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집을 꺼내들었다.

  서산마애불을 보고 돌아서던 날이 생각났다.

  다시 가서 그 미소에 빠져들고 싶은 날이다. 

   

 

미소

쓸쓸한 이에게는

밝고 따스하게

울적한 이에게는 맑고 평온하게 웃는다는

서산 마애불을 보며

새삼 생각한다

속 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그냥 절로 생성되지 않는다고

 

생애를 걸고

암벽을 쪼아

미소를 새긴

백제 석공의 지극한 정성과 공력을 보며

되집어 생각한다

속 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생애를 두고 가꾸어가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미소가

세상을 구하리라 믿은

천사백 년 전 웃음의 신도여

그대의 신앙이

내 마음의 진창에

연꽃 한 송이 피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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