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것과 죽음은 구별해야 해. 아무런 중단없이 계속 죽어가기만 하는 게 아니야. 건강하고 몸이 좋다고 느끼면 보이지 않게 죽어가고 있는 거야. 확실한 종말이 반드시 대담하게 선언되는 건 아니야. 아니, 너는 이해 못해. 늙지 않았을 때 노인에 관해 이해하는 유일한 것은 그 사람들한테 그들의 시간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는 것뿐이야. 그러나 그것만 이해한다면 그 사람들을 그들의 시간 속에 얼어붙게 만들게 되고, 그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에게 늙는다는 것은 과거에 존재했다는 뜻이야. 하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늙는다는 것은 과거에 존재했다는 뜻이기도 해. 과거에 존재한 것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너는 여전히 존재하고, 이미 존재했다는 것. 지나갔다는 것에 시달리는 만큼이나 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너를 꽉 채우고 있다는 것에 시달려. 노년이란 걸 이런 식으로 생각해봐. 생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 그냥 일상적인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말이야. 곧 마주치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걸 피할 도리가 없어. 영원히 자신을 둘러싸게 될 정적을. 그것만 빼면 모두 똑같아. 그것만 빼면 살아 있는 한 불멸이야.(50~51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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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3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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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4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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