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클 출판사에서 나온 에밀리 디킨슨 시선 시리즈 시집 중 한 권을 읽었다.



총 4권으로 나와 있지만 역시나 모든 시선을 읽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읽은 것은 이것!




평소 시를 읽을 일이 없고 한국시라면 모를까(그것도 거의 읽지 않지만) 특히나 외국인이 쓴 시는 더더군다나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며 에밀리디킨슨의 시집 한 권은 읽어야겠다 생각해서 그나마 무난한 자연을 소재로 한 시집을 골랐다.




얼마 전 해설서를 사기는 했으나 그것을 읽기 전 온전히 내 감정으로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물음표가 되는 시들이 많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를 붙드는 시들이 있어서 각 시에 내가 이해하고 느낀 것을 짧게나마 기록했다.

나는 역시 내면에 숨은 의미보다는 그저 느껴지는 분위기를 탐지할 뿐이다.

작가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가 닿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생각한다.

시라는 것은 결국 읽는 이가 무엇을 느꼈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전진은 인생의 조건

무덤은 계주일 뿐

종착점이 있기에

그렇게 미움받는다 -


불 켜지지 않은 터널

벽 하나 있는 삶이

더 낫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전혀 존재하지 않느니 -


Advance is Life's condition

The Grave but a Relay

Supposed to be a terminus

That makes it hated so -


The Tunnel is not lighted 

Existence with a wall

Is better we consider

Than not exist at all - 

(보이지 않는)

암흑, 절망 속에서도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일까



명성은 변덕스러운 음식

바꿔놓는 접시에 올려

차린 식탁 한 번에 한

손님 그리고

두 번째는 차리지 않는다

남긴 부스러기를 까마귀들이 살펴보다

묘하게 깍깍대며

푸드득 지나쳐

농부의 옥수수로 가버렸고

사람들이 그것을 먹고 죽는다


Fame is a fickle food

Upon a shifting plate

Whose table once a 

Guest but not

The second time is set

Whose crumbs the crows inspect

And with ironic caw

Flap past it to the

Farmer's Corn

Men eat of it and die.


첫 번째 행과 마지막 결말이 마치 이어지는 듯

명예를 좇던 이의 좋지 않은 결말이 떠올랐다



원어와 함께 바로 읽을 수 있으니 좋다.

역시 원어 문장이 더 좋은 것 같지만 번역에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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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0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는 저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뭔가 원문과 같이 있으니.. 이 책을 사고 싶어지네요?

거리의화가 2022-12-05 10:56   좋아요 0 | URL
저는 근대 한국시만 조금 읽은 정도예요. 솔직히 반 이상은 이해 못하는 것 같구요^^; 그래도 간혹 와닿는 시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때론 이해못한다고 팽개쳐놓기보다는 이렇게 단순한 게 좋을 때가...ㅎㅎㅎ
원문과 같이 보니 더 좋죠^^ 번역된 시만 읽었으면 더 아리송했을텐데 그럴 때 원문하고 읽으니 조금은 낫더라구요. 원어는 역시 번역이 된 것과 함께 읽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2-05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캥거루 시집 읽었는데 아~~인용하신 시를 처음 읽는 느낌입니다.
참 어려워요. 읽을 땐 재미나다! 그러고 읽긴 했지만 그래도 어려워요.
그런데 에밀리 디킨슨이 더 좋아지긴 했어요^^

거리의화가 2022-12-05 17:07   좋아요 1 | URL
ㅎㅎ 시라는 게 항상 저는 낯설더라구요. 정말 좋아서 몇 번 반복해서 보지 않는 이상은 다 새로운 느낌~^^
읽을 때 재미나게 읽으셨으면 된거라고 생각해요. 나무님이 먼저 읽으신 거 봤는데 소감이 안 그래도 궁금했습니다^^ 에밀리디킨슨이 좋아지셨다니 작가로서는 성공 아닌가요?

책읽는나무 2022-12-05 18:57   좋아요 1 | URL
리뷰 이렇게 써 볼까? 저렇게 써 볼까? 생각만 한가득 였다가 시간 지나니까 기억도 가물거리고, 페이퍼 하나 쓰는 것도 귀찮아져서...^^;;;
근데 또 아까 오전에 에이드리언 리치의 에밀리 디킨슨 시 리뷰를 읽었는데요. 와~입틀막 였어요.
또 이 책 추천하고 싶어서 쓰자!!! 했다가 또 시간 지나니까 쓰는 것이 막막!!!ㅋㅋㅋ
읽자마자 바로 써야 하는 게 감상 글인가 봅니다^^

거리의화가 2022-12-06 09:11   좋아요 1 | URL
역시 리뷰는 제때 써야 하는 것 같아요. 주중에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없어서 타이밍이 안 맞으면 주중에 리뷰를 써야 하는데 그러기엔 힘들어서 결국 주말로 넘어가더군요. 그러다보면 감정이 다 날라가서 리뷰가 안 그래도 재미없는데 더 삭막해지는...ㅋㅋ 기억이 안나기도 하구요.
에이드리언 리치가 리뷰도 썼군요. 왠지 멋질 것 같습니다. 집에 사둔 리치 책들도 있는데 사두기만 하고 방치중이네요~ㅋㅋㅋ

새파랑 2022-12-06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이 반이상은 이해를 못하시면 전 반의 반도 이해를 못할거 같아요 ㅋ

여기 옮겨놓으신 시 좋네요 ^^

거리의화가 2022-12-06 09:09   좋아요 0 | URL
새파랑님 저보다 문학작품 많이 읽으시면서 왜 이러시나요ㅠㅠ 분명 저보다 더 잘 이해하실겁니다.
그나마 이해한 것들로 뽑아 올렸어요^^*

바람돌이 2022-12-06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거 같은게 에밀리 디킨슨의 시의 매력이랄까? 알쏭달쏭함이랄까? ㅎㅎ 번역은 파시클 출판사쪽이 낫더라구요. 그냥 보면 모르겠는데 같은 시를 번역해놓은걸 비교해보니까 번역의 차이가 좀 느껴지긴 했어요.
저 마지막에 인용하신 명성은 변덕스러운 음식은 읽고 저는 빵 터졌었어요. 특히 저 마지막행. 다 죽는다는데 저는 왜 저게 코믹하게 읽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2-07 13:02   좋아요 0 | URL
알쏭달쏭함. 그게 매력인것 같아요. 디킨슨의 시는 독특한 세계가 있더라구요. 문장마다 단어 선택도 독특하구요. 근데 또 하나의 시를 여러 번 읽다보면 그 단어를 왜 썼는지 이해될 때도 있고.
오~ 파시클 출판사가 더 나은 거군요. 저는 한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내놓는 걸 눈여겨 보는 편이에요. 시리즈로 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경써서 작업을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ㅋㅋㅋㅋ 사실 두번째 시는 앞문장 때문에 좋았는데 마지막 문장하고 앞 문장하고 저도 전혀 매치가 안되는 거에요. 사실 왜 쓴거지 싶었긴 했는데 앞문장 자체가 제가 평소 생각하던 바를 이야기해주는 게 좋아서 꼽았습니다^^ 음식 비유 독특하지 않나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