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 남성성 - 19세기 영국의 젠더 형성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573
박형지.설혜심 지음 / 아카넷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종 차별과 성적인 차원의 거리두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식민 정책의 근간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차별이 인종차별과 함께 행해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위계 질서는 인종적 우월성과 식민 담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지배 담론의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피치 못하게 인종 간의 성적 결합이 발생할 경우에는 양자간에 인종적 위계질서가 형성되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오직 백인 남성과 원주민 여성의 결합만은 암묵적으로 허용되었다. 그밖에 다른 형태의 인종 간 성적 결합은 완전히 금지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영 제국의 식민 체제를 가장 대표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특징은 남성다움이 된다. - P47


기대했던 것보다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특히 나는 1장과 5장에서 얻은 바가 많았다. 


1장에서는 인도 항쟁이 영국 제국주의와 결합했을 때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알려준다. 


우선 ‘인도 항쟁’이 아닌 ‘세포이 항쟁’으로 각인되어 있었던 내게 사건의 이름조차 새롭게 다가왔다. 19세기 후반 강하고 정력적이고 냉철함으로 각인되어 있었던 영국 제국의 남성성은 제국주의와 함께 식민 통치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제국 초기였던 183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인들은 식민지의 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냈다. 예를 들면 유럽 남성이 원주민 여성과 결합하는 것을 종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식민 정책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물론 이는 식민지 입장에서 보면 제국주의적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가 1830년 이후가 되면 동인도 세력의 힘이 떨어지고 기독교의 선교가 확장되면서 영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를 바탕으로 개혁의 바람이 분다. 거기에 식민지의 경제적 수요가 증가하고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더해지면서 인도의 수탈은 강화되었고, 식민 정책이 강경하게 바뀐다. 인도 항쟁은 강경 식민 정책으로 돌아서는 데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건이라도 사건 자체로만 이해하면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전후 사정의 과정을 이해하고 주변을 확인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단편적인 시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도 항쟁(세포이 항쟁)을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5장은 영국이 추종하는 ‘신사’에 대한 개념에 대해 더 깊숙이 이해할 수 있었다. 

막연히 영국의 신사하면 떠오르던 외양이 있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신사는 퍼블릭 스쿨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 퍼블릭 스쿨의 시스템은 질서를 중시하고 계급적 위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차별 구조를 정당화하였고 이런 엘리트주의를 이용하여 배타성을 키웠다. 거기에 스포츠맨십을 이용하여 남성성을 더 강화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퍼블릭 스쿨이 고대의 이상인 현인과 중세의 시사적 영향을 이어받은 인간상을 만들어내려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퍼블릭 스쿨은 이렇게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을 만들어냄으로써 영국 제국주의의 기초가 되는 남성들을 만들어냈다.


6장은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의 인물들을 통해 영국인이 바라는 신사의 개념을 들여다본다. 소설을 읽지 않고 6장을 읽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급하게 <위대한 유산>만 읽었다. 사실 <위대한 유산> 뿐 아니라 <데이비드 카퍼필드> 소설도 다루기는 하지만 <위대한 유산>만 읽어도 6장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다. 물론 가능한 소설을 읽고 6장을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만약 내가 6장의 내용을 읽지 않았다면 ‘신사’에 집착하는 어떤 남성의 성장기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 같다. 신사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무엇인지 곱씹게 해주는데 과연 당시 영국의 신사들이 도덕성과 인격을 갖추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애당초 주인공이 모델로 삼은 신사는 허울 뿐인 외양과 자본을 갖추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소설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당시 제국주의의 첨병을 달려 가던 영국의 환경을 들여다보게 하면서 식민지/피식민지민 간에 계급적이고 위계적인 차별 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시간 내에 읽었다면 더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요즘 일이 너무 몰려서 일정상 후반부에 몰아 읽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영국의 식민 전략은 인도에 있는 영국인들에게 식민 통치에 부합하는 제국주의자가 되도록 강요하였다. - P40

표상은 다양한 권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인지되며, 해석된다. 따라서 타자의 몸에 대한 담론은 결국 그 몸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이수반하는 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유추하고, 추출하여 정립하기 위해 한 시대의 합리적 방식, 즉 이른바 <과학적 방법들이 적용되었다. 여기서 19세기의 <과학>이 <타자의 몸>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띤 가치를 몸에 투영하기 위해 당시의 과학을 <동원>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 P92

영국인들은 인도인에 대한 보복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도 항쟁기에 일어난 <여성들과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이용하여 <집안의 천사>라는 개념을 더욱 강화시켰다. 여성들은 폭도들의 위협을 받는 영국적인 가치의 상징이자 비유의 핵심으로 강조되었고, 영국 남성들의 기사도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제국의 한가운데 놓인 빅토리아 시대의 <집안의 천사>는 무언의 상징적 중심이었을뿐 그 자체로는 적극적 역할을 전혀 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영국의 사회와 가정의 가치를 의미하는 허구적인 표상으로 기능했으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가혹한 제국주의의 정책들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작용했다. - P154

19세기는 고대 그리스 문화와 중세 문화를 이상화하면서 흠뻑 젖어들던 시기였다. 고대의 이상과 중세의 영향이 가장 집약되어 녹아든 곳이 퍼블릭 스쿨이었다. 그곳에서는 그리스어를 비롯한 고전교육 위주의 커리큘럼과 스파르타식 교육, 중세의 기사도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고전 교육, 설교, 독서, 교과서 등을 통해 남성들 사이의 우정 혹은 애정을 미화하는 내용을 늘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소년들로만 이루어진 퍼블릭 스쿨은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중세 수도원의 형태와 가장 근접한 곳이었기에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한 수도사나 독신 사제의 금욕에 대한 예찬이 이곳에서도 강하게 주입되었다. - P208

퍼블릭 스쿨은 엄격한 위계와 의식화된 코드, 계율과 질서의 총본산이다. 19세기의 많은 퍼블릭 스쿨에서는 상급생이 하급생을 지도하고 관리, 감독하는 프리펙트패깅 시스템 prefect-fagging system이라는 조직 체계를 운영하였다. 프리펙트 prefect나 프리포스터(preposter, praeposter)는 상급생 가운데 선발된 감독생을 일컫는 말인 반면, 상급생이 부려먹는 하급생은 흔히 패그fag라고 불렸다.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는 퍼블릭 스쿨에서 상급생과 하급생의 관계, 나아가 프리펙트-패깅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엄격한 위계 질서를 체화하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했다. - P213

1857년 10월 4일 안젤라 버뎃 쿠츠Angela Burdett Coutts에게 보낸 편지에서 디킨스는 대량학살에 대한 충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내가 인도의 최고사령관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제일 먼저 할일은 그 동양 인종을 불시에 습격하여, (....)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 최근에 자행된 잔혹한 행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인종을 근절시키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 내가 그곳의 책임자라면, 다양한 처형 방법을 강구해 그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 한시 바삐 인류에서 사라지게 했을 것이다." - P238

에드워드 사이드 Edward Said는 『문화와 제국주의 Culture andImperialism』에서 『위대한 유산을 논의하면서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달리 이 소설은 식민지로의 추방이 가졌던 <영속성>을 사실상 위반하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매그위치의 영국 귀향을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이드는 <갱생을 위해 설계되었으나, 이송되었던 영국 범죄자들의 본국 송환은 사실상 금지되었던 형벌 식민지였다>)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설명한다.
매그위치의 귀환에 대한 금지령은 단순히 형벌의 의미가 아니라 제국주의적인 것이다. 국민들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장소로 이송될 수 있지만, 디킨스의 모든 소설이 입증하듯 모국의 개개인들이 만들어낸 계급조직이 철저하게 도식화하고 확보하여 이미 구성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모국의 공간으로 ‘귀환‘이 허락될 수 없었다. - P262

핍은 영국 남성성의 다양한 정의에 관해 고심하면서 자신이 <신사>에 대해 최초로 내렸던 정의, 즉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신사는무책임하고 파산 상태에 빠진 상류층 젊은이로서, 좀처럼 존경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소설 끝부분에 이르면 핍은 실제로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심정적으로는 진정한 신사이다. 막연한 상상이 점차 현실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핍은 자신이 속한 영국 사회가 물질적인 것, 특히 식민지 자본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26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5-01-27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페이퍼랑 인용해주신 문장 읽어보니 저도 그간 읽은 내용이 샤샤삭 정리되네요. 저는 이제 막 5장 들어가고 있습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님!

거리의화가 2025-01-28 08:03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감사합니다^^ 이 책 예상만큼 좋았습니다. 얼마 안 남으셨네요. 완독 응원합니다!
 

6장

레트윈과 길무어의 가장 주된 차이점은 신사의 위치를 빅토리아시대의 계급적 구조 안에서 파악하는지의 여부이다. 그런데 계급을초월했다는 레트윈의 견해와, 좀더 역사의식이 반영된 길무어의 견해를 함께 감안하면, 우리는 당시의 신사 역할에 대해 보다 폭넓은이해를 할 수 있다. 레트윈과 길무어 모두 진정한 <신사>는 계급이나 지위의 개념을 초월한다는 데 동의한다. 신사는 단순히 특정한계급의 구성원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장점과 자질에근거하여 그 명칭이 부여되었다. - P230

『올리버 트위스트』와 『데이비드 카퍼필드 David Copperfield』, 그리고 『위대한 유산과 같은 디킨스의 빌둥스로만들은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를 누린 소설에 속한다. 이 소설들은 모두 신사가 되는 것의 의미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년의 성장에 관한디킨스의 반자전적 이야기들의 핵심에는 작가 본인의 어린 시절로거슬러 올라가는 신사다움, 즉 신사가 되는 방법과 신사의 지위를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염려가 자리 잡고 있다. - P233

1857년 10월 4일 안젤라 버뎃 쿠츠Angela Burdett Coutts에게 보낸 편지에서 디킨스는 대량학살에 대한 충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내가 인도의 최고사령관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제일 먼저 할일은 그 동양 인종을 불시에 습격하여, (....)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 최근에 자행된 잔혹한 행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인종을 근절시키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 내가 그곳의 책임자라면, 다양한 처형 방법을 강구해 그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 한시 바삐 인류에서 사라지게 했을 것이다." - P238

애니 세드린이 주장하듯, 이 소설은 <범죄와신사다움의 상호 관련성을 핵심적으로 짚어내면서도 불편한 심기를드러낸다>. 『위대한 유산』은 진보와 발전을 향한 시도마다 앞을가로막으면서, 핍과 독자에게 다윈의 지배를 받는 삶의 그물망을 상기시킨다. 즉 『위대한 유산의 모든 것들은 그 근원으로 되돌아간다. - P242

에드워드 사이드 Edward Said는 『문화와 제국주의 Culture andImperialism』에서 『위대한 유산을 논의하면서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달리 이 소설은 식민지로의 추방이 가졌던 <영속성>을 사실상위반하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매그위치의 영국 귀향을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이드는 <갱생을 위해 설계되었으나, 이송되었던 영국 범죄자들의 본국 송환은 사실상 금지되었던 형벌 식민지였다>)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설명한다.
매그위치의 귀환에 대한 금지령은 단순히 형벌의 의미가 아니라 제국주의적인 것이다. 국민들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장소로 이송될 수 있지만, 디킨스의 모든 소설이 입증하듯 모국의 개개인들이 만들어낸 계급조직이 철저하게 도식화하고 확보하여 이미 구성원들이 거주하고 있는모국의 공간으로 ‘귀환‘이 허락될 수 없었다. - P262

핍은 영국 남성성의 다양한 정의에 관해 고심하면서 자신이 <신사>에 대해 최초로 내렸던 정의, 즉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신사는무책임하고 파산 상태에 빠진 상류층 젊은이로서, 좀처럼 존경하기힘든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핍과 허버트의 빚은 작가인 디킨스가 어린 시절에 빚 때문에 아버지가 투옥되었던 경험과 관련하여겪은 가장 큰 충격에서 비롯된, 그들의 삶에 대한 심오한 질책으로이해해야 한다. 소설 끝부분에 이르면 핍은 실제로 경제적 능력과상관없이 심정적으로는 진정한 신사이다. 막연한 상상이 점차 현실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핍은 자신이 속한 영국 사회가 물질적인것, 특히 식민지 자본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2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장

강건한 기독교도란 기독교의 신념에 입각하여 행동하는 신사를 말하는데, 정직, 예의, 협동심, 용기, 리더십과 더불어 강한 체력과 애틀레시즘athleticism (스포츠애호주의)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강건한 기독교주의는 그 특성이<남성다움 manliness>의 고양이었으며, 남성다움이란 전체를 위해희생할 수 있는 용기라고 주장되었다. 강건한 기독교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톰 브라운』 시리즈"를 통해 19세기 후반 영국 사회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 P196

집을 떠난 소년에게 낯선 곳은 곧 모험의 공간이 된다. 최근 제국주의 연구들은 1880년 전후로 나타난 청소년 문학을 제국주의적 선전과 강하게 결합하여 발달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런 문학에서 제국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고 동시에 소년이 성인이 되는 곳이다. 나아가 그 주인공은 제국주의의 영웅으로 숭앙받는다. 톰 브라은 제국이라는 바깥 세상 대신 영국 내에 <퍼블릭 스쿨>이라는모험 공간을 설정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고향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자아를 만나야 하고, 영웅으로 거듭난다. - P201

19세기는 고대 그리스 문화와 중세 문화를 이상화하면서 흠뻑 젖어들던 시기였다. 고대의 이상과 중세의 영향이 가장 집약되어 녹아든 곳이 퍼블릭 스쿨이었다. 그곳에서는 그리스어를 비롯한 고전교육 위주의 커리큘럼과 스파르타식 교육, 중세의 기사도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고전 교육, 설교, 독서, 교과서 등을통해 남성들 사이의 우정 혹은 애정을 미화하는 내용을 늘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소년들로만 이루어진 퍼블릭 스쿨은남성만으로 이루어진 중세 수도원의 형태와 가장 근접한 곳이었기에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한 수도사나 독신 사제의 금욕에 대한 예찬이 이곳에서도 강하게 주입되었다. - P208

퍼블릭 스쿨은 엄격한 위계와 의식화된 코드, 계율과 질서의 총본산이다. 19세기의 많은 퍼블릭 스쿨에서는 상급생이 하급생을 지도하고 관리, 감독하는 프리펙트패깅 시스템 prefect-fagging system이라는 조직 체계를 운영하였다. 프리펙트 prefect나 프리포스터(preposter, praeposter)는 상급생 가운데 선발된 감독생을 일컫는 말인 반면, 상급생이 부려먹는 하급생은 흔히 패그fag라고 불렸다.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는 퍼블릭 스쿨에서 상급생과 하급생의 관계, 나아가 프리펙트-패깅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엄격한 위계 질서를체화하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했다.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장

유럽인들과 함께 살게 된여성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모피 무역에서 통역, 중개인, 심지어 모피를 만드는 노동력까지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런 통혼은 사실 유럽인들에게 비유럽 사회로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안전 장치나 보험과도같은 것이어서 새로 개척한 지역에서는 이런 식의 결혼이 공식적으로 권장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식민 지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유럽의 시각에서는 이런 결혼을 흔히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던 정형>으로 포장하여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식민지 지배자와 종속민 사이의 성적 관계는 엄청나게 강압적인 것이었다. - P166

최근 여성학자들 사이에서는 오스트일리아와 남아프리카의 여성들이 <매춘> 이외에는 금전적 이익을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매춘은 유일한 독립의 방식이었으며, 심지어 스스로에 대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들은 가정에 매인 주부들보다 오히려 더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구가할 수 있었으며, 직업인으로서 합리적인 직업 정신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구도에서 매매춘이란 단순히 성을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라 권력의 관계, 나아가 젠더보다는 인종의 문제, 퍼져가는 자본주의에서 비롯되는 계급 문제이기도 하였음을 이해해야 한다. - P170

1866년 전염병 예방법을 확대 적용하기 위한Association for Promoting the Extension of the ContagiousDiseases Act가 결성되었다.
하지만 매춘에 대한 국가의 통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869년 전염병 예방법 폐지를 위한 두 개의 단체가 결성되고, 그후 10년간 이 법을 폐지하라는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전개되었다. - P174

매춘부에 대한 강제 검진에서 촉발된 이 캠페인은 1870년대와1880년대를 통해 전염병 예방법 폐지라는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강력한 <순결 캠페인 Purity Campaign>을 불러일으켰다.)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관용해왔던 하층민 사이의 성 관행과 청소년의 성에도 강력한 규제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1870년대에 이미 12세에서 13세로 한 차례 상향되었던 여성의 결혼 허용 연령이 1880년대에 이르면 16세로 다시 한번 상향 조정되었는데, 이는 당시 세계 어느 곳보다도 엄격한 기준이었다. 소년들의 자위행위 또한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되었다. - P175

19세기를 거치면서 <성>을둘러싼 개념들은 이제 지극히 세속적이고 합리적인 영역에서 <과학적 포장>을 거쳐 <객관적 진실>이라는 무게를 확보하게 되었다. <섹스광> 흑인의 이미지는 그전부터 있어왔지만, 19세기를 거치면서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 되어갔다. 서구 역사에 나타난 <야만인>의 이미지를 분석한 귀스타브 야호다Gustav Jahoda는 〈19세기의 주요 변화는 이들 이미지들이 좀더 (사이비) 과학이라는 가면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과학은 이제 제국주의 세계라는 엄청나게 확장된 범위를 근거로하여 각 지역과 인종을 상호 비교하며 성적인 위계를 매기기 시작하였다. - P178

19세기는 <클리토리스>를 <발명한 시대로 볼수 있는데, 이것은 곧 여성이 성적 쾌락을 느끼는 존재인가에 대한문제와 직결된다. 여성은 성욕이 부재한 존재라는 전통적인 믿음과여성이 엄청난 성적 욕망을 갖고 있다는 새로운 주장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는 동안 과거에는 <신비스러운 것>이었던 여성의 성욕이 객관적인 <실체>가 되어갔고, <오르가슴>은 과학적 영역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되었다. - P1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장

<집안의 천사>는 가정이라는 안식처를 관장하는 사람으로서 눈에보이지 않게 가정과 가족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자기 자신이나자신의 욕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오로지 주변 사람들을 위해 가정을 편안한 휴식처로 만드는 데 힘쓸 뿐 전혀 사실이없는 존재였다. - P122

<집안의 천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학 작품에서 남성성 - P129

의 재현 방법을 고찰한 비평가들은 드물지만, 21) 그중 캐롤 크리스트Carol Christ는 천사의 남성 상대역에 부과된 역할을 예리하게 조명하고 있다. 우선 그녀는 산업혁명 이후 형성되기 시작한 별개 영역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맥락에서 남성과 여성의 행위를 지배하는 성별에 따른 전형들을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그녀는 그러한 전형들이고착화된 원인을 <시장 경제 논리가 대두하면서 신앙심의 붕괴와비인간적인 압박감> 때문에 <수많은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들이 그러한 가치들을 가정과, 가정의 중심인 여성들의 내면으로 옮겨놓았다>22)고 설명한다. <집안의 천사>가 필요했던 이유는 <근대화된 삶이 가져다준 불안감에서 도피할 수 있고, 종교적인 신앙심이나 근대적인 상업 논리로는 더 이상 확인받을 수 없는 가치들을 간직할 수있는 안식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여성>23)이었기 때문이라는것이다. - P130

새롭게 등장한 <인도 항쟁의 패러다임>은 영국 여성, 즉 영국에서 살아가는 <집안의 천사들이 인도 남성들에게 희생되었음을 강조했다. 사실 이것은 서양이 동양을성적으로 지배한다는 고전적인 제국주의 전략이 제국주의자들 자신을 향해 역전되는 <역식민화>의 시나리오였다. - P133

인도 항쟁의 정치적 갈등은 영국 남성들이 단결하여 기사답게 <자신들의> 여성을 보호해야 하는 로망스적인 서사를 부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반면에 영국 남성의 잠재된 희생 가능성은 주목받지 못했으며, 자기 방어를 위한 방어적인행위보다 기사도에 입각한 영웅적 행위에 전력을 투구할 수 있도록영국 남성의 남성성을 강화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철저히 감추어졌다.
동시에 그러한 서사는 인도 항쟁의 희생자들을 <집안의 천사>로,
즉 가정의 수호신이자 공격받고 있는 영국적 정체성의 화신으로 구체화했다. - P138

1854년에 처음 출간된 팻모어의 시는 사회적으로 이미 통용되고있던 개념을 문서화하고 정리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는 가운데 몇년 뒤 발생한 인도 항쟁은 역사적인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영국인들은 인도인에 대한 보복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도 항쟁기에 일어난 <여성들과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이용하여 <집안의 천사>라는 개념을 더욱 강화시켰다. 여성들은 폭도들의 위협을 받는 영국적인 가치의 상징이자 비유의 핵심으로 강조되었고, 영국 남성들의기사도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제국의 한가운데놓인 빅토리아 시대의 <집안의 천사>는 무언의 상징적 중심이었을뿐 그 자체로는 적극적 역할을 전혀 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영국의 사회와 가정의 가치를 의미하는 허구적인 표상으로 기능했으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가혹한 제국주의의 정책들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작용했다. - P154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5-01-2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서문 읽는데 서문부터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