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비행
5.숨

우리는 모두 이미지와이야기의 세계에 살고 있고,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야기에 상처를입으며 살아간다. - P93

도서관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성지이며 세상을 통치하는 지휘소다. 이 고요한 방들에 크레이지 호스와 아웅산 수치의 삶이있고, 백년전쟁과 아편전쟁을 포함한 추악한 전쟁이 있고, 시몬 베유와 노자의 사상이 있으며, 당신이 탈 배를 만드는 법과 결혼 생활을 잘 끝내는 법이 있고, 독자들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있게 무장시켜 주는 허구의 세계와 책들이 있다. 도서관은 이상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지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저장되어 기억되고 삶을 되찾는 장소, 종이가 가득한 상자에 세상이차곡차곡 담겨 있는 곳이다. 책 한 권 한 권이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문이며, 어린이 책에서 말하는 마법이라는 것도 그에 대한 비유일지 모른다.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다. - P99

우리가 책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진짜 책이 아니라, 그 책이 지닌 가능성, 음악의 악보나 씨앗 같은 것이다. 책은 읽힐 때에만 온전히 존재하며, 책이 진짜 있어야 할 곳은 독자들의 머릿속, 관현악이 울리고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이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 P99

보이지 않는 힘이 짝으로 만나는 순간, 생명이만들어질 때의 온기가 있는 순간, 우리의 부모일지도 모를 알 수없는 이들 사이에서 은밀한 연애가 이루어지는 순간 그 순간 우리삶의 패턴은 완성된다. - P107

"마치 내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 이 살구 더미 말이야. 너무 많아서 다른 상황이었다면 엄격하게추려서 솎아 줘야 했겠지만, 지금은 진액이 방바닥에 흘러나오고냄새까지 나면서 조금 역겨워지고 있거든. 마치 덩어리 전체가 하 - P123

나의 유기체가 된 것 같아. 악취가 나는 덩어리가 살구 점령군처럼계속 늘어나면서, 마치 자신만의 규율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아이제 썩은 녀석들을 골라내는 건 도저히 불가능해." - P124

아마도 그의 시신은 참나무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나무가 다시 그의 책이 되어, 분노에 차고, 파괴적이며, 생산적이었던 그의 삶이 사라지지 않게 지켜 줄 것이다. - P124

어제의 저녁 하늘, 사랑의 밤, 산속에흐르는 시냇물 소리, 내 정신에 불을 댕겼던 어떤 깨달음, 춤, 조화로웠던 어느 날, 근사한 구름이 있었던 수천의 나날, 결국 사라져버릴, 다시 볼 수 없을 그 순간들을 후손을 위해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아 둘 수 있으면 좋겠다. 후손이 때때로 그것을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맛볼 수 있게 말이다. 꼭 나나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구름과 나날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로서 나는 이 모든 것이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사실이 쓸쓸하다. 사진이 순간의 조각을 보존해 주더라도, 이메일이나 편지를 수천 통 가지고 있더라도, 다시 그때로돌아갈 수는 없다. - P126

‘바니타스는 라틴어다. 이는 공허라는 뜻으로, ‘비어 있다(vacant)‘는 단어와 맥락이같다. 거의 1000년 동안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통용되었던 불가타라틴어 성서는 그리스어로 된 70인역 성서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그리스어 성경에는 전도서 부분에 ‘마타이오테스(mataiotes)‘라는단어가 38회 등장한다. 이 단어 역시 공허함, 의미 없음, 혹은 일시성이라는 뜻이다. 일시성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걸까? 원 - P135

본인 히브리어 전도서, 현대에 들어 사막 한가운데서 수기로 적은두루마리가 발견되고 나서야 밝혀진 그 원본에서 쓰인 단어는 ‘헤벨(hevel)‘이었다. 이는 숨, 또는 수증기를 뜻하는 단어로 여기서는그 일시성의 의미가 더욱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거부감은 찾아볼수 없다.
홉킨스 주교의 "신의 숨결로 허공에 불어 만든 커다란 비눗방울"이라는 표현과 아이들이 부는 비눗방울을 묘사한 그림 모두가이 원래의 의미를 환기한다. 각각의 숨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 숨은 또한 생명 자체이기 때문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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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의 선우가 글을 올려 조회할 것을 원한 지가 5년이었다. 소들이 말하기를 "國庫만 허비하니 우선 허락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였다. 이에 揚雄이 글을 올려 간하였다.
"신이 듣건대 六經의 다스림은 혼란하기 전에 다스리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兵家의 승리는 싸우기 전에 이기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單于가 글을 올려 조회하기를 요청하는데 국가에서 허락하지 않고 거절하니, 어리석은 신은 漢나라와 흉노가 이로부터 틈이 생길까 염려됩니다.
흉노는 본래 五帝도 신하로 삼지 못하였고 삼왕도 제재하지 못하였으니, 틈이 - P161

생기게 해서는 안 됨이 매우 분명합니다. 秦나라 始皇의 강함과 蒙恬의 위엄으로도 감히 西河를 엿보지 못하여 마침내 長城을 쌓아서 경계로 삼았고, 마침 漢나라가 처음 일어남에 의 위엄과 30만의 병력으로도 平城에서 곤궁하였으며,高皇后 때에 匈奴가 도리에 어긋나고 오만한 짓을 하였는데 대신들이 權書(임시방편으로 둘러댄 글)를 보낸 뒤에야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孝文帝 때에 匈奴가 북쪽 변경을 침략하여 정탐하는 기병이 雍州와 甘泉에이르자 京師가 크게 놀라서 세 장군을 출동하여 細柳,棘門,霸上에 주둔시켜 대비한 지 수개월 만에야 비로소 파하였고, 孝가 즉위함에 馬물의 속임수를 써서를 유인하려고 하다가 한갓 재물을 허비하고 군사들을 수고롭게 하기만 해서 한 명의 오랑캐도 볼 수가 없었는데 하물며 單의 얼굴이겠습니까. 그 뒤에 社稷을 위한 계책을 깊이 생각하고 의 계책을 계획하고 확대하여 마침내 수십만의 군대를 크게 일으켜 靑과 去病으로 하여금군대를 조련하게 한 지가 전후로 십여 년이었습니다. 이에 西河에 배를 띄우고 大幕(沙漠)을 횡단하며, 顔山(連山)을 격파하고 王庭(單于가 있는곳)을 습격하여 그들의 땅 끝까지 이르러서 도망하는 자들을 추격하고 패배하는 자들을 쫓아가서 狼居山에 하고 姑衍에서 禪하며 海에 임하였으니, 이후로 匈奴가 두려워하여 더욱 화친하기를 구하였으나 臣이라고 칭하려하지는 않았습니다. - P162

또 前代에 어찌 한량없는 경비를 쓰고 죄 없는 백성들을 부역시켜서 狼望의북쪽에서 마음을 유쾌하게 하는 것을 좋아했겠습니까. 그러나 한 번 수고롭지않은 자는 오랫동안 편안하지 못하고 잠시 허비하지 않는 자는 오랫동안 편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백만의 군사를 차마 버려서 굶주린호랑이의 입에 넣고, 府庫의 재물을 운반하여 廬山과 같은 골짜기를 메우면서 - P163

도 후회하지 않은 것입니다. 本始의 初年에 이르러 가 건방진 마음이 있어서 烏孫을 침략하고 公主를 빼앗아 가고자 하자, 마침내 다섯 장군의 군사15만 기병을 징발하여 공격하였으니, 이때 노획한 것이 적고 다만 위엄과 무력을 떨치고 드날려서 漢나라 군대가 우레와 바람처럼 신속함을 보여 주었을뿐입니다. 비록 거저 갔다가 거저 돌아왔으나 오히려 두 장군을 처형하였기때문에 북쪽 오랑캐들이 복종하지 않아 중국 사람들이 베개를 높이 베고 편안히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과이르러 큰 교화가 신명연간에하고 큰 은혜가 널리 흡족하며,
내란이 일어나서 다섯 선우가 왕위를다투었습니다. 日逐과 呼韓邪單于가 저들 나라의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와목숨을 바쳐서 부복하여 이라 일컬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매어두기만 하고 계책은 우리 마음대로 제재하지 않았으니, 이후로부터 조회 오려고 하는 자를 거절하지 않고 하고자 하지 않는 자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습니다. 지금 單于가 에 돌아오는데 어찌하여 의심하고 틈을 두어서 원망하는 마음을 품어이로 인해 스스로 단절하여 끝내 할 마음이 없게 하십니까."
글을 아뢰자,天子가 깨닫고 다시 單于에게 답서를 써서 보내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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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어김없이 한 해를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기록을 해보려 한다. 총 141권의 책을 읽었더라(낱권으로 계산, 원서 제외). 펼쳐 보면 다양하게 읽었다는 생각을 했으나 좋았던 책을 꼽아보니 역시나 분야가 치우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올해는 무엇보다 굵직한 시리즈 두 개를 끝냈다는 기쁨이 있었다. <토지>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돌아보니 왜 굳이 두 시리즈를 한꺼번에 도전하려 했는지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꾸준히 읽어서 완독을 해냈다. 



<토지>는 역시 대작이며 명작임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토지는 서사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의 힘이 좋았다. 또한 문장도 훌륭하다고 느꼈다. 물론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생생한 캐릭터에 근사한 문장으로 채워넣은 역사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 덕분에 문화와 탈식민주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서 <오리엔탈리즘>과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문화의 해석> 등 사회학, 인류학과 관련된 책을 읽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내게 애증으로 기억될 만한 소설이다. 솔직히 프루스트와 나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기가 막힌 묘사 능력과 아름다운 문장은 인정하지만 19세기의 배경을 전반적으로 다뤘다기에는 무리가 있다 느껴졌고 저자의 왜곡된 시선이라던지 인종/성 차별적 행동은 소설이라 해도 용납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느냐 누군가 묻는다면 "네"라고 답하겠다. 초독은 했으나 사실 소설의 내용을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세월이 더 지나서 재독을 해보는 것으로.



<한자의 풍경>은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이었고 2023년 통틀어도 이 책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책이었다. 한자의 기원을 이렇게나 명료하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책이 몇이나 될까. 무엇이든 기원이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 지점에서 이 책은 탁월하다 말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삽화나 자료들로 설명의 이해를 돕기 때문에 술술 잘 읽힌다. 한자를 알고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 



<오리엔탈리즘>은 보관함에 몇 년이고 묵혀두었던 책인데 이제 읽어야 할 때가 되었다 생각하여 읽었다. 이 책을 통해서 서양이 생각하는 동양이란 것이 얼마나 이미지화되고 왜곡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생각의 요새>에서 언급된 <18~19세기 한국문학, 차이의 근대성>에서도 우리가 받아들이는 근대화-근대성 담론의 원형은 ‘서구 중심의 근대성론’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근대 한국은 이 서구 근대성 담론과 오리엔탈리즘이 겹쳐지면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을 이해하는데도 오리엔탈리즘의 이해는 필수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였으나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역시나... 또는 지금껏 해온 노력이 무슨 소용이야?'하는 말이 나올 법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느낀다. 이럴 때 <한국전쟁의 기원>과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가 차례로 발맞춰 나와주어 독자로서 참으로 감사했다. 

북한의 태도가 왜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전쟁의 기원> 1권은 내부적 시선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밝히는데 1차적으로는 해방 후 5년 간 일어난 사건들에서, 2차적으로는 남한에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구조가 뿌리내린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2권은 외부에서 한반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시선으로 한국전쟁의 기원을 알아본다. 그 중 2-1, 2-2권은 미국에 초점을 맞추어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 이후 미국을 둘러싼 세계와 미국의 외교적 변화를 살펴본다. 다만 미국과 북한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여 그 부분은 세밀한 반면 중국, 특히 소련에 대한 검토는 상대적으로 많이 약한데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이 앞선 책을 보충할 만한 균형 잡힌 책이다. 게다가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는 한국전쟁의 기원 뿐 아니라 전개 과정 대부분을 다루었다. 

기존에 나와 있던 박태균의 <한국전쟁>,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 2>권에 더해서 읽는다면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 전쟁과 관련하여 <베트남 전쟁>과 <조용한 미국인>을 읽었다. <조용한 미국인>은 엄밀히 말하면 베트남 전쟁이 아니라 그 전조를 엿보게 하는 책으로 정확히는 디엔비엔푸를 중심으로 벌어진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배경이다. 파울러와 파일, 후엉이라는 중심 인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베트남 전쟁>은 한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된 국내외적 배경과 전개, 그 영향을 살펴본 역사서다. 대중 역사서로서 알기 쉽게 설명해놓아 입문자들도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문화, 예술 쪽으로 읽었던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와 <살롱 드 경성>은 한국 근대 예술가들의 업적과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었다.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가 북촌과 서촌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했던 한국인과 일본인 작가들과 그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라면 <살롱 드 경성>은 예술가를 둘러싼 관계에 주목하여 기술한 책이라는 게 눈에 띈다. 관계에 집중한 만큼 작가의 삶과 주변인들의 삶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 관전 포인트를 가지고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책이다. 




작년 말 정리 페이퍼를 쓰면서 올해 계획으로 세웠던 것이 있다. 중국사와 동남아시아사에 대한 이해다. 중국사는 고대사부터 원나라의 역사까지 읽었고 몽골사를 읽다 보니 유목제국사의 역사까지 자연스레 훓을 수 있었다. 시간상 동남아시아의 역사까지 읽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얼마 전 현대 아시아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었고 며칠 전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빌려왔으니 이제부터 조금씩 읽어볼 요량이다. 


하버드 중국사는 각 시기를 주제별로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시간의 흐름에서만 나열하는 역사가 아니라 자연환경, 지리, 정치, 군사, 외교, 경제, 문화, 사회 등 파트별로 나누어 시기별로 특징을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한나라 때 '친족의 재정의'라는 주제가 있다. 유력 가문이 자신들의 가문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 문화 및 문학 활동을 추구했고 이런 활동이 새로운 관료 선발 방법에 녹아들며 국가의 중앙 집단을 재구성했다. 이들은 가족 묘지를 만들고 한식 때마다 차례를 지내고 족보도 작성하면서 친족 집단을 재구성했다는 사실이다. 원명 시기는 자연환경의 영향에 따라 '아홉 번의 늪'이라는 주제가 있었다. 제목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늪만큼 이 시기에 힘겨웠던 자연 재해가 계속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야기로는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시리즈를 읽었다. 이제 시리즈 완독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중국사 마무리할 때쯤이면 완독할 수 있겠지. 특히나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협지를 읽고 싶어진다. 




당, 송의 역사서를 읽으면서 여름 무렵 읽었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이 정말 좋았다. 이백, 두보, 소동파, 유종원 등의 한시를 만나면서 직접 가서 한시를 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한시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여행지를 떠올려보는 즐거움도 있다. 특히 화산을 비롯한 오악과 소주, 항주는 보는 것만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 화산은 오악 중에서 서악으로 유명한데 오악은 수도를 중심으로 오방을 따져서 명명한 것이다. 소주, 항주는 중국인이 손에 꼽는 절경지이로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소주, 항주는 꼭 한번 가고 싶은데 코로나 이후 중국에 가기가 쉽지 않아졌고(비자 발급 필수) 옆지기도 중국은 이제 가기 싫다고 해서 아쉽게 되었다.


르네 그루쎄의 <유목 제국사>는 유목 제국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정리하기 좋은 기본서이다. 1990년대의 내용으로 사료상 한계는 있어도 방대한 유목 제국의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하고 있다. 비단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 뿐 아니라 서아시아, 러시아 이남에서 흥기했다 소멸한 유목 제국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흉노 유목제국사>와 <돌궐 유목제국사>는 유목제국사에서 그 시작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의 역사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있었던 국가들의 역사다. <돌궐 유목제국사>는 돌궐인 아사나 집단이 형성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들어 있다. 돌궐은 이전 유목민들과 달리 6세기 후반 소그드인의 문자를 차용하고 680년 이후에는 고유의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독자적인 문자를 사용하였다. 돌궐의 문자는 이후 위구르, 키르기스 등에서도 10세기까지 사용되었고 이후 거란, 서하, 여진, 몽골, 만주 등도 독자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내용의 구성과 책의 분량, 시간상의 제약으로 몽골 중심으로 전개된 부분만 다루어져 서돌궐의 범위까지는 담아내지 못했는데 한 권이 더 나왔더라도 해당 범위를 다루어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흉노 유목제국사>는 저자가 쓴 고대 유목제국에 대한 연구서 중 앞선  ⌜위구르 유목제국사 744~840⌟, ⌜돌궐 유목제국사 552~745⌟에 이어 세 번째로 출간된 책이다. 흉노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서는 앞서 다양한 연구가 있었다. 이 가운데서 기존에 '제국'의 개념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져 왔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유목제국' 흉노의 사적 전개 과정을 정리하고, 그 성격을 재검토하였다. 두 권 모두 한문 텍스트의 기록만 참고하지 않아 좋았다.



몽골의 역사는 정사로 평가 받는 <집사>와 이를 보충하는 <몽골비사>를 기본 책으로 삼는 것이 좋다. 정사임에도 <집사>를 읽을 때 신비로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칭기스칸의 가계를 설명하고 이를 신화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건조한 서술이 이어지고 전투사에 치중하지는 않는다. 잭 웨더포드의 책 두 권도 도움이 되었다. 먼저,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몽골비사>, <집사> 등을 참고해 20세기까지의 몽골의 역사를 담아낸 책이다. 거기에 몽골인들의 전투력에 대한 오해에 대한 내용부터 몽골이 펼친 정책이 아시아와 유럽에 미친 영향도 확인할 수 있다. 

<칭기스칸, 신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는 몽골 제국의 역사를 전투로만 설명하려 하지 않고 종교에 의한 합치로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고려거란전쟁>은 고려와 거란에 얽힌 전쟁사이지만 전쟁의 한 축이었던 거란에 대한 이해를 도와서 입문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배울 때도 그렇고 일반인들에게는 서희의 담판 외교와 강감찬의 귀주 대첩이라는 사건에만 치중해서 역사를 단편적으로 바라보기 쉬운데 이 책은 강조, 양규, 김숙흥, 조원, 김종현 등 많은 장수들이 거란군을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 분투했음을 탄탄한 스토리와 장면 묘사로 소개하면서 전쟁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에 확장해서 관련 역사를 보고 싶다면 거란의 정사인 <국역 요사>와 중국의 역사서인 <자치통감>, <속자치통감>, 온라인에서 <고려사>, <고려사절요>, <중국정사외국전> 중 '송사' 등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시아 1945-1990>는 현대 아시아의 역사를 잘 정리하고 있는 책이다. 아시아는 같은 기간 평화적인 냉전이었던 다른 지역에 비해 열전을 넘어선 혈전이 끊임없이 이어진 곳으로 저자는 그 역사를 시기별로 3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아시아는 제국주의와의 민족해방, 이념, 인종과 종교의 갈등으로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지역이다. 양쪽으로 나뉘어진 한반도도 그렇고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진 전쟁도 그렇지 않나.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아시아를 읽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많은 독자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가)


내년에는 집에 묵혀둔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아래는 시리즈!


- 문명 이야기 시리즈(by 윌듀런트)

-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 고문진보 전집/후집

- 한국산문선 전집

- 클라이브 폰팅 세계사


그밖에 야금야금 사둔 낱권의 책들도 읽어야겠지만 많아서 중간 중간 끼워넣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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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2-28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훌륭하십니다!!

거리의화가 2023-12-28 16: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2023-12-28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12-28 1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굵직굵직한 책 많이 읽으신! 보람찬 한해였군요.
그런데 제가 전부터 좀 궁금한 게 있는데요, 화가 님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역사책에 흥미가 생기셨나요?!

건수하 2023-12-28 16:51   좋아요 1 | URL
오 저도 궁금했습니다!

잠자냥 2023-12-28 16:57   좋아요 2 | URL
초롱초롱 🥹

거리의화가 2023-12-28 16:59   좋아요 4 | URL
음... 어릴 때부터 좋아하기는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20대 후반에 어떤 모임에 갔다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게 ‘역사‘였습니다. 그 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먹고 사느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이후에 한국사검정시험 등을 준비하면서 공부를 차츰 시작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막상 공부해보니 정말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점점...ㅎㅎㅎ

페넬로페 2023-12-28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다는 말 밖에는~~
제가 전부터 궁금한 것은요,
거리의화가 님의 시간은 하루 36시간 인가요?

거리의화가 2023-12-29 11:10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럴리가요. 36시간이면 더 좋긴 하겠지만! 전에도 댓글로 비슷한 늬앙스의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저는 취미가 전시 보러 가거나 음악회 가는 것, 여행 가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책 읽는데 보냅니다^^ 남편과 노는 시간 빼고요!ㅎ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은하수 2023-12-28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감탄사 절로 납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시니 넘 멋져 보입니다.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거리의화가 2023-12-29 11:11   좋아요 0 | URL
저는 목표를 세워야 더 동력을 갖고 나아가는 유형이라서요^^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3-12-29 0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알차게 독서생활을 즐기셨네요. 멋집니다.

거리의화가 2023-12-29 11: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3-12-29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두 개, 정말 대단하고 축하드려요.
내년에 시작할(?) 시리즈도 있겠지요?
<고려거란전쟁>은 괜히 더 반갑고요!!

거리의화가 2023-12-29 11:13   좋아요 0 | URL
시리즈 두 개, 지금 생각해보니 과도한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ㅠㅠ 그러고 보니 내년 계획을 적지를 못했네요. 추신 달면서 글을 수정해보겠습니다.
<고려거란전쟁>은 자목련님 덕분에 읽게 되었고 덕분에 관련 책들도 읽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자목련님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3-12-29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토지 하나만 완독했어도 보람찬 한해였을텐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저 일전에 은행 가서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데 그 직원이 자기 불문과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다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기는 아직도 못읽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 그런데 거리의화가 님이 해내셨습니다. 만세!!

자, 내년에도 성실히, 열심히 가봅시다.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성실하게 쌓아온 것만이 결과를 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3-12-29 11:14   좋아요 0 | URL
불문과!ㅋㅋ 잃시찾은 시리즈 몇 권 읽다 포기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중간에 위기가 몇 차례 있었거든요ㅠㅠ

다락방님만큼 성실한 분이 서재에 없을 것 같아요. 늘 에너지를 서재에 불어넣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년에도 열심히 살자고요. 화이팅!

은오 2023-12-29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ㅁㅊ너무멋있어요ㅠ

거리의화가 2023-12-29 17:33   좋아요 1 | URL
격한 애정의 표현 감사합니다^^ 은오님 만나서 더욱 즐거웠던 2023년이었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희선 2023-12-30 0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할 거 읽을 거 먼저 생각하고 해 나가시는군요 2023년엔 시리즈를 두 가지나 읽으시다니 대단합니다 2024년에도 읽으려는 책 즐겁게 만나고 공부도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12-31 07:13   좋아요 0 | URL
계획을 세우면 저는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더라고요. 즉흥적으로 하기에는 제가 불안한 게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님 한해동안 감사했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파랑 2023-12-30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141권도 놀라운데 읽은 책 목록들이 완전 고급져 보입니다~!!!

역시 꾸준한 화가님~!! 대박!

거리의화가 2023-12-31 07:14   좋아요 1 | URL
ㅎㅎ 새파랑님 언제나 응원의 글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좀 덜 바빠서 서재에 자주 얼굴 비춰주시면 좋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독서괭 2023-12-31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화가님 독서기록 엄청나네요!!^^ 그중 토지를 함께했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으쓱~ㅎㅎ
시엄니 책장에서 <오리엔탈리즘>을 보고 왠지 익숙하다 싶었는데 화가님 서재에서 봤던 모양입니다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거리의화가 2024-01-01 10:06   좋아요 2 | URL
괭님 토지 읽기 마구 자랑하셔도 됩니다! 결코 쉬운 일 아니잖아요ㅎㅎ
시어머니 책장에 <오리엔탈리즘>이? 멋지시네요!^^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건강하시고 하는 일 모두 잘 이루어지시길! 복 많이 받으세요^^

단발머리 2024-01-06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지> 완독하고 그 사실을 20연간 자랑하고 사는데 말이지요ㅎㅎㅎㅎ 거리의화가님은 올 한 해에(작년이군욬ㅋㅋㅋ)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우아!! 정말 너무 멋지십니다.
역사 관련해 찾아볼 거 있으면 거리의화가님 서재에서 찾아보면 되겠어요. 올 한 해도 거리의화가님의 멋진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서재에서 자주 뵈어요^^

거리의화가 2024-01-07 06:5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자랑할 만한 책입니다^^ ‘잃시찾‘은 초독을 하긴 했는데 덜 읽은 느낌이라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재독해보려고 합니다.
올해는 읽는 것도 하지만 쓰는 것을 좀 더 해보려고요. 단발머리님도 올 한해 즐독하시고 그 소감들 널리 알려주세요^^ 응원합니다!

그레이스 2024-01-06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사서 꽂아 놨습니다.
이런거 좋아하는 남편이 흐믓해했어요^^

요즘 ‘토지‘ 리커버해서 다시 출펀하더라구요.
저도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투표에 한 표 던젔는데, 제가 선택한 표지로 나오네요.
보는 눈은 다 비슷한듯요.
토지는 두 질이나 있는데, 또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 불치병!

거리의화가 2024-01-07 06:53   좋아요 0 | URL
남편분이 좋아하신다니 저도 좋네요^^

네. 저는 구 버전을 갖고 있는데 구입한지 불과 2~3년 밖에 안 되어서 다시 사기에는 그렇더라구요. 그레이스님이 선택한 표지가 당첨되었다니 멋집니다.

얄라알라 2024-01-26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4-01-27 20:56   좋아요 0 | URL
알라님 감사합니다^^
 
아시아 1945-1990 - 서구의 번영 아래 전쟁과 폭력으로 물든
폴 토머스 체임벌린 지음, 김남섭 옮김 / 이데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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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 지도를 그려보면, 학살은 개발 도상 세계를 관통하는 일정한 길을 쫓아가면서, 모두 합쳐 냉전 시대에 발생한 전사자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 광범위한 세 전선에 집중되었다. 전선 각각은 세 개의 지방 전쟁군 중 하나와 연계된 지역 투쟁들로 이루어졌고, 이 지방 전쟁군들은 다시 지구적 냉전 네트워크와 연결되었다. 각 전선은 소련과 중국의 국경을 따라 만들어졌고, 지방 권력의 대두에 집중되었으며, 탈식민지화의 뒤를 쫓아 전개되었다. 다량의 병력이 주둔한 중부 유럽의 변경 지대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남았던 반면, 동쪽에서는 격렬한 충돌이 불타올랐다. - P16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에 나섰고 현재, 팔레스타인 희생자만 2만 명을 넘어섰다. 봉쇄된 가자지구의 주민 220만 명도 생사기로에 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은 세계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물결을 일으켰다.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덧 2달을 훌쩍 넘겨버린 전장터가 된 가자지구를 떠올렸다. 중간에 일시적인 휴전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 전쟁은 현재진행중이다. 


현대 아시아의 역사는 제국주의의 그늘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미소 냉전으로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에 의해 한쪽 편에 서는 것을 강요당했다. 1955년 비동맹운동이 일어나면서 중립 노선이 성공할 수 있을까 했으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끝났다. 냉전이 해체되면 평화가 올 것 같았으나 강대국의 영향력은 여전하고 잠재해 있던 내부 갈등이 결합되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폭력과 전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번역서의 제목은 ‘아시아 1945-1990’이고 원서의 제목은 ‘The Cold War’s Killing Fields: Rethinking The Long Peace’이다. 비교해보면 번역서의 제목이 지역과 시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읽어보기 전에는 주제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런 뜻에서 번역서의 제목을 원서 제목의 의미를 살려서 번역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시아에서 치뤄진 폭력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같은 시기 다른 지역은 냉전이라는 미명 아래 장기 평화의 시대에 진입했으나 아시아는 남은 제국주의와의 민족해방전쟁, 이념, 인종과 종교의 갈등으로 인해 이뤄진 각종 전쟁으로 열전을 치뤄냈다고 주장한다. 

시기별로 전쟁의 성격이 구분되는데 첫 번째는 동아시아 전선으로 1945년부터 1954년 시기의 중국, 한국, 인도차이나가 그 무대다. 두 번째는 남아시아 전선으로 1964년부터 1979년까지 베트남, 라오스 및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가 그 무대다. 세 번째는 서아시아 전선으로 1975년부터 1990년까지 레바논과 이란, 아프가니스탄이 그 무대다.


기존에도 현대 제3세계가 열전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음을 많은 연구자들이 밝혔으나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보다 아시아에서 열전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음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의 개별 전쟁사를 다룬 책들은 있었으나 여러 전쟁사를 현대 시기 전반에 걸쳐 다룬 역사서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는 소중한 참고서를 얻은 셈이다.


나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남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 소중한 정보를 얻었다. 베트남 전쟁은 한국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베트남 전쟁의 여파가 라오스, 캄보디아로 확대되었음은 잘 알지 못했었다. 또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학살과 방글라데시 해방 전쟁, 크메르 루주 정권의 제노사이드도 그 배경과 전개 과정을 전반적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마지막 전선이었던 서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레바논 내전, 이란 혁명,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이라크 전쟁)은 미소의 전쟁 개입으로 무장 정파 등의 급진파들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면서 현재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역사라 느꼈다. 개인적으로 1~3부 중 3부의 내용이 가장 설득력 있어 좋았다. 


아쉬운 점들도 있다. 


첫 번째로, 1960년대 중국과 소련의 균열 구도를 설명하는 부분은 그 근거가 빈약해보였다. 우선 양국 간 정치, 이념적 차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아시아 전장에서의 이득적인 면이 갈등의 요인이 되었겠지만 미국과의 이해 관계가 있다는 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아무래도 제1시기와 제2시기 사이의 10년 동안 각국에서 벌어진 정치, 군사적 흐름에 대한 공백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로, 시기별로 주요 전장이 달라졌을 뿐이지 각 지역의 역사가 제국주의의 영향과 이념, 종교와의 갈등에서 어느 곳 하나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장에서 벌어진 일을 그 시기로 한정하려고 하다보니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특히 1971년 벌어진 인도와 파키스탄 간 전쟁은 그 갈등의 기원이 1947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47년 양국은 영국에서 분리독립되었으나 이후에도 대립 구조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카슈미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1949년 둘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전선에 의해 카슈미르가 분할되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1970년 무렵부터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료들이 미국 쪽에 치우쳐 있음이 아쉬웠다. 


여러 아쉬움들이 있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텐데 전체적으로 정리해낸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저작이 쉽사리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18일부터 읽기 시작해서 27일 완독하였으니 딱 열흘 걸려 읽어냈다. 최대한 꼭꼭 씹어 소화하기 위해 천천히 읽느라 시간이 더 걸렸는데 이해를 그만큼 했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도 참고서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 아시아의 역사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반세기는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미국, 유럽, 러시아에게 냉전은 마르스크주의의 혁명적 도전을 사실상 패배시켰고, 자본주의를 지배적인 정치, 경제, 시스템으로 남겨 놓았다. 그러나 제3세계에서는 사태가 전혀 다르게 끝났다. 제3세계에서 냉전은 유럽 식민주의를 파멸시키면서 수십 개의 독립국가들을 창출하는 동시에 2000만명 이상을 죽이고 온건한 세속 민족주의의 힘을 파괴한 대량 폭력을 부채질하는 데 일조했다. 궁극적으로 두 이야기는 냉전 시대와 21세기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냉전의 킬링필드에서 저질러진 격렬한 폭력은 유럽의장기 평화 못지않게 현대 세계의 형성에 주요한 요소였다. - P872~873


동아시아를 위한 전투는 초강대국 투쟁을 제3세계에 가져왔다. 이 지역 전역에서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자 미국 지도자들은 세계 지배를 위한 공산주의자들의 노력을 목도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1949년10월부터 1950년 6월 사이의 몇 개월은 제3세계에서 냉전이 형성되는 데 핵심적인 기간이었다. 1949년 10월 중국이 공산주의 대국으로 등장하자 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뒤집혔고, 개발 도상 세계 전체에서 마르크스주의 혁명의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냉전 지도자들은 중국, 한국, 인도차이나에서 맹렬히 진행된 일련의 아시아 혁명들을 두고 하나의 응집된 전선으로 결합해 전략적 계산을 수행했다. 한편 동쪽에서 공산주의가 승리하자 주저하던 소련 지도자들은 아시아 혁명가들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마오쩌둥과 동지들은 냉전 투쟁의 방향을 중부 유럽에서 동아시아의 포스트식민주의국경 지역과 그 너머로 돌렸다. - P88

1954년 제네바에서 소련과 중국 지도자들은 그들 자신의 국익을 동남아시아에서 공산주의 공세를 계속한다는 목표보다 위에 두었다. 그러나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그 모든 승리에도 불구하고 양쪽의 정치적, 이념적 이해관계 속에 뿌리박힌 극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또한 마오쩌둥은 중국 내전 동안 스탈린이 했던 미온적인 지원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또한 중국 지도자들은 개발 도상 세계의 사회들에 소련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 P267

베이징과 모스크바 사이의 균열이 깊어지면서 개발 도상 세계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쿠바 미사일 위기 동안 미국과 최후의 대결을 벌이면서 의기소침해진 흐루쇼프는 포스트식민주의 세계에서 소련의 자세를 더욱 행동주의적으로 취함으로써 제3세계 동맹자들에게 모스크바의 신뢰를 회복시킬 필요에 직면했다. 한편 중국 지도자들은 처참한 대약진운동의 경험을 잊어버리고 제3세계 혁명 프로젝트의 리더십에 대한 그들의 권리 주장을 강화하기를 바랐다. 1960년대라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면서 베이징도, 모스크바도 비서방 세계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교묘하게 움직였다. - P280

크렘린에 대한 베이징의 적대감이 증대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 공산당이 학살당했으며, 중소 국경 충돌이 1969년에 발생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하노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지도자들은 워싱턴과 관계 회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1971년 방글라데시 해방전쟁부터 1979년의 중국-베트남 전쟁에 이르는 동안 워싱턴과 베이징의 지도자들은 소련과 그 동맹국에 맞선 투쟁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제휴 관계를 형성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의 전쟁은 공산주의 세계를 갈갈이 찢어놓았고 제3세계 공산주의 프로젝트를 완전히 파괴했다. - P554

냉전 시대의 마지막 10년 동안에는 혁명전쟁의 경로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부터 새로운 지역으로 두드러지게 이동했다. 아야톨라 호메이니, 사담 후세인, 오사마 빈 라덴은 포스트냉전 시대의 국제정치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었다. 이 세번째 충돌의 물결은 좌익 게릴라들이 친서방 정부와 싸우는 이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났다. 공산주의 혁명가들이 아니라 종교적, 인종적 정치에 사로잡힌 새로운 유형의 급진주의자들이 선두를 차지했다. "동도 서도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이 다음 세대의 전사들은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영향력을 모두 거부했다. 냉전 말기의 종파 전사들은 외부 세력에 맞서 싸우는 만큼이나 서로를 상대로도 싸웠다. - P558

대대적인 종파 반란의 전쟁들은 레바논, 이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적 그룹들을 급진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그와 동시에 이스라엘, 시리아, 이라크, 파키스탄의 군사화된 정권들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포스트식민주의 세계 전역에서 맹렬하게 진행된 충돌들에 미국과 소련이 퍼부은 군사적, 정치적, 재정적 지원은 온건파를 파멸시키고 세계의 사회들을 급진화하는 데 일조했다. - P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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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2-28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 읽고 이 책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분량이 어마어마하네요.
저 미국이 캄보디아 폭격했다는 걸 알았을 때 되게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 커다란 나라가 도대체 그 작은 나라를 왜 폭격하는거야? 하고 말이지요. 그때 정말 대충격이었는데, 이 책 읽어보고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2-28 09:05   좋아요 2 | URL
미국은 아시아 대부분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러시아(소련)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죠.
아무래도 시기도 길고 전 아시아의 역사를 다루다보니 분량은 두껍지만 필독서임에는 분명합니다. 현대의 아시아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실거에요.

잠자냥 2023-12-28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필독서군요!!

다락방 2023-12-28 08:59   좋아요 2 | URL
나에겐 오늘 잠자냥 님이 쏘아준 600원이 있다.. 이 책을 사기에 충분하지!!

거리의화가 2023-12-28 09:03   좋아요 1 | URL
두분 다 꼭 읽어보셔요! 좋은 책입니다^^
 

호메이니와 추종자들은 그들의 혁명을 더 넓은 이슬람 세계로 확산하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인접한 이라크와 그 시아파 다수 국민(국민의 약 3분의 2)이 테헤란의명부 최상위에 올라가 있었다. 호메이니가 이슬람 혁명의 선봉에 섰던 반면 사담 후세인은 세속적 아랍 민족주의 혁명의 리더십 도전자였다. - P724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치러진 전쟁으로 곤혹스러워진 유일한 행위자가 아니었다. 시리아의 대통령 하페즈 알아사드는 작은 인접국에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고, 다마스쿠스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레바논의 혼란이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슬그머니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76년 레바논에 개입했다. 하지만 몇 년간 전투가 벌어졌으나, 이 목표 중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시리아의 개입은 국가의 재정을 상당히 고갈시켰다. 게다가 폭력과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피난민들이 계속 시리아로 유입되었고, 이는 시리아의 침체한 경제를 더욱힘들게 했다. 아사드는 또 레바논에서 노선을 완전히 바꿔 보수적인마론파와의 곤혹스러운 동맹을 그만두고 무슬림 및 팔레스타인해방기구와의 관계를 미봉책으로나마 개선하기로 작정했다. 하지만라파트는 완강한 독자 세력으로 남았고, 다마스쿠스의 의지를 따르지 않으려 했다. 개입으로 인한 긴장 때문에 시리아에서는 국내 분규도 더욱 격화했다. - P746

1985년 1월에 케이시는 뉴욕의 정책들에게 워싱턴은 "공산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자유의 전사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에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의회와 국민에게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니카라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륙에서 소련이 지원하는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죽음 - P776

을 각오하는 사람들과의 신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몇달 뒤 보수적 칼럼니스트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이 정책을 ‘레이건독트린‘이라고 불렀다. - P777

"테러리스트" 절멸이라는 샤론의 논리로부터 사브라와 샤틸라의학살에 대한 팔랑헤당 당원들의 정당화로 나아가는 데는 거대한 인식적 비약이 필요 없었다. 한 민병대원은 학살을 목격한 어느 이스라엘 방위군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임신한 여성들은 테러리스트를 낳을것이고, 아이들은 자라면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오."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베이루트에서 소개하는 하비브 계획의 일부로 피난민보호를 보장했고, 이스라엘 방위군은 서베이루트에 진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브라와 샤틸라의 전쟁범죄는 예견되었지만 막지 못했다. - P785

1982년 9월 말 미 해병 1200명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평화유지군, 그리고 소규모의 영국 평화유지군 분견대와함께, ‘다국적군‘에 참가했다.
서류상으로 다국적군은 엄격하게 중립적이었으나 현장의 현실은좀 더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시르 제마엘이 암살되고 그의 형아민 피에르 제마엘이 대통령직에 올랐다. 바시르처럼 아민은 팔랑헤 소수파를 대표했고, 레바논 정치에서 중립적 인물로 여겨질 수없었다. 레이건 행정부 내의 최고 관리들이 이해하지 못한 듯한 이러한 현실은 미 해병들과 다국적군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레바논 정부를 지원하는 책무를 진 다국적군은 레바논 내전으로 끌려들어갔다. - P788

적어도 이란과의 전쟁은 사담 후세인에게 이라크 국가에대한 통제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신시켰다. 반란의 잠재적인 원천은 분쇄되어야 한다. 사담 후세인의 최우선 의제는 북부 이라크의 쿠르드족이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 이란, 시리아, 튀르키예의 변경 지대에 흩어져 있는 고대 주민들이었다. 유럽의 강대국들이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만제국 이후의 지도를 그렸을 때, 쿠르드족은 국가 없는 민족 중 하나가 되었다. 그 후로 쿠르드족의 민족적 야망과 종족 정치는 바그다드, 테헤란, 다마스쿠스, 앙카라의 중앙정부들에 걱정거리가 되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1961~1970년,
1974~1975년, 1983~1985년 세 차례에 걸쳐 바트당 정권을 상대로반란을 일으켰다. 이란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북부의 쿠르드족 지역은 이라크 변경 지대에서 취약한 지점으로 드러났다. 이란과의 교전이 끝나자, 사담 후세인은 전투로 단련된 병사들에게 새로운 임무를부여할 기회가 왔음을 알았다. 이라크군은 쿠르드족에 맞서 야만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그 결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만 명의 사람이 살해당할 것이었다. - P833

12월에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고르바초프는 레이건에게 늦어도 향후 12개월 안에 모든 소련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이 과정은 국민 화합 및 연립정부의 구성과 연계되어야 합니다"
라고 언급했다. 고르바초프는 크렘린이 안정되고 중립적인 아프가니스탄을 보기를 원할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레이건에게 모스크바는아프가니스탄 영토에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장담했다.
철군을 촉진하기 위해 고르바초프는 레이건에게 무자헤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레이건은 이 요청을 회피했다. - P850

거의 14년 동안 전쟁이 지속된 후 레바논의 전투원들은 탈진 상태에 다가섰다. 하지만 종파의 원한이 계속 곪아 터졌다. 1988년 9월에, 물러나는 대통령 아민제마엘은 재임 중인 총리 셀림 아흐메드호스를 해임하고 총리직이 수니파인 호스에게 넘어가기보다 마론파 기독교도가 레바논의 국가수반이 되도록 미셸 나임 아운 장군을 총리직에 임명했다. 아운은 군사 내각을 구성하고 새 정부의 수립을 발표했다. 호스는 해임을 거부하고 자신이 합법적인 레바논 총리임을 고집했다. 거의 15년 동안 이어진 내전 이후 레바논은 서로경쟁하는 두 개의 정부를 갖게 되었다. - P853

지금까지 어떤 연구자도 워싱턴과 빈 라덴, 마찬가지로 자르카위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증거의 대부분이 CIA와 미래의 알카에다, 그리고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들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동안 서로 소통하지않았음을 시사한다. 미국 관리들은 무자헤딘과의 직접적인 접촉을파키스탄 삼군통합정보부에 맡기는 경향이 있었고, 빈 라덴도 자르카위도 당시 워싱턴의 주의를 크게 끌 만큼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을것이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소련이 수행한 작전들은냉전이 쇠퇴하던 시기에 지구적 지하디스트 운동이 대두하는 토대를 놓았다. 마찬가지로, 레이건 시대에 카터의 신속전개 합동 특수임무부대를 이어받은 중부사령부가 선봉에 섰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가 대두하는 조건을 창출했다. - P862

제3세계에서 냉전은 유럽 식민주의를 파멸시키면서 수십 개의 독립국가들을 창출하는 동시에 2000만명 이상을 죽이고 온건한 세속 민족주의의 힘을 파괴한 대량 폭력을 부채질하는 데 일조했다. 궁극적으 - P872

로 두 이야기는 냉전 시대와 21세기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냉전의 킬링필드에서 저질러진 격렬한 폭력은 유럽의장기 평화 못지않게 현대 세계의 형성에 주요한 요소였다. - P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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