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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여행 ㅣ 풀빛 그림 아이 3
파울 마르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하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5년 11월
저층이라 엘리베이터를 잘 타지 않지만 시장바구니가 무거울 때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머리를 헤집어 눈에 띄는 새치(!)를 뽑기 시작한다. 잡힐 듯 자꾸 손에서 빠져나가는 새치 두 개를 뽑으려다 맨 꼭대기 층까지 그냥 올라갔다 내려온 적도 있다.
빨간 머리 소녀 로자, 넙데데한 얼굴에 찌푸둥한 표정이 아주 눈에 익다. 학교가 그리 즐거운 곳도 아닌데 나는 어느 해인가 독감에 걸렸던 사흘을 제외하고 졸업할 때까지 결석 한 번 해본 적 없는 성실한 소녀였다. 아니 성실하다기보다 너무 수수하고 무던한......그런 내가 내심 지겨웠던가?
부모님이 외출하신 어느 날 로자는 밤늦도록 잠 못 이루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복도를 내다본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고 꽃무늬 벽지의 방 속에는 대머리 땅딸보 아저씨가 아주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다.
멋진 왕자님이 짠~하고 나타나지 앉은 것이 마음에 쏙 든다.
엘리베이터 방의 소박하고 쾌적한 인테리어도.
"드디어 왔구나. 이제 여행을 떠나도 되겠다. 이리 와서 앉으렴."
로자가 7층을 누르고 소파에 앉자 땅딸보 아저씨는 케이크를 자기 것은 아주 두툼하게, 로자의 것은 얇게 자른다.
이 대목도 마음에 든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내것은 아주 두툼하게, 다른 사람 것은 아주 얇게!
케이크와 딸기주스를 다 먹고 나자 희한하게도 엘리베이터는 7층에 딱 멈췄어.그리고 문이 열리자 펼쳐진 건 벨러스호프 씨네 집이 아니라 일곱 마리 까마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그리고 삽과 곡괭이를 걸쳐맨 여섯 명의 난쟁이.(한 명은 어디 갔을까요?)
"요 게으름뱅이야, 이리 나와! 우린 일하는데 넌 빈둥거리다니!"
여섯 난쟁이가 로자와 땅딸보를 발견하고 달려와 소리쳤다나 어쨌다나.
그 다음주 저녁에는 또 엘리베이터로 3층을 여행했어. 세 쌍둥이가 3차선도로 위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지.
아니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트에는 그런 땅딸보 아자씨가 안 계신가? 로자처럼 누르지 마라는 지하층(U)은 안 누르고 그와 더불어 언제까지나 먹고 마시며 신기한 구경을 하고 인생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아니 로자야, 너 여기서 뭐 하고 있니?"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아빠의 눈에 띄어 집으로 돌아가는 로자.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새치(!)를 뽑느라 낑낑거리다가 그런 나를 보며 킬킬거리는 땅딸보 아자씨와 거울 속에서 눈이 딱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이렇게 말해야지.
"아자씨, 나도 좀 데려가 주면 안 될랑가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