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것
레오니 아주머니의 모습이 짠했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가는 결말이 아닐까.

분홍색 주근깨투성이 피부의 빨강머리 소녀가 삽을 들고 앙큼하고도 무표정한시선을 오래도록 보내며 웃고 있던 이미지를, 위반할 수 없는자연 법칙의 이름으로, 나 같은 아이는 접근할 수 없는 행복의첫 번째 유형으로 영원히 가슴에 간직한 채, 나는 멀어져 가고있었다. 그리하여 그녀 이름은 그녀와 함께 이름을 들었던 분홍색 산사나무 아래서 매혹의 향을 피우고 있었고, 그녀와 가까이 있는 모든 것들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행히도 내 조부모님이 알고 지낼 수 있었던 그녀 조부모님을, 증권 거래소중개인이라는 거룩한 직업을, 그녀가 살고 있다는 그 고통스러운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그 모든 것을 사로잡아 방부제를바르고 향기롭게 만들었다. - P251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을 번데기로 감싸는노년의 커다란 체념이었는데, 이런 체념은 오래 끌어 온 인생말년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가장 단단한 정신적 유대로맺어진 친구들 사이에서, 또는 열렬히 사랑했던 옛 연인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그들은 어느 해부터인가 서로만나는 데 필요한 여행이나 외출을 중단하고, 편지 쓰는 일을 - P252
그만두고,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걸깨닫는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결코 스완을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결코 집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고통스럽게만 여겨지는 이 결정적인 칩거가, 같은 이유로 오히려 아주머니에게는 견디기 쉬웠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주머니가 나날이 확인할 수 있는 쇠진한 기력 탓에 어쩔 수 없이 부과된 칩거였는데도, 아주머니는 행동이나 움직임 각각을 피로나 고통으로 만들면서자신의 무위나 고립, 침묵에 기력을 되찾아 주는 축복받은 휴식의 부드러움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 P253
사실이란 우리 믿음이 존재하는 세계로는 들어오지 못하며, 사실은 믿음을 낳게 한 적이 없지만 파괴하지도 않는다. 사실은 믿음을 끊임없이 거부할 수는있어도, 믿음을 약화하지는 못한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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