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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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의 소설은 언제나 기상천외하고 독특하다. 그리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제목부터 독특하다. (사실 아멜리 노통의 다른 작품들의 제목도 독특하다)

대문호와 애송이 기자들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칼로 찔러 피를 보아야만 살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촌철살인'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인다는)을 실감했다.

독특한 대화체가 인상적이었는데 질문자와 답변자의 기발함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 타슈의

 "손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거요. 뼈저리게 중요한 기관이지. 글을 쓰면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작가는 당장 절필해야 하오."

"......손은 자기가 창조해야 하는 것을 창조해낼 때 기쁨에 소스라치며 천재적인 기관으로 변신한다오. 글을 쓰면서 얼마나 자주 느꼈는지 아시오? 손이 손에게 명령을 내리는 듯한 야릇한 느낌, 손이 두뇌에 자문을 구하는 일 없이 혼자서 술술 미끄러져 가는 듯한 그 야릇한 느낌을? 아, 해부학자들 중에 그런 걸 인정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난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오. 그것도 아주 빈번히. 그럴 때면 손은 엄청난 쾌감을 느끼지. 그건 말이 마구 날뛸 때나 죄수가 탈옥하려 할 때 느끼는 쾌감과 흡사하다오. 그런데, 손이 쾌감의 중추라는 증거가 하나 더 존재하오. 글쓰기를 할 때나 자위를 할 때나 같은 기관, '손'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지 않소?"

"손이란 건 작가에게 있어서 쾌감의 중추지."

"손이란 건 교살자에게 있어서 쾌감의 중추죠."

"교살은 사실 아주 기분 좋은 살인 방법이지."

에서 손의 미학을 읽는다.

특히

"황홀할 정도였지. 내 손아귀 사이로 그 부드러운 연골이 가만히 스러져 내릴 때의 느낌이라니."

"내 손가락 관절들이 그 백조의 목을 조이는 걸 보란 말이오. 내 손가락들이 연골을 어루만지는 걸 보라고. 손가락들은 갯솜 조직을 파고들고, 그 조직은 텍스트가 된다오."

이 책을 읽고 내 손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나의 손은 무엇으로 존재했던 것일까? 다시한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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