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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 Michael Jackson’s This is i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몇 달 전, 무슨 영화를 보러 갔던 것인지 어느 극장인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10분쯤 일찍 도착해 아침의 극장에 홀로 앉아 있는데
구슬픈 노래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이었다.
낮은 목소리의 모르는 여가수가 리메이크한 것이었는데 듣기에 참 좋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추모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벼르고 벼르던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을 극장에서 보고 났더니
어제 모 연예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승기의 콘서트 연습 장면 같은 건
아이들 학예회 준비 같다.
역시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김장훈과 싸이의 공동무대나, 청룡영화제 무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큰일 났다. 눈만 높아져서......)
첨단장비가 동원된 엄청난 규모의 무대장치 얘기만이 아니다.
마이클의 모습에선 자기도취나 조금의 거들먹거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그만 실수에도, "앗, 내 실수예요. 미안해요!"라고 연습중에도 깍듯이 사과를 하던 마이클.
건반 연주자에게,
"아침에 가까스로 일어나는 느낌 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연주해 주세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끝까지 전달하려 애쓰던 그.
'드릴러Thriller'를 위해 준비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떠올리게 하는
좀비들의 배경화면과 화려한 무대를 보면서는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목소리를 아껴야 된다고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날의 무대에 선 듯 최선을 다해 노래 부르던 그의 모습, 주체할 수 없는 흥......
공연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기록'으로 남게 된 이 영화는
마이클 잭슨 공연 오디션에 참가하는 백댄서들의 인터뷰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열정적으로 무대 위에서 춤추는
참가자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공연 관계자들은 객석에 앉아 눈을 빛내고 있고
그들은 열 명 정도씩 우르르 무대 위에 나가 일렬로 서서 흐르는 음악에 춤을 추어야 한다.
그렇게 떼로 몰려나와 잠깐 봐서야 원하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까 싶은데
객석에 수줍게 몸을 숨긴 마이클이 어느 순간 다급하게 고함을 지른다.
'저 여자, 저 여자를 놓치지 말아요!"
영화의 초반, 인터뷰에서 오디션에 참가한 청년이 엉엉 울면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삶은 고달프잖아요. 제겐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했어요.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고 싶어서 왔어요.
이게 바로 그거예요.This is it!"
'디스 이즈 잇'이라는 영화 제목이 새삼스럽게 마음을 파고드는 순간이었다.
이는 2009년 7월, 런던을 시작으로 예정되어 있던 마이클 잭슨의 네 번째 월드 투어의
공식 명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