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이미 뮤지컬과 책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뮤지컬을 통해서 느끼는 생생한 감동은 없었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극장 안을 온통 울리던 그 화려한 무대가 잊혀지지 않는다. 2시간여 동안 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오금이 저려 금새 질릴 수 있는데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매력적인 크리스틴에게 빠져 들었다. 얼굴도 예쁜 배우가 목소리까지 끝내주었다. 게다가 라울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오페라의 유령인 팬텀에 대한 연민에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그. 지하 감옥같은 곳에 갇혀서 살 수밖에 없는 그의 기구한 운명이 그의 광기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을 그에게 크리스틴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은 하나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끝내 죽이지 못하고 함께 보냈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가끔 사람을 질리게도 만들고 지치게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무덤가에 놓인 검은 리본을 맨 장미 한송이는 여전히 나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의 광기와 집착으로 그녀를 붙잡아 두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였을까. 그녀를 끝까지 지켜주는 것. 그것이 그의 사랑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