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하루(春) > 플루토에서 아침을(Breakfast on Pluto)
난, 심각한 건
딱 질색!
눈물을 흘리는 대신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
그게 내 삶의 방식이야
내가 라디오에서 들은 게 맞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보고 "Two thumbs up!"이라 했단다. 이딴 영어 집어치우고, 그러니까 "최고"였다는 거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시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조만간 서울에 가서 볼 거다. 언제나 그렇듯 큰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기대는 하련다. 왜냐하면 포스터의 저 문구가 딱 내 스타일이거든.
(이상은 하루 님의 페이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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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잡았다며 어젯밤 책장수님이 의기양양
고친 컴퓨러를 들고 왔는데 어찌된 셈인지
사진이나 그림을 싣고 활자를 지정하는 등의 시스템이 보이지 않아
궁리 끝에 하루 님의 페이퍼를 퍼왔다.
어제 오전 광화문 극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니
조조 관람은 힘들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나온 탄식이,
"아이고, 나 죽어!"였다.
(30분에 한 대 오는 직행버스를 25분 기다려 타는 바람에......)
처음 써본 말인데, 입 밖에 내뱉고 보니 너무나 익숙하다.
생각해 보니 오래 전 소설가 *** 선생의 입에 달려 있던 전유물 같은 말.
배가 너무 고파도 "아이고, 나 죽어!"
약속 시한은 다가오는데 원고가 잘 안 써져도 "아이고, 나 죽어!"
어찌저찌 연락을 안하고 산 지 몇 년이 되어 가는데,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그 말은 내 속에 납작 매복해 있었나 보다.
더 웃긴 건 영화를 보는데 서른번째인가의 에피소드 제목이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아이고, 나 죽어!'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영화를 보다가 어둠 속에서 혼자 낄낄 웃었다.
컴이 고장나 잠시 연결이 되다말다 하던 지난 한 달여 동안
메일로 어렵게 '재입고' 소식을 접하고 미친듯이 달려가 장바구니에 담고
몇 번 껐다 다시 켰다 하며 주문을 완료하고 결제까지 그 어려운 장정을 마치고
엊그제 내 손에 무사히 들어온 상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바쇼의 詩句 광고문안이 그토록 인상적이던 펀숍의 스노우돔 '겨울단상'.
5분 안에 써야 할 글이 있을 리 없고 5분 안에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상품이
있을 리 없다고 페이퍼를 써서 올린 지 불과 며칠 뒤의 일이었던가?
고장난 컴 궁둥이를 두드려 가며 한 시간 여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룩해낸 쾌거이고 보니
스노우돔을 내 두 손에 받아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 말을 언제부턴가 믿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단상' 때문에라도 슬며시 수정해야 할까.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보고 나와 오랜만에 극장 안내원을 붙잡고 졸랐다.
포스터를 한 장 살 수 없냐고.
이 얼마나 모처럼 맛보는 생의 알토란 같은 집착이란 말이냐.
살 수 없다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포스터를 갖고 싶기는 또 오랜만이어서, 거절을 당하고도 무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