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이고 있는 것

  그런게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蘭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저 새로 난 꽃과 잎들 사이

  그것들과 나 사이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슨 길을 걸어서

  새파란

  새파란

  새파란 미소는,

  어디만큼 가시려는가

  나는 따라가라 수 없는가

  새벽 다섯 시의 감포 바다

  열 시의 등꽃 그늘

  정오의 우물

  두세 시의 소나기

  미소는,

  무덤가도 지나서 저

  화엄사 저녁 종 지나

  미소는, 저토록 새파란 수레 위를 앉아서

 

  나와 그녀 사이 또는

  나와 나 사이

  미소는, 돌을 만나면 돌에 스며서

  과꽃을 만나면 과꽃의 일과로

  계절을 만나면 계절을 쪼개서

  어디로 가시려는가

  미소는,

 

  감잎 쓸면서

 

  오늘 아침으로

  감잎들 다 쏟아져

  그쪽 유리창에 새소리 유난했구나

 

  빗자루 세우고,

  말이 더디다던 이웃의 아이에게

  이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하였네

 

  헌데

  감잎 쓸고 나니 마당은

  하늘로 다 가고 말았네

 

  나는 그제야 말문도 귀도 트여

  발등에 이파리들

  다 떨어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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