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들의 대부분은 조금씩 우울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 20대까지는 가끔 우울증상이 있었다.(결혼전) 그런데 지금은 더욱 심각해졌다고 느낀다.

하루종일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으면 그날의 대화는 오로지 남편과의 대화일뿐.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일에 지쳐 집에 오면 일찍 잠자리에 들뿐 대화가 없다.

집에 있는 사람이 이해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온종일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그렇게 짖어대고 꼬리를 흔들어도 그것뿐이다.

결혼생활이 이런 것이었구나. 깨닫는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연애할때와 많이 다르다고 말한 게 이런 거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수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게 되는 것도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6시에 집에 거의 다 왔다는 사람이 8시에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늦었냐고 물어보는 내게 커다란 등만 보여 주었다.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물어도 대답 않는 사람 등 뒤에서 소리치고 싶지는 않았다. 밤새 눈물이 흘렀다. 이제 겨우 2달하고 이틀이 지났다. 우리의 결혼생활에 분명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항상 자기 방식대로 화내고 자기 방식대로 화를 푸는 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밤새 컴컴한 방에서 울었다. 내 결혼 생활이 너무 비참해서.

결혼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가질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환상은 있었다. 좋은 시부모와 나를 사랑해주는 남편. 하지만 나는 결혼한 다음 날 바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남편의 일로 신혼여행도 미루어서 다녀와야했고, 결혼한 다음날 저녁 시댁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도 우리를 위한 저녁상은 마련되지 않았다.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않아서라고 위안을 삼으려고 했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온 날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점심을 먹을 시간이였지만 밥통은 비어 있었다. 시부모님들은 며느리에게 받기만 해야 하는 건가? 눈물이 솟구쳤다. 아무리 사람을 무시해도 이렇게 무시하시다니. 뭐 대단한 신랑 만났다고. 그날부터 나의 후회는 시작되었던가. 아니 그 이전부터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제대로 된 집 한칸 마련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건 알지만 속수무책 그 자체였다. 아들 장가보내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부모들의 태도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편 하나 보고 결혼했으니 남편에게만 잘하면 되려나. 정말 말도 안되는 건 오는 건 없어도 가는 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내게 소홀한 건 생각 못하고 내가 소홀한 건 아마도 크게 생각할테니까.

결혼생활이 너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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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4-11-20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게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직 마음이 황폐하지는 않으니 노력을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