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오토 예스페르센Otto Jesperen 교수는 『언어language』라는 책을 냈다. 당시 62세였던 예스페르센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언어학자로 구문론, 문장구조, 초기 언어 발달 전공자였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 우리 발화가 인식되는 방식이 어떤 성별과 연결되는지, 젠더 역할이 인식되는 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썼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문장을 덜 끝내는 경향이 있다..." 혹은 "여성의 어휘는 남성의 것보다 덜 확장적이다." ...
'걸 토크'에 대한 생각은 문화 전반에 걸친 가정, 즉 여성들이 더 감정적이고,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이 적으며, 립글로스나 카다시안 일가같이 소위 경박한 주제에 자연적으로 끌리기 마련이라는 가정에 의한 것이다. '걸 토크'는 여성들이 서로 이야기할 때 기본적으로 뇌가 비어 있다고 가정한다. - P104
립글로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뭐가 어때서?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성들끼리 대화할 때 연예인, 미용 등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감성적이면 뭐 어때서? 어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만이 좋은가? 꼭 거창한 주제만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가? 남성들은 늘 그런 대화만 할까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감성적인 것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 아닐까. 이런 기준 자체가 이성이라는 것이 합리적이고 감정이라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다시 한번 느꼈다(고대 아리스토텔레스 때부터...).
여성들은 여성만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까? '걸 토크'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학자는 영국 로햄턴대학교 언어학자인 제니퍼 코츠Jennifer Coates다. 그와 동료들은 여성끼리만, 남성끼리만 이루어진 발화 스타일의 양상을 나이별, 인종별, 문화별, 섹슈얼리티 정체성, 사회경제적 계급별로 분석한 결과 ('젠더어genderlects') 남성의 발화 스타일은 '경쟁적'인데 반해, 여성은 '협력적'으로 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 남성들은 수직적 구조로 대화하는 반면 여성들은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언어학자 데버라 캐머런은 가십의 목적이 다음과 같다고 말했다. 1) 사람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인 정보를 순환하기 2) 다른 사람들과 내집단을 형성함으로써 유대감을 유지하기 3) 특정 가치 혹은 규범에 대한 집단의 헌신을 공고히 하기.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여성만이 추구하는 목적은 아니다. - P108
여성혐오적인 언사의 목적은 일종의 유대를 만드는 의례인 것이다. 캐머런이 말했던 것처럼 "비밀을 공유하고, 공격적이거나 위반적인 단어를 공유하는 것은 일종의 친밀감을 형성한다. (···) 이 행위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나는 너를 신뢰해. 난 이 말을 모두가 듣기를 원하지는 않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상호호혜적인 반응을 요한다. - P111
1970년대 UC버클리의 로빈 레이코프 교수는 헤지(있지just, 그치you know, 음well, 그래서so, 내 말은I mean, 그런 거 같아I feel like' 등 언어 교환에 쓰는 암묵적인 기술)가 자신감이 없고 주저하는 상태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레이코프는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넣는 행위는 여성의 전반적인 위치에 도움을 주지 않으므로 이런 문장으로 끝맺기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은 이 헤지가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고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진 게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남성들도 여성들만큼이나 헤지를 사용하며 여성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는 불확실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가 너무 민감할 때 등의 많은 상황에서 말을 부드럽고 수월하게 들리게 하여) 신뢰와 공감을 형성하고자 함이다.
언어학자들이 '최소 반응minimal response'라고 부르는 것도 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할 때 '흠, 음, 맞아, 어'와 같이 반응하는 짧은 말들이다.
그러니까 reaction, 맞장구의 말인데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와중에 말을 잘 듣고 있다는 제스처로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긴 말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는 안심하고 다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대화를 연결해나가는 전략 중 하나는 질문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제니퍼 코츠의 연구가 보여주길, 여성만 있는 공간에서 질문은 새로운 주제, 다른 화자의 관점 확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협력적이고 편리한 기능을 한다. 또한 여성들은 대화의 장이 모든 참여자들에게 동시에 열려 있어 대화가 겹치거나, 누구나 반복적으로 말하거나, 각자의 말을 다시 하는 등 차례를 번갈아 맡는 음악에서의 잼 세션 구조 방식을 이용한다.
코츠는 남성들이 서로에게 질문을 할 때, 그 기능은 정보를 묻고 답을 찾는 것이지만, 여성들에게 질문은 다른 기능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여성들은 다른 대화 참여자를 대화의 장에 올려 주고 흐름이 계속되도록 한다.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대화에서의 이 섬세한 수평성은 누구도 주제에 대해서 독점적인 권한을 갖지 않도록 하고, 이때 질문이 이러한 요구를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 P118~119
코츠는 남성의 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가운데 위계 구조의 유지를 돕는 특징으로 번갈아 하는 독백을 꼽았다. 혹은 한 명이 어떤 끼어들기, 최소한의 반응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혼자서 긴 시간 발화를 독점하는 현상이다. 이는 '전문가 흉내 내기' 혹은 특정 주제에 대한 개인의 지식을 전시하는 방식이다. - P120
모임에 나갔을 때 한 명이 독점적으로 얘기하려고 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대부분 그 사람(남자)은 다른 누군가가 자기 말을 가로채려고 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하며 '왜 자기 말을 가로채냐' 하는 늬앙스를 풍기곤 했다. 나는 '자기가 이 모임의 시간을 전세낸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모임은 여러 사람이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인데 본인이 독점하면 그게 무슨 모임이 되나. 그런 것은 세미나, 학회의 발표로서의 성격이 맞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