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에서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을 보내왔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소설책을 받아들기 전 읽었던 심사평을 통해 무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궁금중을 해소하게 되었다. 임철우 선생님은 이 소설을 특별하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은희경 소설가는 기존의 전통적인 소설관을 벗어나 있다고 했고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이 소설의 경계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고 했다. 아니 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했다. 내가 읽어 본 바에 의하면 이들의 심사평 그대로이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다른 소설들과 분명히 다르다.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것,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술자의 능수능란한 말솜씨는 변사가 심파극을 이끌어가는 듯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내용을 소설 속에 담아 놓기라도 한듯 중간중간 서술자의 입심이 느껴졌다.

이 소설의 특별함은 아마도 특이한 등장인물의 구성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한다. 덩치가 엄청나게 커서 여자라고 보기에 힘든 춘희, 얼굴이 못생겨 시집도 가보지 못한 추레한 노파, 거시기만 엄청나게 큰 반편이, 벌을 몰고 다니며 백발이 성성한 애꾸, 서커스단에 있었다는 쌍둥이 자매, 그들이 키우는 점보 코끼리, 부둣가 최고의 역사 걱정,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 높은 밀수꾼에 부둣가 도시에서 상대가 없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인 칼자국, 독한 비린내를 죽어서도 풍기는 생선장수, 냄새없는 냄새를 풍기며 남자를 사로잡았던 금복(게다가 나중엔 남자가 되어버리는) 등등 이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거나 독특한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결국에 얘기하려고 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생긴다. 추레한 노파의 세상에 대한 복수극이라고 해서 평대마을이 모두 불에 타고 극장에서 천여명의 사람들이 불에 타 죽게 되지만 그것이 왜 노파의 복수라고 하는 것인지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니 남자들로부터 소외받은 한 여자가 세상 남자들로부터 유혹당하고 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한 금복에 대한 복수인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평생 모아 온 돈을 한푼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게 된 원한에서 자신의 돈으로 사업에 성공하는 금복에 대한 복수인 것인가? 그 해답을 찾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이 소설은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키지는 않는다. 당혹스럽고 토할 것 같은 교도소 생활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교도관의 얼굴을 물어 뜯어 괴물의 모습을 만들고 그것을 복수하기 위해 좁은 감방에 돼지처럼 사육하는 교도관 등 상상만해도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것이 이 소설이 갖고 있는 힘이 아닐까 한다.

금복이 산골마을을 떠나 바닷가로 갔을 때 처음 보게 된 '고래'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한 것처럼 이 소설의 기이함이나 괴기스러움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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