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이들 책 읽기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학과 공부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가득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전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과 내가 읽을 책을 빌려왔다. 명예사서를 하니 좋은 점이 2권의 책을 더 빌릴 수 있게 되었다.

현수는 얼마전 도서관에서 본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가 인상적이었는지 인디고에서 출판된 <오즈의 마법사를 빌려왔다. 물론 현수가 읽기엔 벅찰 것 같은데 현준이가 읽겠다고 나섰다. 요새 아이들도 책 빌려오는 엄마의 수고를 생각해서인지 더 열심히 읽어준다.

 

 

 

 

 

오늘 오랜만에 친구의 직장 근처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고 간단히 커피 한잔하고 왔다.

아이들 키우는 얘기가 우리의 주된 이야기이다.

초등 2학년 된 친구의 딸이 연산이 너무 부족하다고 연산을 좀 더 시키라는 얘길 듣고 심란해했다. 꾸준히 수학공부를 해왔다면 괜찮았을텐데 1학년때 단원평가 등 시험을 거의 보지 않길래 수학공부를 잘 안 시켰었단다. 직장맘이다보니 아이 공부 봐주는게 사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학습지를 시켜야하나 연산문제집을 추가해야하나 고민하는데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공부시간에 함께할 부모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다. 할머니 집에서 숙제 등을 미리 하지만 늘 TV가 켜져 있단다. 집중해서 공부하지 못한다면 학습지나 연산문제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워낙 공부를 잘했던 친구라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란다. 큰 아이 중학교 들어가기 전엔 이사를 하고 싶다고, 나에게 서울로 이사 올 계획은 없냐고 물었다. 난 사실 그다지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공부보다 다른 재미난 것들에 빠져 살았었다. 난 아이들 학교 교육에 크게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꼭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아이가 할 수 있는만큼 도와줄 생각이라고 했다. 대신 책읽기와 피아노, 운동은 꾸준히 시키고 싶다고 했다. 학력, 학벌이 중요한 사회이긴 하지만 내 아이가 꼭 좋은 학력과 학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생각이 나중에 우리 아이들 커서까지 변하지 않고 유효했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간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때문에 다른 것들을 하지 못하게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우린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뛰어난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 읽을 수 있는 것을 읽는 것, 다룰 수 있는 악기 하나 정도는 있는 것, 그게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삶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과학탐구대회를 했었다. 그때 처음 과학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도 나도 생소한 과학상자를 설계도를 보며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만큼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아이는 준비했던 것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었다. 그때 아이도 나도 많이 속상해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속상함에 빠져 있지 않았고, 자신이 잘하는 다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이 잘 칠 수 있는 곡을 연주하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이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했다. 어른인 나보다 나았단 생각을 했다. 피아노를 가르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고 질책할 필요가 없다. 내 아이가 더 잘하는 무언가를 발견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던 것 같다.

 

세월호 침몰 뉴스를 함께 봤었다. 거의 하루 종일 TV를 켜는 일이 없는 우리집에서 요새는 종종 뉴스를 봤다.

아이는 수학여행에 대한 공포가 생겼는지 나중에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고 일기에 썼다.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늘 조심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안전에 대한 매뉴얼은 있었지만 그 매뉴얼이 실행되지 않는 나라, 우리나라.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또 어른이 되어서는 기본적인 규칙, 약속이 지켜지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뉴스를 함께 보고 이야기 했다.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언제쯤 바뀔지 알 수 없지만 말로만 지켜지는 사회가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지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공부만 잘 하는 아이, 다른 아이보다 내가 월등히 뛰어난 아이로만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본분을 알고, 책임과 의무를 이행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도덕과 윤리가 필요한 사회지만, 우리는 수학과 영어에 집중한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인재가 아닌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봉사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데 지식만 가득하면 무엇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야겠다.

 

우울한 일주일이었다.

아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더 열심히 살자고. 먼저 간 바닷속에 빠져 생사를 달리한 형과 누나들을 생각하더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그게 우리 남은 사람들의 몫인 것 같다고. 아들은 네. 하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마음 속으로 누구라도 살아서 돌아와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잊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 또 반복해서는 안된다.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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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5 1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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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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