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출근도 하지 않았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보냈다. 벌써 두달이 넘어가고 있다.

신랑이 벌어오는 돈으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살림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매일 청소하면서 닦아도 닦아도 나오는 먼지의 정체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신랑의 흰양말의 때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뺄 수 있는지 고민도 한다.

이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내 삶이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신랑이랑 영화를 보았다. '범죄의 재구성' 이후 처음이다.

다른영화들도 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사랑이야기를 다룬 멜로영화가 좋다 싶었다.

정우성과 손예진, 어쩜 둘다 그렇게 멋지고 잘생기고 예쁜지......너무 잘 어울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기억을 잊는 것. 어느 것이 더 슬프냐는 어떤 평론가의 말이 생각난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대에게는 죽음이 아닐런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것이다. 나 조차도 신랑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신랑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기억이 차츰 사라진다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만 같다. 

수진의 아버지가 수진에게 '기억을 잊는 것도 나쁘지는 않는다'며 나쁜 기억을 잊으라던 대사가 생각난다. 정말 그렇다.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다. 하지만 모든 기억을 잊는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울 것만 같다.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잊는 아내를 끝까지 사랑하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자꾸만 가슴에 져민다.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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