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절대 만족을 모른다. 충족은 불가능하다. 충만한 부재이고 부재한 충만이다.맹목을 향애 폭주하는 기관차. 질투와 관능, 망설임과 설레임, 거짓맹세와 파괴적 일탈, 그 어떤 수사로도 포착할 수 없는 모호함이 사랑이다. 때로 광태적인 도발을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최욱경은 이를 '금지된 꿈'이라 불렀다. 사랑은, 그것이 거절될 때 오히려 가치를 발한다. 잊으려 애쓸 때 사랑은 찾아오고 사랑에 목숨걸 때 사랑은 떠난다. 심리적 착종과 혼효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바로 사랑이다. 통속적이다. 그러나 비웃지 말라. 통속적이고 추잡한 이별 앞에 우리는 늘 주인공 아닌가. 폭주하는 열차보다 빠르게 사랑은 달아난다. 사랑은 그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는다. 실패한 사랑은 슬픔과 손잡고 육체적 정신적 학대마저 잔악하게 유도한다. 이별 앞에 몸부림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실연의 슬픔은 자기분열하여 그 깊이를 심화, 증폭시킨다. 최욱경은 그 사랑을 '비참한 관계'로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나? --최욱경(1940~1985), 화가.-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