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1호 1
무라카미 카츠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모든 약속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당돌하기 짝이 없는 여자아이와 노메이크업이라는 화장을 한 매력적인 여자아이를 만났다. 유키와 치코.

치코와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며 형제처럼 지내던 우에다란 남자아이는 치코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 또 바로 옆집을 얻어 자취하고 있는데 꼬맹이 때부터 친구였던 치코가 여자로 보일 리 없다.  그는 독특하게도 어릴 때부터 '사유리'라는 이름을 지어놓고(사실은 치코가 지어줬다. 그녀는 우에다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다)  상상 속의 그녀와 섹스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어느 날, 현실 속에서 사유리를 만나버렸다. '해양모험동호회'라는 자신이 회장을 맡아하는 서클에 상상 속의 사유리와 똑같은 미모의 유키가 들어온 것이다. 모든 남학생들의 시선은 유키에게 가 꽂히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성을 타고난 것을 부끄러워하는 듯한 털털하고 씩씩한 치코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아이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내팽개치는 유키는 우리가  주위에서 언젠가 한 번씩은 만났음직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유키는 처음부터 아예 어떤 사람에게도 호기심이나 기대를 품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 인간으로 보인다.

이 책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어쩌고 하는 스토리 전개보다는 세 명의 주인공들의 마음속의 말, 서로가 서로에게 내뱉는 말들의 파워가 엄청나다. 이미 예전에 청춘을 졸업했다고 믿고 있는 나조차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에 흠칫흠칫 놀랄 정도이니.

같은 여성들끼리의 상대 간파하기는 무당의 손에 들린 무엇처럼 으시시하고 무시무시한 데가 있다. 가령 자신에게 반한 게 틀림없는 우에다랑 당분간 좀 어울려볼까 하는 유키는 우에다와 항상 함께여서 신경쓰이는 치코 선배를 친구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시원시원하다고 동성에게 굉장히 인기있는 선배인데, 내가 볼 땐 그런 부류의 자연스러움은 부자연스런 거나 똑같거든. 예를 들어 남자 앞에서 말투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중, 약간은 행동이 부드럽게 변하는 쪽이 자연스럽잖아. 오히려 조금도 변하지 않는 쪽이 부자연스러운 거 아니니?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내 생각에 그 선배는 '노메이크'라는 화장을 하고 있어.

도대체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은 우에다란 남자아이도 첫 데이트 약속을 잡고 유키의 매력을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할 줄 안다.

--유키는 남자에게 인생에서 첫 데이트를 체험시켜 주는 여자다.  신중하게 입고 갈 옷을 고르고 신중하게 식당을 찾아두고...그런 식으로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되어 있는 자신이 좋아서...이런 순간은 인생에서 여러 번 있어도 좋다. 아낌없이 멋을 부리자. 그 순간을 위해 남자는 태어났다.

치코는 우에다를 마음속으로 좋아하지만 유키를 비난하는 친구들의 대화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두둔해 주는 편이다. 그런 그녀의 어느 날 독백은 어떤가!

--언제나, 나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미워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오래 전 그 누구에겐가 치코의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다.  분명히...

이 만화를 읽으면서 우스울 정도로 몰입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나이만 잔뜩 먹었지 어린아이 같다고, 미숙하다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이들,  이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 노선이 명쾌하지 않아 마음이 어지러운 청춘들이 일독하면 참 좋을 만화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5-05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0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리뷰를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패스해버렸는데, 어찌 이리 멋지게 잘 쓰셨나요? 네.. 전부 제가 하고 싶던 말들이예요~~!

하루(春) 2005-05-0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짜리군요. 제가 읽어도 되겠죠? 2권짜리라 마음에 드네요. ^^

로드무비 2005-05-0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이거 2권에서 끝난 거 아닌데요?
계속 나올지 3권에서 완결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어요.
소장용 만화로 강추!^^
날개님, 그냥 쉽게쉽게 썼어요. 떠오르는 대로.
리뷰 안 쓰고 넘어가는 게 아쉬운 책이라......^^
속삭이신 님,
그럴 줄 알았어요.(뭐가?ㅎㅎ)
우리 나중에 실시간 리플로 본격적인(?) 얘기 좀 나눠보아요. 추천 고맙고요.^^

하루(春) 2005-05-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그렇군요.. --;

플레져 2005-05-0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에 대한 노선은 확실한데 그 외에 것이 어지러운 사람이 읽어도 되겠지요? ^^
호기심 자극하는 리뷰여요...!

로드무비 2005-05-07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이 책 재밌어요. 님도 좋아하실 듯.^^
하루님, 님 책(생존) 반납할 때 이 책 빌려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