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구판절판


내일...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할아버지에게는 얼마나 많은 내일이 남아 있을까. 할아버지는 앞으로도 항상 곁에 있을 것처럼 말했다. 제스 역시 그 낙천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즐거워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제스가 알고 있는 내일은 단 하루뿐이었다. 그 앞에 펼쳐져 있을 '다른 내일'들은 바로 다음 순간 다가올 '내일'이 지난 후에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183쪽

그녀는 눈을 바다에서 떼지 못한 채 소년 옆에 앉았다.
"저렇게 멀리까지 보일 줄은 몰랐는데. 이건 마치...마치...."
그녀는 마치 성스러운 장소에 있는 사람처럼 소리 죽여 속삭이고 있었다.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일생이라고?"
그녀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고개를 돌려 다시 소년을 바라보았다.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그의 눈은 수평선에 고정되어 있었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그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192쪽

바다는 그녀에게 관대했다. 그녀는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마지막 힘을 내 헤엄을 쳤다. 그리고 간신히 해안가에 닿았다. 그녀는 선착장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서는, 부들부들 떨리는 지친 몸을 땅 위로 간신히 밀어 올렸다.
바다 저 멀리 수평선 위로 태양이 거의 몸을 포개도 있었다. 이제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여정이 끝났음을 알았다.
할아버지의 여정이 끝난 것처럼.-219쪽

그렇다, 그녀는 괜찮을 것이다. 지금은 괜찮지 않지만, 그리고 한동안은 괜찮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다. 그녀는 엄마와 아빠처럼, 특히 아빠가 그렇듯이 깊은 슬픔에 잠길 것이다. 그 슬픔은 깊고, 그것이 일으키는 아픔은 클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슬픔을 원했디.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이 괴팍하고 위대한 노인의 죽음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그리고 제스에게는 더 많은 내일이 놓여 있는 것처럼. 그녀는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앞으로 더 많은 내일을 살 것이고 더 성장할 것이다.-227쪽

브레머스 화장터에서 열린 장례식은 할아버지가 원했던 것처럼 단출하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잠시 동안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도시에서 치를까 생각했지만 곧 그런 생각을 그만두었다. 이곳은 할아버지의 고향이다.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계시고 싶어했떤 곳이며 할아버지가 인정한 과거의 유일한 부분이었다. 할아버지는 여기에 잠들어야 마땅했다.-231쪽

아빠 역시 슬퍼할 수 있을 만큼 슬퍼한 후에는 다시 마음을 추스를 것이다. 울어야 할 순간에 울음을 참으면 병이 난다.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녀가 그럴 것처럼. 아빠에게는 언제나 강하고 결단력 있는 엄마와 아빠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딸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그것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힘이 될 것이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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