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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강 소설이라고 집어들었는데 에세이 느낌이다.
흰 것하고 생각하는데 흰명주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이가 돌이되면 흰쌀과 흰명주실과 연필 그리고 돈을 돌상에 올려두고 돌잡이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연필을 잡았는데 내심 흰명주실을 잡았으면 했던 것 같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라고.
머리칼 속에 흰머리가 어느새 많아졌다. 미용실가서 염색을 해야겠다고 생각한지가 꽤 되었는데 여때 못 갔으니 욕실 거울 앞에서 머리칼 들춰보며 이젠 셀 수도 없게 많이 났다고 한숨을 쉬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쁘거나 싫지만은 않다.
머리칼이 모두 희어져 백발이 되는 모습을 생각하며 엄마를 떠올렸다.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칼 아무래도 세자매중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나는 늙어서도 엄마를 닮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그것 참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십여 년의 고단한 결혼 생활에도 가정을 지켜준 엄마 덕분에 자식들 모두 모이면 시끌벅적 떠들썩하고 사람 사는 집 같다고 다른 친척분들의 부러움을 산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엄마의 희생 때문이었고 그래서 흰머리가 유난히 일찍부터 시작되고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백발성성한 노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일일이 기억할 순 없겠지만 백발은 아름다운 머리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