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 며칠 되었던 책인데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좀 혼란스러웠기도 했고. 하지만 이런 점을 느꼈다 하는 것은 정리해야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 써 본다. 


이 책의 기본적인 시각은 '외부에서 바라본 유대인과 유대인 사회' 인 듯하다. 그러나 외부에서의 시선을 이야기하려면 내부의 입장에 대한 정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그 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할까. 

'살아있는 유대인에게 우리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려면 시오니즘, 유대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구조 등의 배경에 대한 관점(여러 시각)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책만 보고서는 무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미국의 유대인 사회는 어떤 모습이고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을 갖는지, 최근 들어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등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살아있는 우리는 괴롭다. 우리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렴.'하는 늬앙스로 읽혀서 어쩐지 찜찜한 부분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책이 떠올랐다. 물론 그 책은 지금의 유대인들과 유대인 사회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은 아니다. 그리고 홀로코스트만을 다룬 것도 아니다. 주로 독일, 폴란드와 일본을 중심 지역으로 2차 대전 이후 정부와 민간이 어떤 식으로 대처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이를 통해 과도한 민족주의의 숭배의 문제점, 피해자와 가해자, 희생자의 용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패전 직후 지구적 기억구성체에서 집단적 희생자라는 역사적 위치는 유럽과 아시아 전선에서 먼저 전쟁을 도발하고 이웃 국가들을 침략한 독일과 일본 같은 추축국의 가해자들이 선점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와 전쟁 책임 문제가 기억에서 지워지고 탈역사화하자, 전쟁은 어느 날 문득 할퀴고 간 자연재해처럼 기억되었다. 자연재해에는 가해자가 없고 피해자만 있다. 가해자를 꼭 찾아야 한다면, 신이거나 운명이거나 비인간의 영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전쟁을 탈역사화하고 희생의 역사적 맥락을 지워버리는 순간, 역사의 가해자는 희생자로 위치를 바꾸고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정당화한다. -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中


피해자와 희생자는 언어나 문화권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이거나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같은 언어에서도 문맥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반면 순교자는 언어권의 경계를 넘어 그 의미가 거의 일치한다. 순교자는 종교적 믿음이나 정치적 신념을 위해 모든 고난을 무릅쓰고 죽음까지 마다하지 않는 정치적 행위를 뜻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유대인은 피해자인가, 희생자인가, 아니면 가해자인가.우리는 어느 범주에 들어가야만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피해자의 범주에 들지 않아 '나는 피해자요' 해도 색안경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소리다. 



책을 완독하고도 계속 고민했다. '내가 잘못 이해했나? 간과한 부분이 있나?' 그런데 마지막 챕터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챕터 별로 편차가 크다는 생각? 어떤 챕터에서는 앞뒤로 수식어나 미사여구가 중언부언 붙어서 '그러니까, 핵심이 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얼빈의 유대인 사회 형성 과정과 결과,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시 유대인 탄압으로 유럽 예술계 인사들이 탈출해야 했던 이야기는 그래도 흥미롭게 읽었으나 나머지는 딱히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분명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사전 정보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고 내가 선호하는 글의 문체가 아니기도 해서 지루하게 읽히기도 한 것 같다. 아무튼 다른 분들의 감상이 어떠할 지 나는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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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12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전문가 화가님이 혼란스러우실 정도면 정말 어렵거나(?) 불친절한(?) 책이 맞는겁니다~!!

건수하 2023-05-12 20:42   좋아요 2 | URL
저도 비슷한 내용의 댓글 달려고 했는데! 동감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3-05-13 07:43   좋아요 2 | URL
조심스럽습니다^^; 다른 분들의 책 감상에 방해가 될까 싶어 시일이 많이 지난 뒤에 올릴까 했는데 그러면 또 흐지부지해서 정리 못하고 넘어갈 것 같아서요. 읽으실 분들은 제 글 염두에 두시지
말고 읽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얄라알라 2023-06-08 13:01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 대출만 해놓고, 거의 손 못대다가, 다른 분께서 예약 걸어놓으셔서 반납하러 가는 길에 화가님의 리뷰를 보고,
좀 제 게으름이 민망하졌습니다.
다음에 읽을 때, 화가님 말씀 떠올리며 볼게요~~~

거리의화가 2023-06-08 13:06   좋아요 2 | URL
알라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친구분들의 리뷰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아직 글이 안 올라오더라구요ㅎㅎ 감사합니다^^

2023-05-13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4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