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오 1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 <하나오>는 어느 날, 아이쇼핑 중
비싼 책값과 함께 독특한 그림으로 먼저 내 시선을 끌었다.
철딱서니 없는 아빠에 영악하고 하드보일드한 초등학생 아들이라니,
어째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1권만 주문했다가 결국 다음번에 2, 3권을 마저 주문했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든지, 30대 가장의 역할이라든지에
도무지 자신의 삶을 대입시킬 줄 모르고,
동네 시장통의 사람들과 야구단을 만들어 시끌벅적 어울려 놀며
팔다남은 야채나 생선을 얻어 연명하는 걸로 보이는 한심한 아빠 하나오.

자이언츠의 정식선수로 마운드에 서는 것이 꿈이라는 아빠를
시게오는 현실도피자로 매도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엄마의 요청으로
헤어져 살고 있던 아빠에게 와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되었으니
지지리궁상의 냄새나는 방이며 꾀죄죄한 그의 이웃들이
이 영악한 소년의 마음에 찰 리가 없다.




앞으로 유명한 선수가 되어 인터뷰를 할 때에 대비, 인터뷰를 연습중인 하나오.


걸핏하면 등교하지 말고 자신과 하루종일 놀아달라고 조르는 아빠 하나오에게 소년은
바보라든가 쪽팔리는 인간이라든가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하나오의 움막이 있는 동네 주민들도 하나오와 비슷한 부류인지,
그리고 하층민답게, 도무지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다.
아빠에게 버림받은 줄 알고 속으로 쫄아 있는 시게오를 발견, 가게 안으로 불러들여
밥을 한끼 먹이는 점방 할머니가 하는 말이, "너는 버림받은 게 틀림없어!"일 정도이니.
그런데 그런 강펀치 같은 말이 읽는 독자에게는 참 통쾌하다는 것이다.

"결국 네가 그린 행복의 마운드에선 개미 한 마리도 못 놀겠구나.
장점과 단점을 나눠 생각하니까 무리가 생기는 거야!"(제3권 175쪽)

아빠에게 버림받은 게 틀림없다고 아이를 놀려먹던 심술궂은 할멈도
동네 꼬마 중의 한 명에 불과한 영악한 소년 시게오의 문제와 본질을 정확하게 꿰고
필요할 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얼핏 보면 정신없는 그림이요, 뒤죽박죽인 내용인데, 몇 번을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 만화를 읽은 게 약 보름 전.
리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다 며칠이 흘러버렸다.
그런데 손이 닿는 가장 가까운 곳에 이 만화를 두게 되고 가끔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게 된다.
그런 만화로 <하나오>만한 게 없다.
좀전에 우연히 맨 앞장을 펼쳤더니,'1991년 7월,  여름방학이 시작됐다.'로
시게오 부자의 이야기가 시작되길래,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왜냐고?
바로 오늘은 마이 도러의 여름방학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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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7-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제 주하의 기발한 이야기가 더 자주 올라오는건가요? 기대기대^^
저는 이희재만화의 선을 좋아하는데 저그림도 좀 비슷한데가 잇는것 같아요..
아무튼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뭐니뭐니해도 명품이예요.

로드무비 2006-07-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희재 만화 저도 좋아합니다.
<악동이>를 제일 좋아했는데 건우와 연우님은요?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인간이 더 교만해지는데요.=3=3=3

oldhand 2006-07-2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츠모토 타이요는 젊은 나이에 참으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더군요. 그의 명작 '핑퐁'을 보고 '최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절판되서 구할 수도 없고, 심지어는 만화방에서도 찾기 어렵더라구요. 타이요의 작품이 또 나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보관함으로.. ^^

로드무비 2006-07-2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저도 그 <핑퐁> 보고 싶어요.
이 작가의 만화 아주 유니크합니다.
멋져요.^^

oldhand 2006-07-2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퐁.. 전설적인 절판본이라서 '그 책을 구한 자 3대가 덕을 쌓았군요'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랍니다. ㅠ.ㅠ 최근 일본에서는 애장판이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다시 나올 확률이 거의 희박한 것 같아요.
절판 도서지만 알라딘에 리뷰가 남아 있네요.
표지 이미지라도 맛보기로 보시려면..
http://blog.naver.com/hagusin_rock?Redirect=Log&logNo=100013094437

로드무비 2006-07-2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가봤습니다.
더더욱 보고 싶군요.
그림이며 줄거리가 을매나 땡기는지, 원.
(고맙습니다. 저도 뭔 좋은 정보 보면 님께 달려갈게요.^^)

Mephistopheles 2006-07-2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딱서니 없는 아빠에 영악하고 하드보일드한 초등학생 아들이라니, -
여기서 아빠를 엄마로 아들을 딸로 바꾸면 되는 건가요..?? =3=3=3=3=3

2006-07-21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07-21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바보라든가, 쪽팔리는 인간이라든가.. 그런 말을 아빠에게? 주하는 방학을 뭐하고 보내나요? 줄줄이 학원에 보내시진 않을 거 같고..(아님 혹시 정말? =3=3=3)

2006-07-21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하 2006-07-2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만화는 특히 '약간의 상상'을 크게 부풀리는 특성이 있는 거 같아요. 독특한 상황설정이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 작품일듯.... 우리 동네 만화가에 있는지 물어봐야겠네요...^^;
주말 잘 즐거이 보내셔요....

usisi01 2006-07-23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고 당장이라도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