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이 생존하는 데 다른 종들이 방해가 된다면 거리낌없이 제거해버리지. 아무리 사소한 불편이라도 사람에게 방해가 된다면 종 전체를 말살해버리기도 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중략) 맹수들이 인간을 자기들의 생존에 불편한 존재라 여기고 초원에서 재미삼아 사냥하거나 쫓아내버렸다면 지금처럼 인간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지금 인간은 생활 터전이 좁다고 산을 깎아내고 밀림을 거침없이 제거하는데, 만약 나무들이 자신들의 생존에 방해가 되는 인간을 없애기로 마음먹고 오늘부터 삼투압 시스템을 바꿔 산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한다면 인간은 채 하루도 못 견디겠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박테리아 중에 단 한 종이라도 인간을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존재라 여겨 말살해버리려는 의지를 갖는다면 인간은 멸종해버려. 그런데 인간은 이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나 존경도 없이 인간만이 선택받은 존재이고 모든 것들을 인간만이 소비하고 소유할 수 있다고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거야. 얼마나 무지한 교만이야?"(97쪽)

 

  어떤 무리들이 인간들처럼 동족을 착취하고 교묘하게 억압하며 살고 있어? 인간처럼 부당하고 교묘하게 동족을 착취하는 무리들은 없다. 당연히 무리를 지으면 낙오자도 있고 조직의 혜택을 누리는 소수의 지배 계층도 당연히 있지. 하지만 낙오자나 승리자도 정당하고 공평한 경쟁을 통해 정해지고, 그 결과를 모두가 받아들여. 낙오자는 당연히 도태되지. 그리고 아무리 약한 구성원이라도 무리에 속해 있는 한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구성원 모두가 그 어려움에 빠진 개체를 방법을 다해 돕게 돼 있어. 그래서 그 무리가 계속 존재해나가는 거지. 그런데 인간은? 도태되어야만 할 구성원과 회생의 가망이 없는 구성원까지 인류애라는 달콤한 포장으로 도움을 주고 보살핀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전혀 동등한 구성원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단지 대다수의 약자들을 안심시키고 세뇌해 그들이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구속하지. 만약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인간이 계속 무리를 지어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인간 문명 발전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는 거다.(98쪽~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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