용을 맞바꾸는 긴 기간의 사회계약을 만들어냈다. 반면 미국은 사업장 별로 협상이 파편화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정부는 거시경제정책의 조정을 통해 완전고용의 요구를 잠재웠다. 이 두 가지 극단적인 모형 사이에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하지만, 모형들을 단순화하기 위해 북유럽, 독일과 미국을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은 뉴딜 정책을 통해서 강한 복지국가로 변하고자 했으나 파편화된 정치세력들 사이의 이해 충돌과 정치적 반대에 직면했다. 결국 이들을 극복해내지 못했으며, 완전고용과 복지 서비스 확충을 위한 다양한 입법은 좌절되거나 폐기되었다. 영국 또한 완전고용에 수반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고,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긴축정책은 노동자 계급의 반대를 불러왔다. 북유럽의 여러 국가들 또한 비슷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었다. 자영농이 정치적 다수파였던 덴마크에서는 한동안 거시경제정책 조절이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복지국가체제는 뒤늦게 성립되었다. 반면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잘 조직된 노동조합과 노동계급 정당이 주요한 정치세력이었고, 이들이 복지국가체제의 성립을 주도했다. 스웨덴은 소득을 통제하는 정책 대신 이직이 자유롭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완전고용을 달성하고자 했다. 또한 노르웨이에서는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임금과 투자에 대한 노동자-고용자의 상호확신을 이끌어냈다. 마지막으로 독일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통해 임금인상의 압력이 없는 완전고용을 달성해냈으며, 이후 북유럽의 모형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1960년대 이후 선진국의 노동시장은 완전고용에 상당히 근접한 정도로 변화하였고, 이는 임금인상의 압력으로 나타났다. 임금인상의 압력은 국제적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국가는 몇 가지 방식으로 대응했다. 첫째는 디플레이션 유발, 둘째는 소득 동결, 셋째는 노동자-고용자 사이의 새로운 연대방식 설정, 넷째는 새로운 노동력 공급 유발이다. 첫째는 일시적이었고, 둘째는 고용자들만 이익을 가져간다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셋째는 정치적인 불안과 그에 따른 협상파기 그리고 협상의 결과로서의 공공투자와 지연된 임금(이연임금)에 따른 공공재정의 부담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가는 결과적으로 임금인상의 압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노동조합들은 긴 안목보다 눈앞의 성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띄게 되었고, 국가는 이런 상황에서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지연된 임금 전략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미국의 빈곤과의 전쟁,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연금 급여 인상, 물가연동제, 소득대체율 인상이 그 예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도 지연된 임금의 규모가 늘어났고,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노동자의 경영참여 또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는데, 이것은 사영 기업의 경영에 대한 국가의 불간섭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폐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 이런 상황은 인플레이션과 세금 증대에 따른 임금인상의 압박, 노동조합의 분열과 근시안화라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경제적 격동기인 1970년대에는 복지국가가 경기의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후 여러 국가들의 정책 선택에 다양한 모형이 나타났다. 가능한 대안으로 여겨지는 임금억제+재취업 프로그램 활성화 묶음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첫째, 노동조합들은 현재의 피고용자들의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감수해야만 실현가능한 미래의 피고용자(현재의 미취업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다. 둘째, 정부는 그 당시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자에 허덕였다. 셋째,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선진국들 내부에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동자와 고용자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었다.


  여기에 미국은 거시경제 관리와 시장규제로, 북유럽 국가들은 국가의 직접 고용으로, 독일은 노동자 은퇴로 대응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은 빚을 내서 사회보장 프로그램과 공공 근로 고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노르웨이는 유전에서 나온 기름을 팔아 복지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을 마련했다. 스웨덴 또한 세수가 정체된 상황에서 빚을 내어 완전고용을 유지하였다. 80년대에 만들어진 임금소득자기금은 기업들이 초과이윤 등을 합쳐 내는 방식 때문에 고용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독일은 정치권과 금융계가 위기해법을 놓고 갈등을 겪었으며, 긴축재정을 시행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줄이고 대대적인 노동자 은퇴 정책을 추진했으나, 이는 오히려 사회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리는 반작용을 낳았다.


  위에서 이루어진 고찰은 경기 안정과 완전고용의 동시 달성 가능 여부,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들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이뤄졌다. 핵심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으나, 그 합의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양했다. 그리고 이런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복지국가이다. 복지국가는 두 가지 역할을 맡는다. 하나는 분배의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키는 것, 나머지 하나는 분배에 개입하는 권력을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것. 한 때 이 두 기능이 스웨덴에서는 효과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스웨덴에서조차도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이 의회권력과 고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력을 상실하면서 복지국가가 이런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8장 – 복지국가 유형에 따른 포스트 산업사회의 노동 시장의 분절화 양상


  포스트 산업사회는 이전의 산업사회와 다른 고용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같은 포스트 산업사회에 진입하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복지국가의 유형에 따라서 다시 고용구조가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각 유형의 사회마다 고유한 계층적 고용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고유한 고용구조 또한 완전고용정책이나 서로 다른 노동시장 유형과 마찬가지로 복지국가와 노동시장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스웨덴, 독일을 전형적인 사례로 살펴보게 될 것이다.


  포스트 산업사회의 고용구조의 전형적인 특징은 제조업 분야 성장의 둔화와 서비스 분야 고용의 폭증이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제조업 분야의 실업자들이 서비스 분야로 모두 옮겨가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관적인 사람들은 제조업 분야의 실업자들이 실업상태로 그대로 남음으로써 포스트 산업사회에 걸맞은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비관적인 관점 중 하나는, 서비스 분야는 제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며 그 임금은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보몰 가설). 그러나 이 주장은 실증적으로도(유럽 사례 연구), 이론적으로도(생산성 개념의 정립 불가능) 비판의 여지가 있다. 또한 서비스 분야 또한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도, 대체불가능한 영역을 예로 드는 것에 의해 반증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비스 분야를 단순히 하나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 영역과 연관이 많은 것과 적은 것 등으로 나누어 조사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전통적인 세계에 속하는 서비스 산업과 포스트 산업사회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서비스 산업을 나누어서 분석할 것이다.


   우선 그 규모로 보았을 때, 미국과 스웨덴에서는 고용이 대폭 늘었지만 독일에서는 늘지 않았다. 특히 앞의 두 나라에서는 여성 고용이 대폭 늘었지만, 독일은 늘지 않았다. 노동시간의 경우는 미국은 늘었고 스웨덴은 그대로이며 독일은 줄어들었다.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 독일과 스웨덴은 대폭 늘어났지만 미국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 세분화해서 일자리의 유형을 분석해보았을 때, 스웨덴은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의 여성 고용이 대폭 늘어난 반면 미국에서는 경영관리와 재미 서비스 분야의 고용이 대폭 증가했다. 고급(고임금?) 일자리와 저급(저임금?) 일자리를 나눠서 보았을 때에는 전체적으로 포스트 산업사회에 속하는 분야들이 산업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고급 일자리와 저급 일자리 모두에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차이가 생기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스웨덴의 경우 국가가 사회 서비스 분야에 여성을 대거 고용한 것으로 드러난다. 독일은 국가가 여성의 고용에 무관심한 모습이다. 미국은 남녀 모두 대부분의 고용을 시장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포스트 산업사회로 나아감에 따라서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관리자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또한 이들은 대부분 사영 기업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이며, 국가를 대신해 여러 정보들을 제공해줄 서비스업자들이 생겨났다. 이것은 복지국가체제에 큰 진전이 없는 미국의 특징이다. 포스트 산업사회로 들어가는 각 국가의 산업구조는 어떠할까? 독일은 전반적인 고용감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즉,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영역이 증가하는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며 미국의 경우에는 재미 서비스의 급증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직군별 상대적인 규모를 보았을 때, 독일은 여전히 공장노동자들의 위상이 높으며, 스웨덴은 사회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전반적인 성장을 기록중이다.


  포스트 산업사회의 고용구조에 대한 전망에는 낙관적인 것과 비관적인 것이 공존한다. 지식과 과학적 정보들을 처리하는 고급직군의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소수의 지식노동자와 대다수의 프롤레타리아화로 귀결될 것인지. 고용의 질을 분석해보았을 때, 독일은 중간과 상급이 다수를 차지한다. 스웨덴은 상급이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은 상급의 주목할만한 비율에도 불구하고, 하급의 직군들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전체적으로 포스트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비교적으로 상급의 일자리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소수자에 초점을 맞출수록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소수자들의 직군에 관한 분석은 계층이동이라는 의미 이외에도 직종의 분절화라는 경향 또한 같이 보여준다. 우선 성별에 의한 직업의 분절화 경향은 전체적으로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에서는 이런 추세가 다소 덜하며, 스웨덴에서는 직업을 가지되 사회 서비스 직군에 몰려있다. 미국의 흑인과 히스패닉 또한 중간이나 상급 직종으로 점점 진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히스패닉보다 흑인에게서 더 뚜렷하다. 주목할만한 것은, 스웨덴에서는 여성들이 직업을 갖는 기회를 점점 더 많이 잡고 있음과 동시에 여성들이 사회 서비스직에 집중되어있는 또 다른 분절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분석들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포스트 산업사회를 향한 진입은 사회 전반의 직업적 상승을 야기했으며, 특히 소수자들에게 직업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혀주었다. 허나 그 속에서 또 다른 분절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독일은 예외적으로 고용 자체가 줄어들고 산업사회 분야의 주도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독일은 이제 제조업에서의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복지국가체제가 잘 갖춰져 있으나 여성 직종의 분절화가 심각하다. 즉, 여성을 많이 고용하는 공공부문과 남성을 많이 고용하는 사영부분이 뚜렷하게 나눠지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 전반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의 성장과 인종적, 성적 편향성의 개선을 이뤄냈다. 그럼에도 고용구조가 압도적으로 좋은 일자리와 압도적으로 나쁜 일자리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서두에서 제시된 보몰 가설은 이들 국가들의 포스트 산업사회를 향한 변화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한다.
 


9장 결론 – 미래예측


  지금까지 복지국가의 유형들을 구분하고 탈상품화, 권력동원, 고용구조 등의 측면에서 그 궤적을 추적해보았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조심스럽게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미국은 관리와 재미 서비스가, 스웨덴은 사회 서비스가, 독일은 여전히 생산직이 주도하는 경제구조로 변화해왔다.


  스웨덴의 경우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완전고용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며, 여성이 일을 하게 만드는 다양한 유인들을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세수에 있어서 한계가 있고, 이들은 임금인상의 압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소득정책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소득정책은 압박에 대처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지 못한다. 독일의 경우 긴축정책에 기울어있고 보수주의적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고용구조를 유지하고 고용규모를 축소시키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는 여성의 배제와 공공서비스의 정체, 그리고 이후 퇴직자들의 증가로 인한 국가재정의 압박이 예상된다. 미국은 알려진 편견과는 다르게 상급의 일자리와 하급의 일자리가 모두 함께 증가하였지만, 사회 서비스 영역이 여전히 사적인 것으로서 시장에 의존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기업들은 각자가 연금 등과 관련된 추가적인 대책들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며, 이런 일을 대신하기 위한 상당한 규모의 관리자와 관리비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시장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면서도 노동시장의 분절과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국가 전체에 확대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또한 분절화에 잇따르는 계층화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계층화는 모든 국가에서 단선적으로 부르주아지-프롤레타리아트 대립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계층화의 양상 또한 복지국가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스웨덴의 경우 민간-남성과 공공-여성의 분절과 대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현재의 피고용자(내부자)-현재의 실직자(외부자)의 구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이 직업을 갖지 않기에 가족 내 부양자는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게 되고, 또 이들은 더 적은 세금을 부담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금체계를 둘러싼 부양자-피부양자 갈등, 일자리를 둘러싼 내국인-외국인 갈등 등도 내포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적으로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여전히 하급 일자리에서는 소수인종과 여성들이 과대대표 되어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해볼 때,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낙관적 전망은 이런 개선의 경향이 계속되어 고용구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과대대표 현상이 서서히 줄어들며, 현재의 상태는 계층상승을 위한 통과의례로서의 상태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비관적 전망은, 같은 소수자 집단 사이에서 계층이 형성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되리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퇴근의 역사 - 매일 5억 명의 직장인이 일하러 가면서 겪는 일들
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직 출근을 해본 적이 없다.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비슷한 경험이라면, 10년 가까이 다닌 학교 통학일거다. 경기도 버스, 환승, 도시철도, 환승, 다른 도시철도, 마지막으로 마을버스. 이 과정을 뒤집으면 집으로 향하는 길. 날마다 10분의 1, 10년의 10분의 1인 1년을 지하철에서 서있거나 앉아있었다. 한동안은 이 시간을 쓸 줄 몰라 선로 위에 버렸고, 나름대로 세워본 꼼꼼한 계획은 같은 시간에 어디론가 향하는 빽빽한 사람들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내게 통학은 더할바없는 지루함이었다. 저녁을 늦게까지 먹고는 친구집에서 잔 뒤 다음날 일어나고 5분만에 강의실에 도착할 때는, 내 삶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내게 통근은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며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하는 이 책은, 이상했다. 마치 통근 없이 집에서 일하는 것은 사회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시대적 태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통근이 전국 표준시의 확립, 사회간접자본의 확산, 신기한 발명을 포함한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문학과 기술서적과 팜플렛을 오고가는 어마어마한 주석과 참고문헌이 통근의 힘을 증명해준다고 말하니,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이 책에 담겨있는 풍부한 정보를 읽다보면,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 대한민국의 대도시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경험이 자연스레 겹쳐보인다. 한국이 뒤늦게 압축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기 언급된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볼 때 최초의 몇몇 사건들은 그렇게 많이 떨어져있지도 않았다. 서울의 통근이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압박은 다른 주요도시들도 경험했으며, 완화시키기 위한 제안도 우리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 사람 사는 곳은 이리도 닮았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글쓴이인 저자와 읽는이인 나는 미래의 통근에 도달했다. 통근이 사라진 사회는 새로운 중세가 될까, 아니면 통근이 우리에게서 뺏어가는 시간이 무한소로 수렴할까. 자동차 통근이 대세인 상황에서 대체수단은 아직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다소 비관적인 결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작 150년전에 등장한 미국 최초의 자동차가 사람이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수준이었다는 것 또한 기억하고 있어야한다. 그만큼 전망은 쓸모없고, 통근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미래는 열려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를 제외한 모든 단편은 신을 다룬다. 신과 인간의 관계, 신의 상태에 다가가려는 인간의 노력, 무경계와 확실성이라는 신의 인식, 영원한 현재라는 신의 시간, 이름짓기라는 신의 기능, 기적과 감추어진 섭리라는 신의 현전. 이들 모두는 인류가 신을 초월성에 귀속시킨 이래로 그에게 부여해온 속성의 역사의 일부다. 이 단편들은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내게 그 내용은 초월성의 내용을 모색하는 철학적 사색의 일부다.


나머지 예외적인 단편 하나는 외모지상주의와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계를 둘러싼 논쟁을 다룬다. 그러나 단순히 외모지상주의라는 주제만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자율과 강제, 자연과 문명화, 주장과 동기-의도 등과 같은 인간의 사회를 둘러싼 굵은 주제들이 촘촘히 엮여들어가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목소리를 낸다. 또는 그렇게 보이게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작가의 상상이 뻗어나간다. 다른 주제에 관해 한 번쯤은 떠올렸을법한 생각들, 그리고 아마 한 두 번쯤은 SNS에 개진해봤을 의견들. 다소 추상적인 다른 단편들에 비해, 이 단편은 현실과 접점이 많고 나를 거울에 비춰보는 것 같아 약간은 부끄러웠으며 그래서 가장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마루야마 마사오- 주체적 작위 파시즘 시민사회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김석근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013년 7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5년 02월 13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정명도와 정이천의 철학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 지음, 이현선 옮김 / 심산 / 2011년 2월
20,000원 → 20,000원(0%할인) / 마일리지 200원(1%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5년 02월 13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