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 유물론에 기반한 페미니즘은 다른 가치보다 계급에 우선을 둔다.
앞 부분에서도 레싱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가 초기에 공산주의 운동에 투신했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 활동은 역시 그의 페미니즘 이론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고.

많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종속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성이 노동 현장의 예비군(reserve-army)으로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중요시한다. 즉, 자본주의자들이 자본 축적을위해 필요할 때엔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다시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형태야말로 여성의 종속을 설명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성에 의한 직업의 분리 (여성이 밖에서 일한다 해도, 통상 집에서 하던 일, 즉, 육아와 세탁과 같은 직종에 몰려있다는 사 - P124
실)도 여성의 종속에 중요한 요소다.‘ 또 여성들은 밖에서 일한다 해도 집안에 돌아와 다시 일해야 하므로, 여성의 "갑절 노동"(doubleday of work)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이것 저것 맞물린 여성의 역할들, 즉, 집밖에서 생산에 참여하고, 또 집안에서 재생산에참여하는 양쪽의 역할 때문에, 더 어느 쪽에도 온전하게 전념할 수없다는 사실이 여성 종속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논의하기도 한다. - P125
프리단과 대조적으로로보섬은 여성의 억압과 해방을 논의하려면 다음과 같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자본주의가 시작하기 이전부터 남성에게 종속되었다. 그영향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여성은 계속 종속적 위치에 놓였다. 그러나 우리가 투쟁하는 억압은 특정 사회와 관련이 있다. 특정 사회란 인간의 창조능력이 사유재산에 의해 도용되고, 인간의생산품이 모두 상품으로 교환되는 사회를 말한다. (xiii) - P127
여성이 어떻게 해방을 성취하는가, 로보섬의 해답은 현대 자본주의의 변화에 집중한다. 즉 자본주의의 모순성을 여성들이 잘 깨달아야 해방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은 이전 봉건주의적 인간 관계의 흔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의식 속에, 로보섬의 언어로 "마찰" (friction)(63)을 일으킨다. 가정의 봉건주의적 잔해 - P129
때문에 "가족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가족은 벌써 실현될 수 없는 희망의 무게로 축 처지게 된다" (60). 가정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데 효율적이지만, 인간노동을 재생산하는 조직시스템으로서는비합리적이다. 현재의 조직 시스템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도록 기능이 설계되어 있어서 이전의 소유 관계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66). 동시에, 여성의 집밖 노동과 가사노동이 긴장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부드럽고 손상되기 쉬운 돈가방을 억지로 잡아 열려는 쇠지랫대와 같다" (102). 가사는 여성들에게 만족스럽지 않다. 가사는 자꾸만 상품화되어서, 집에서 음식과 옷을 만들기 보다는 이제 밖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는 형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섹슈얼리티도 점점 더 상품화되어가고 있어서, 여성에게는 실현 불가능한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교체와 분열이 일어나게 되고, 새로운 운동 [여성해방운동과 같은)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116).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여성은 가장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되고, 그런 까닭에 잠재적으로 가장 전복적 위치에 서게 된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는 노동자 여성들과 함께 시작해야만 한다고 로보섬은 주장한다. - P130
바렛은 ‘페미니즘과 국가‘에 대한 논의에서 국가는 이제까지 논의해 온 억압의 시스템들을 규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역설한다. 국가는 가족의 임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복지와 세금 관련 법을만들어야 한다. 의학과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적 문제를 병으로 취급하여, 여성이 범죄를 저지르면 이를 사회적 종속 때문이 아니라, 정신 질병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문제다. 바렛은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주장했던 국가 정치에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강조한다. 바렛은 개혁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긴 한다. 즉, 개혁주의는 페미니스트 아젠다를 다시 회복시키거나, 여성에 대한 통제를확대하면서, 여성이 억압되는 진짜 원인에 문제 제기하지 못하기때문에 위험하다고 바렛은 경고한다. 그러나 바렛은 "개혁주의 차원의 투쟁을 모조리 거부하는 것은 아나키즘의 로맨스로 빠지게 되는 것"(246)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해방‘과 ‘자본주의의 전복‘은 연결되어 있으며, 양쪽 모두를 성취하려면 육아를 재분담하고, 여성이 남성의 임금에 더 이상 의존(실제이건 아니건)하지 않고, 젠더이데올로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바렛은 주장한다. - P135
이 소설은 정치적 참여라는문제에 포괄적으로 질문하고, 개인이 어떻게 국가/국제적인 일에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질문들은 계급 문제 만큼이나 젠더 정치학과 더욱 관련되어 있다. 이 소설은 출판 당시부터 매우 독보적이었다. 이 책은 여성의 섹스, 월경, 모성과 같은 신체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정상과 광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정신적 모험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면에서 매우 독보적인 소설이었다. 레이첼 보울비(Rachel Bowlby)는『황금 노트북』을 "세계 문학에서 첫 탬폰"으로 명명했다. - P137
레싱은 로보섬과 바렛의 이론에 대해 핵심적 질문을제기한다. 핵심적 질문이란, 자본주의 가부장제 시스템에서 개인의자율권이 어느 정도인지, 한 시스템이 자체를 유지하고자 할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다. 이런 문제는 두 개의 방식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 하나는 시스템이 완전무결해서 개인이 저항할 자유가 없다고 논의하거나, 또 다른 하나는 시스템이 불완전해서 시스템의 결함으로 인해 개인이 전복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논의다. 로보섬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두 가지 논의를 다 제시한다. 바렛의 경우, 개인을 지배하는 시스템의 권력을 인정하면서도, 후기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변화는 여성에게 어느 정도 해방의 여지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 P150
『황금 노트북』은 인종 문제를 계급/젠더와 연결하여 논의할 때더 큰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바렛 역시 자신의 책 『오늘날 여성의억압에 대한 교정판을 내면서 새로운 서문에 인종과 다른 문제들과 관련하여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있다. 바렛은 자신의 분석에서 흑인 여성의 가정/일터 경험이 백인들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또한 흑인 여성에게 가족은 일터 만큼 반드시 억압의 장소는 아님을 인정한다. 바 - P152
렛의 책은 제목에서도 보이는 바와 같이 계층, 인종, 섹슈얼리티와같은 변수와 상관없이 모든 여성은 억압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레싱의 소설은 백인 중산층 여성이 흑인 남녀 보다 지배적인 위치에 선다는 사실을 특별히 선명하게 밝히고 있다. - P153
레싱은 유물론적 분석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지만, 유물론적 분석은 젠더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언어, 담론, 무의식을 충분히 강조하지 못한다고 본다. 비슷하게 유물론적 분석은 억압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궁극적으로는 계급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젠더 문제를 교차점에 놓긴 하지만), - P155
인종, 섹슈얼리티와 같은 이슈는 언제나 사후에 추가되는 방식으로만 고려할 뿐이다. 결국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파국으로부터 개인이 빠져나올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이데올로기적 물질적 위치에 대항하여저항할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 여성의 신체적 경험에 대해서 오로지 사회구성론적 입장만을 견지할 경우, 다른 페미니즘 이론가들과 충돌한다. 그러나다른 페미니즘 이론들과 다르게,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은 이와 같은 이슈들에 대해 엄격한 자기 비판을 거치고 있다. 더러 자기 비판으로 인하여 마르크스주의 이론틀을 아예 떠나 버리는 경우도 있을정도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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