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 - 신앙과 과학의 통합을 추구한 우리 시대 기독 지성 25인의 여정
리처드 J. 마우 외 지음, 캐서린 애플게이트 외 엮음, 안시열 옮김 / IVP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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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직 번역이 되기 전에 우연히 알게 되어 아마존 eBook으로 읽었습니다. 총 25명의 필자 중 과학자가 대략 반, 신학자/목회자가 대략 반 정도 되는 것 같더군요. 그 중의 한 분은 헐리우드에서 영화제작을 하시는 분이시구요.

25명의 필자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많은 신학자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1번 필자는 제임스 K. A. 스미스입니다. 최근에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라는 책이 출간되었고, 읽으신 분들이 다들 좋은 평을 남기시고 있더군요.

2번 필자는 스캇 맥나이트입니다. 최근에 한국에 여러 권이 번역되어 소개 되었는데, 그 중에 전 <예수 신경>을 읽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가지로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4번 필자는 <오리진>의 저자이고 바이오로고스의 이사인 데보라 하스마 입니다.

5번 필자는 <창세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저자인 트렘퍼 롱맨 3세 입니다. 복음주의 정통 구약학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창조 기사 논쟁>에도 글을 쓰셨지요.

8번 필자는 프랜시스 콜린스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주도한 세계적인 과학자이시면서, <신의 언어>라는 책으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기도 했던 분입니다.

11번 필자는 존 오트버그란 분으로 오래 전에 이 분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드물게도 지성적인 신앙을 강조했던 분으로 기억했는데, 역시였습니다.

17번 필자는 톰 라이트 입니다. 워낙 유명한 신약 성서학자이시죠.. 근본주의와 분리가 어려운 미국 복음주의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영국 복음주의 전통에서 보는 미국의 창조과학에 대해서 얘기 합니다.

25번 필자는 풀러신학대학교의 총장인 리처드 마우입니다. <무례한 기독교>를 오래 전에 읽으면서 상당히 합리적인 신앙의 모습을 가지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여기에 글을 쓰셨네요.

데보라 하스마와 프랜시스 콜린스를 제외하고는 과학자는 대부분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각자 자기 전공 분야를 벗어나면 서로 잘 모르지요. 그래도 이 분들의 프로필을 보면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하는 분으로 보입니다.

창세기가 쓰여진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알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창세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명제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리스트된 모든 신학자/목회자 역시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요.

<창조 기사 논쟁>의 토드 비일 같은 문자주의 해석은 구약학계에서는 소수가 될 수 밖에 없을 것도 같습니다. ‘학문’이라는 특성을 인정하고, 그 ‘학문’ 활동의 기반이 되는 이성을 하나님의 도구로 인정한다면요.

반면에 과학자들이 성장과정에서 느끼는 바는 신학자들과는 또 다른 것 같습니다. 그들은 주변의 교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교회 안에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껴야 했다고 토로합니다. 교회에서는 제대로 말을 못 꺼내고 한숨만 쉬고 있거나, 학계에서는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학문적 성실성에 대해 의심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분들은 ‘진화적 창조론’을 접하면서 ‘젊은 지구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며, 바이오로고스와 프랜시스 콜린스의 역할이 컸음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읽으면서 다소 신기했던 것은 ‘오랜 지구론’은 자취가 없고, 항상 질문은 ‘젊은 지구론’ 이냐 ‘진화적 창조론’ 이냐로 나타났다는 점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근본주의 영향 아래에서 가장 근본적인 극단의 형태인 ‘젊은 지구론’이 대세인가 봅니다. 복음주의권 내부에서 창조과학을 비판한 마크 놀의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이 나온지 20년도 더 되었는데, 미국에서의 ‘젊은 지구론’은 여전히 그 위세를 잃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의 과학자분들의 수십년 전의 과거에서 뿐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도 그런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25개의 글 모두 책의 제목을 반영해서 자신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삶의 각 단계에서 어떻게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얘기할 때 이론적인 부분들이 나오긴 합니다만, 전체적인 흐름은 짧은 자서전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들 필자들 모두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번역이 되어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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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무실의 정치학 : 권력이 강한 사람에 맞서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할 것인가? - 권력이 강한 사람에 맞서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할 것인가?
잭 고드윈 지음, 신수열 옮김 / 이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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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정치학 - 잭 고드윈
The Office Politics Handbook

사무실 정치학 핸드북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다소 사변적이다. 특히 앞부분은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원래 저자의 문장이 그러한 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개성 형성', '자기 숙달' 등 저자가 비중있게 사용하는 용어들의 정확한 정의가 잘 와닿지 않았다. 수많은 오타로 인해 번역 및 편집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긴 했다.

치명적일 수도 있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몇몇 부분은 유용했다.

전체 7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8개의 정치 원형을 소개하는 6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앞부분은 각 장마다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그 논지는 6장으로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

6장에서 소개하는 8개의 정치 원형은 다음과 같다.

원형1 : 섬김의 리더 
원형2 : 반항인
원형3 : 멘토
원형4 : 은둔자 - 지혜로운 퇴각, 은인자중하면서 기회를 보고 힘을 비축
원형5 : 유도 사범 - 부드러움으로 상대의 힘을 이용
원형6 : 저항인
원형7 : 기회주의자 -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
원형8 : 생존자 -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도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극을 자기 숙달로 채우면서 인내하는 것

살아가면서, 일상에서나 일터에서나, 우리는 각자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통해 적절하게 다른 원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5장 까지에서 몇몇 유용한 부분과 6장은 꼭 재독을 해야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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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대한 생각 - 월스트리트가 가장 신뢰한 하워드 막스의 20가지 투자 철학
하워드 막스 지음, 김경미 옮김 / 비즈니스맵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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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 또는 싸이클에 대한 통찰

저자인 하워드 막스는 이전에 미처 잘 몰랐던 분이었는데, 이 분의 책 '투자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되고 나서 찾아보니, 최근에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이 출간되었더군요.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은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어서 출퇴근 길 버스 안에서는 전자책으로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을 읽었고, '투자에 대한 생각'은 하드커버의 종이책이어서 집에서 시간 날 때만 짬짬이 읽었습니다.

두 책의 내용은 서로 포커스가 다소 다르고 내용도 상이한 부분이 많으나, 주기 또는 싸이클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나온 책이 싸이클에 더욱 상세히 포커스를 하고 있긴 합니다.

경기는 언제나 싸이클을 타게 마련입니다. 아무런 펀더멘탈의 변화가 없어도 사람의 심리만으로도 싸이클을 따라 움직이기에 외부 영향 등의 변수가 있다면 더더욱 판단하기 어렵겠습니다. 싸이클의 저점에서 매수하고 싸이클의 고점에서 매도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주식으로 부자가 되겠지만, 저점을 저점으로 알아고보 고점을 고점으로 알아보지 못하기에 저점까지 가격이 내려오고 고점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겠습니다.

하워드 박스는 나심 탈레브의 견해를 높게 평가하는 입장이어서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현재를 돌아보자는 겁니다. 현재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어떤 심리적 상태인가. 특히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주류라면 그때가 매수 시기이고, 모든 사람이 상황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는 때라면 그때가 매도 시기라고 합니다.

하워드 막스의 2권의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올랐던 것은 2008년도의 금융위기의 이전과 이후의 상황들이었습니다. 2006년도 에 이미 미국의 일부 지방에서는 부동산 거래 절벽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매수세는 가격이 높다고 판단하기 시작했고, 매도 세는 가격을 떨어 뜨리지 않으면 안 팔리는 정도의 가격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이미 2006년에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거창했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를 알리는 소리는 작게 묻혀 있었습니다.

2008년의 폭풍이 몰아칠 때, 부동산 뿐 아니라 주식 시장까지도 급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때는 또 왜 그렇게 비관론이 득세를 했는지, 너도나도 주식도 팔고, 펀드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그 무렵에 크게 떨어졌었지요.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2015년 초반부터 반등세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2015년 하반기에는 전고점에 거의 다가갔었습니다. 주식 시장도 그러한 분위기는 유사했구요. 2008년 무렵의 저점에서 매수 했으면 큰 수익을 올렸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지금은 과연 어떤 시점일까요?

1929년의 미국 대공황 시절, 케네디가의 아버지는 거리의 구두닦는 사람들이 주식 산 것을 얘기하는 것을 보고 매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탁월한 안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심리에 반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어떤 시점일까요?

장기 상승을 앞두고 잠시 숨 돌리는 것일까요? 아니면 지난 오랜 상승세를 마감하고 저점을 향해 내려가는 슬로프의 시작일까요?

돌아보면 쉬워보이지만, 현재를 판단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워드 막스의 탁월한 점은 단지 현재를 보고 분위기를 판단하는데만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장 평균, 기초 체력, 펀더멘털 이런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했기에 저점인지 고점인지에 대한 판단도 보다 명확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다시 기본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기본을 알고 나서야 저점이냐 고점이냐 판단도 가능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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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하늘의 물레 환상문학전집 33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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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르 귄의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어스시 시리즈도 구해 놓고 언젠가 읽으리라 소장만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하늘의 물레>는 뭔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네요.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의 내용대로 주변의 세계가 바뀌어 있게 되는 주인공.

그 능력을 알고 좋은 뜻으로 이용하려 하는 정신과 의사
꿈은 무의식의 영역이라 '좋은 뜻'이 있을 수 없다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에 자신의 의지를 여러가지 논리로 관쳘하려는 의사

주인공이 만나게 된 운명의 그녀는 주인공을 다음과 같이 바라보게 됩니다.

무한한 가능성, 구속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조각되지 않은 존재의 한계 없고 절대적인 완전성이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일 뿐이면서, 모든 것인 존재. 요컨대 그녀는 그를 그렇게 보았고, 그러한 통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그의 힘이었다. 그는 그녀가 지금껏 알았던 사람들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결말은 주인공만큼 '강하지'못했던 의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주인공만큼 강하지 못했던 거죠. 작가의 관점에서.

여러가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어슐러 르 귄은 역시 다른 작품들이 기대가 되게하는 작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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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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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황윤영, 푸른책들

이 책은 총 2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니것의 단편집입니다. 지난 6월에 커트 보니것의 <세상이 잠든 동안>을 읽었던 지라, 이 작가의 작품이, 특히 단편집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세상이 잠든 동안> 에서 보다 전반적으로 50년대에서 60년대 초반까지의 미국의 분위기를 더 잘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는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50~60년대의 상황을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잘 이해가 되는 단편들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소련을 중심으로한 공산국가들과의 냉전 체제가 굳어지던 시기인 50년~60년대인지라, 인류를 종말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과학기술의 오남용에 대한 두려움, 공산주의의 과도한 평등주의에 대한 거부감, 과도한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감 등이 배어 있는 단편들이 있었습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생생합니다. 전혀 다른 시간대와 장소의 사람들인데도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 그만큼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리며, 인간 본성의 측면들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됩니다. 


커트 보니것은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드레스덴에 있었다고 합니다. 드레스덴. 

독일의 약 8개월에 걸친 런던 대공습때 약 4만여명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연합군의 드레스덴 폭격에서는 단 3일만에 2만5천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거대한 화염폭풍이 몰아쳐서 일단 산소부족으로 기절했다고들 하니, 얼마나 끔찍했을지. 그의 반전 의식은 그때 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합니다. 문명의 산물과 그 미래에 대한 시니컬한 관점도 그렇구요.

25개의 단편에 대한 느낌을 간략하게 적어 보았습니다. 이걸 적으면서 어떤 것이 가장 좋았을까 순위를 매겨보려 했으나 포기했습니다. 25개중 대부분의 작품들이 묵직하게 뭔가를 느끼게 하고, 그러면서 씁쓸한 유머를 느끼게 하는 수작들입니다.


1. 내가 사는 곳: 읽으면서 케이프 코드란 곳이 어딘지 구글맵으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참 희안한 지형이더군요. 초승달 모양으로 바다로 돌출된 반도였습니다. 그 동네가 어떤 곳인지 가벼운 유머코드를 섞어서 묘사하고 있네요.

2. 해리슨 버저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사회를 그리는 (굳이 분류하자면) SF소설입니다. 과도한 평등주의가 가져올 페해에 대한 시니컬한 풍자였습니다. 결말은 쇼킹하네요...

3. 이번에는 나는 누구죠?: 주요 등장인물이 좀 과도하게 정형화된 느낌은 있지만, 이 또한 의도적인 설정인 것 같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아픔과 단점을 보완하게 되는 과정이 참신하게 그려져 있네요. 희곡 작품들을 그렇게 활용하다니...이 단편의 제목으로 사용된 대사가 초반부와 종결부에서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졀묘했습니다.

4.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역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소설입니다. 의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하고, 인구가 과도하게 증가한 미래의 한 모습을 그렸습니다.

5. 영원으로의 긴 산책: 두 남녀가 오랫만에 만나는 짧은 순간을 그린 단편입니다. 조금씩 변화해 가는 감정의 묘사가 압권입니다. 로맨틱 단편의 끝판왕이랄까요~

6. 포스터의 포트폴리오: 이 역시 인간성의 한 단면일까요? 어떤 부귀영화보다도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더 중요하다는...

7. 유혹하는 아가씨: 1956년에 여성에게 이 정도의 발언권을 준 것은 시대를 앞서간 것이었을까요? 시대를 감안하고 보지 않으면 조금 구닥다리 같이 보이는 구석도 없지 않아 있네요.

8. 모두 왕의 말들: 소름끼치는 체크 게임이었습니다. 그 안에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었기에 더욱 그랬었는지도 모르지요. 게임에 묘사된 아시아 본토는 베트남인 듯 합니다. 베트남은 야만적으로 그리고 소비에트 러시아는 신사적으로 그리는 것은 무언가 불편한 점은 있네요.

9. 톰 에디슨의 털복숭이 개: 발상이 신선하면서도 유머감각이 넘치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SF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커트 보니것에게도 이런 입담 강한 재담가로서의 면모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 새 사전: 이 단편은 소설이 아니라, 평론인 것 같습니다. 당시의 세상에 대해 여러가지 재미있는 얘기들을 들려주지만, 영어에 관심이 없다면 지루할 것 같습니다.

11. 옆집: 하나의 타운하우스에서 두 가정이 사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다가구 주택이 워낙 흔하고, 아파트 생활이 일상이지만, 미국 사람들에게 듀플렉스 등의 다가구 주택은 가난의 상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50년대에는 그게 가난도 아니었겠지요.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을 겁니다. 그러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린 듯합니다. 절묘하게 꼬여버린 소년의 처지가 막판에 웃음을 주네요.

12. 한결 위풍당당한 저택: 끝없는 허영, 그리고 환상. 거의 돈키호테를 연상시키는 정도 였습니다.

13. 하이애니포스트 이야기: 케네디 시절의 이야기네요. 민주당의 젊은 지도자 케네디에 대해서, 그에 반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빙 둘러서 하고 있습니다

14. 난민: 전쟁 고아라고 불러야 할 어떤 소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전쟁으로 단련되었을 강심장의 군인들의 여린 마음도... 울고... 저도 읽다가 울컥했습니다.

15. 반하우스 효과에 관한 보고서: 초능력을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작가의 반전의식이 얼마나 강렬한지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단편의 출간연도가 1950년이라는 것도 참... 의미심장하네요.

16. 유피오의 문제: 과학 기술이 마약이 될 때, 그리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또다른 인간의 욕망을 그린 소설입니다.

17. 당신의 소중한 아내와 아들에게로 돌아가: 이 단편에서 최종 승자는 결국 몇 마디 대사도 나오지 않던 ‘그녀’ 인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인생들을 품어 안는 강력한 멘탈에서 나오는 유머의 소유자인 그녀.

18. 공장의 사슴: 거대한 공장은 미국의 산업화를 상징하지만, 또 그만큼 비인간적인 조직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이나 사슴이나 그 공장에서는 얼른 도망치는게 살 길이었겠지요.

19. 거짓말: 미국이 학벌에 대해서는 우리보다는 유연하긴 하지만, 특정 학교 출신이냐 아니냐는 뭐..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부모들이 초반에는 속물스럽고 어리석게 보여도 마지막에는 그래도 합리적이긴 하네요. 애를 잡지 않는 걸 봐서도...

20. 입을 준비가 되지 않은: 특이한 형태의 신인류의 얘기입니다. 이건 무슨 안드로이드도 아니고, 로봇도 아니고... 유체이탈한 양서인이라니... 

21. 아무도 다룰 수 없던 아이: 상처 입은 어린 소년을 다시 거둬들이는 얘기는 흔한 소재이긴 합니다. 다만 그 과정, 그 방식이 어떠하냐는 것일 텐데요. 이 단편에서 나타난 방식은 저로서는 생경합니다. 예상했던 바와 전혀 달랐습니다. 대략... “이제 헬름홀츠는 사람들과 그들의 보물들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문장과 그 이후 주인공의 액션에서 단서가 좀 있을 듯 합니다. ‘우리는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야. 너나 나나 우리는 허공을 딛고 있는 것이야. 그럴 수록 자신을 사랑하고...’ 이런 얘기가 아닌가 싶네요.

22. 유인 미사일: 미소의 냉전 체제가 강화되어 가던 무렵인 1958년에 나온 소설입니다. 우주인이 되어야 했던 소련의 어떤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미국의 어떤 젊은 비행사의 이야기를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같은 전체주의, 그리고 그와 지극히 닮은 국가우선주의는 ‘집단’의 이름으로 ‘개인’을 무시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존중받지 않는 ‘집단’은 모두를 위한 집단이 아니라 지배층의 이익을 위한 명분에 불과합니다. 커트 보니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들로 냉전의 한가운데에서 반전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23. 에피칵: 인공지능이 인간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따라할 거라는 상상은 이전부터 많이 했었습니다. 20세기초의 공상과학 영화에도 그런 주제들이 있었던 것 같구요.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의 HAL도 그 예중 하나지요. 여기 또 하나의 사례가 있었네요. 이 인공지능도 인간을 능가하는 시적 재능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공감능력까지 갖추었네요. 

24. 아담: 네히트만 집안에 한 아기가 태어납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부부에게 찾아온 한 생명. 자기만의 일에 바쁜 세상은 그 감격을 알아주지 않지만, 작가는 그 아기가 ‘아담’이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시작, 풍요에의 약속을 담지한 이름이라 생각됩니다.

25.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 극도로 발달한 의학 기술과 그로 인한 인간의 수명 연장. 수명만 연장되는 것 뿐 아니라 늙는 것도 늦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은 이런 세계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상상해 보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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