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울산의 2022년 여성 고용률은 47.1퍼센트로 전국 최저다(도표 3.6참조). 최근 10년과 최근5년도 각각 44.4퍼센트, 46.1퍼센트로 단연 전국 최저다. 10년간 울산은 단 한 번도 여성 고용률 차원에서 전국 최저수준을 면하지 못했다. 3부 시작에서 살펴봤던 가부장제의 기준으로볼 때, 가장 보수적이고 가부장적 정서가 강한 지역인 대구 경북보다여성의 노동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산업 가부장제의 틀로 봤을 때 여성에 대한 ‘경력 봉쇄‘가 가장 심각하게 벌어지는 지역이 울산이다. 그럼에도 소득 차원에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내부 노동 시장 안aros에 있던 ‘인사이더‘이자 가정에서는 생계 부양자였던 남성의 고소득으로 여성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가 무마돼 왔다. - P221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회피가 강화됐다. 중소기업을 경험한 이후 열악한 근무여건을 깨닫게 됐다(31.3퍼센트→ 38.9퍼센트). 또 장기적 발전 가능성에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변했다(3.8퍼센트→6.9퍼센트). 반면에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이라는 생각도 줄었다(10퍼센트→ 4.2퍼센트).
게다가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직무 능력을 갖춘 인력 부족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급감한다(8.8퍼센트→1.4퍼센트). 좋은 인력이 들어가더라도
‘구제할 수 없다는 비관적 생각이 강화된 것이다. - P241

울산대 학생의 관점에서 취업 준비가 힘들다고 ‘지인찬스‘이나 ‘아빠 찬스‘로 가까운 공장에 ‘알음알음‘ 생산직으로 취업하는 것은 고용 불안과 저임금, 산재 위험까지 고려했을때 나쁜 선택지다. 또 학교 취업지원센터나 산학협력단, 또는 단과대등에서 추천하는 지역 중소기업(하청 회사 혹은 부품 협력사)에 취업하는것도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선택지다. 겪으면 겪을수록 다른 선택지를 모색하는 게 본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울산의 대학생들은 간파한다. 개개인의 관점에서 공과대학을 다닌다면 어렵더라도 스펙을 더 갖춰서 대기업이나 기술 계통 공공 부문에 가는 것이 더 나은선택이다. 인문사회 계열이라면 일자리가 더 많은 수도권에 지원하든가아니면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지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리하여 산업도시 울산에서 나고 자라 부모의 지원으로 고학력 - P243

자가 된 많은 자녀가 기회만 생기면 일자리를 찾아서울로 떠나기 일쑤다. 그래도 나고 자란 고장에 살겠다는 청년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거나,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NCS 문제집을 풀면서 기약 없이 구직준비를 하게 된다. 아직은 정년을 채우지 않은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아르바이트와 구직 준비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낸다. - P244

신체적 조건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울산의 생산직은 남성 채용의 관행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관행이 아니었다면 여성을 채용하려는 시도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또는 여성이 일하기에 적합한 작업장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밀한 신체 조건을 조사했을 테지만그런 적은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문제 제기가 제대로 된 적도 없었다.
사소한 이유로는 여성이 남초 직장인 3대 산업의 정규직 생산직 자리 - P252

에 적극적으로 구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설령그렇다 해도 이는 "남성은 임금 노동을 하고 여성은 무불 가사 노동을한다"는 가부장적 성역할에 기댄 측면이 있으므로 검토해 봐야 할부분이다. - P253

IMF 이후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여성이 일자리를 찾아 사회로 나왔다는 서사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여성은 ‘야쿠르트 아줌마‘부터 시작한 각종 방문판매원이나 미싱사같은 다양한 경공업 노동을 전업과 부업의 형태로 수행해 왔다. 그러다 남성 위주 정규직 화이트칼라 직군이수도권에서 늘고 산업도시에서 남성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면서 일시적으로 남자가 돈을 벌고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로 불렸을 따름이다. 노동사회학의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다양한서비스 산업과 비공식 경제, 그리고 경공업 근처 외부 노동 시장을 계속 맴돌았던 것이 해방 이후 대다수 한국 여성의 노동 경험이었다. - P257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 혹은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울산은 적절한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에서 자라고대학을 나온 여성이 울산에서 일한다면 커리어 패스 관점에서 손해다. - P266

근속을 하며 경력을 인정받아 이직할 때 협상력을 키우고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울산에서 전문직 여성이 일한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13퍼센트 이상 임금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이다. - P267

울산의 노동자 중산층모델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면 박정희 시대 이후 50년간 형성돼 온산업-노동-가정의 복합체로 굴러가는 전국의 산업도시 역시 손쓰기어려운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속수무책이 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우리가 ‘산업도시의 평범한중산층 가정‘ 구성을 생각할 때 은연중에 전제하고 있는 세 가지 요소 때문이다. 바로 남성, 생산직,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가정이다. - P2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