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김장들 하느라 다들 고생이 많을 거다. 물론 나도 김장 담그느라 힘 좀 들었다. 배추 다듬어 절이기, 다 절은 배추 물로 깨끗하게 헹구기, 배추속을 만들어 속 넣기, 꼭꼭 잘 담아 보관하기......글로 쓰고보니 참 간단한 작업이었던 것 같은데 온몸이 구석 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 이렇게 며칠 고생하고나면 일년을 편하게 보낸다는 건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몸이 힘든 건 정말 괴롭다.

결혼 3년차.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도 남들은 다들 잘 견디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부러워도 했는데 실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다. 막 결혼해서 어머니 생신 치르고 아버님 환갑 잔치하고 거금들여 어머니 틀니 맞춰 들이고 날 추워 건강 상하실까 보약도 지어 드리고 자동차 보험료 등 생각지 않게 큰 돈 나갈 때마다 챙겨드리고 두분 여행 가시는데 신경쓰고 명절이면 용돈 쥐어들이고 셔츠 바지 속옷 등 가끔씩 챙겨드리는데 자주 찾아 뵙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시누이 얘기 듣다보면 참 화도 나고 기운도 빠지고 더이상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다.

시누이네가 큰돈 들여 시댁 도배며 장판이며 새로 해줄때는 우리 살기도 너무 벅차고 힘들어서 거들지 못해 내내 마음이 무거웠는데 가스렌지 교체해달라는 말을 듣고도 알았다며 여직 미루고 아직도 바꿔들이진 못했다. 그래도 아직은 쓸만하니까. 가스불이 안 켜진다면 어디서 빚을 내서라도 바꿔 들였을 거다. 그런데 오늘 내가 큰 맘 먹고 시댁 씽크대를 바꾸었다. 너무 오래돼서 낡고 서랍들도 주저앉고 심지어 개미들이 집을 짓고 사는 것 같아 매번 시댁 부엌에 서있으며 불쾌하고 마음이 찜찜했는데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아 바로 씽크대를 바꾸었다. 돈도 없는데 뭘 바꾸냐고 하시지만 솔직히 내심 바라고 있었던 걸 알기에 한편으로 참 속도 쓰리고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다. 기분 좋은 일을 하면서도 어느 한 구석이 찜찜한 이유는 무엇때문인지......여하튼 시댁은 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 되어 버렸다.

자식들로부터 독립되어 살지 못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며 우리의 앞으로 20년후의 모습은 저렇게 되지 않길......언제나 우리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자식에게 기대 살지 않는......힘이 있는 부모가 되고 싶은 생각이 부쩍 더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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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1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장하시느라 고생하셨군요. (저는 결혼 십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시댁에서 해주신 거 받아 먹고 있어요. -.-;;) 적어 보면 별거 아니라도 그게 보통 일인가요. 요리 하나를 하더라도 손이 얼마나 가는지 해본 사람만 알죠. 몸살감기에 걸리지 않게 유의하셔요...
(아무리 잘한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시댁 식구와는 아무래도 서로가 흡족하지 않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맏이라 다음에 시댁 어른들 모시고 살아야 하는지라 걱정됩니다.)

꿈꾸는섬 2006-11-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께서도 그런 마음이 있으셨군요. 매번 좋지 않은 생각은 나한테만 국한되어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는데 실상은 다들 그러신거라고 위안을 받습니다. 저희도 외아들이라 좀 더 지나면 함께 살아야 할 것 같아 걱정이랍니다. 다르게 살다가 함께 산다는 게 쉬운일이 아닐테니까요. 아마도 서로가 불편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