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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을 꿨다. 엄마가 학교로 찾아와 무슨 서류봉투를 받는 꿈이었다. 친구들과 그 앞을 지나다가 엄마 앞으로 뛰어간 꿈속의 나는, 엄마 옆에서 "얼마 나왔어?"라고 물었다. 꿈속의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깨어나고도 한 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내가 학생신분이었을 동안 엄마에게는 딱히 즐거운 기억이 없었을 것이다. 엄마가 학교로 오시는 날이면, 난 쫒아낼 듯한 얼굴을 했었다. 심지어 고교 졸업식 때는, 강당 밖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냥 가시라고 했었다. 교문 밖으로 향하던 순간, 배신감 같은 게 치밀어 올랐을 거다.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치민다. 몽롱한 감정이 이불에 누워, 꼼짝 못하게 치밀었다. 꿈치고는 너무 생생했다.
신의진씨 책을 좋아해, 예전에 샀어야 했지만 한동안 보관함에 있었다. 아동 교육,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나이에 맞지 않게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봐왔었다. 대강 어떤 흐름일거고, 어떤 내용을 강조하겠다는 게 눈에 빤히 보이면서도 구매한 이유는 순전 꿈 때문이었다. 내게 뭐가 상처고, 문제임을 안다. 그래도 한 번 더 환기해보고 싶었다.
지난 사진첩을 보듯이 편하게 봤다. 중간에 훌쩍대긴 했다. 감정폭발을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 못하는 인고의 세월로 지내서 말이다. 아빠도 엄마도 불쌍 도록 둔한사람들이다. 지금 이렇게 떨어져 지내니 맘 편하게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래서 화난다.
저자, 지켜줄 수 있는데 까지 상처를 덜 입히게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게 멋지시다. 이 분야의 전문지식이 바탕이 깔려서 저자에게는 쉬운 일이었겠지만, 일반주부들에게는 모르겠다. 딱 한번 이 책 읽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쓰였으면 하는데, 그렇게 엮였으면 이렇게 잘 읽지를 않았을 라나? 그래도 이정도면 만족이다.
신의진씨 책은, 읽으면서 아이들에 관한 좋은 생각들을 많이 엿보게 된다.
누군가 내게 지금 막 아이를 낳고 좌충우돌하는 초보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말할 것이다. 초보 엄마들이여, 생명을 키우는 위대함과 행복을 ‘지금’ 만끽하라. 지금 아이와 볼을 비비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정말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매순간의 ‘지금’을 행복으로 채우면 영원토록 행복할 수 있다. (p.279)
ps. 책에 잠깐 등장하는 이훈구의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나도 읽고 아주 놀랐던 책이다. 대화의 중요성, 인정의 필요성이 절절히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