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교양하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로 교양하라>를 받아들고 처음엔 이런 책도 나왔구나 했다. 만화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만화와 관련한 소식이나 이야기의 정보는 남들보다 늦은 편이다. 학창시절에나 간혹 재미삼아 만화책을 보긴 했지만 만화를 제대로 섭렵한 사람들에 비하면 소소하기만 하다. 그래도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책은 워낙 유명했고 이웃나라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몇편은 사서 보았다. 만화로 보니 쉽고 재미는 있지만 깊이있게 읽을 수 없다는 단점때문에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모두 사서 보진 않았다.  

<만화로 교양하라>는 이원복과 박세현의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각 나라에 대한 대담 형식이 1부, 이원복 만화에 대한 박세현 저자의 논평(?)이 2부로 구성된다. 그러다보니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책에 대한 이해와 만화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이 책을 계기로 나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렸으면 합니다."라고 이원복 만화가가 말한다. 그에 대한 오해는 아마도

<먼나라 이웃나라>의 미국 대통령 편에서 앤드루 잭슨의 부정적인 측면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빗대어 비교한 것, 일본 식민주의의 상흔과 위안부 문제를 미래라는 명목 아래 청산해야 한다는 것,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 엘리트주의에 입각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고 출신임을 폄하한만평을 서울대학교 동창회보에 실은 것, <자본주의.공산주의> 같은 만화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와 대기업 친화적인 의견 등이 이원복을 '보수주의자'로 여기게 만든다.(241쪽) 

대단한 판매부수를 기록한 이원복의 만화에도 명암은 존재한다. 북한 등 사회주의사회에 대한 관심이 열려 있는 반면, 자본주의와 성장 제일주의 쪽으로 기울었다.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보수적인 정치성이 만화에 드러난다. 역사의 파란과 지형적 조건 때문에 생긴 각 나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서구화나 세계화에 대한 예찬을 결코 숨기지는 않는다. 미래를 위해선 과거의 희생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세계 역사를 꿰뚫고 있지만, 그 역사에서 소수자의 이야기는 부족하다. 때로는 기득권이나 권력자의 입장이 녹아 있다.(257쪽)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도 이원복 만화가에 대해 계속해서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며 사는 중년의 아줌마는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가난한 청년기를 보낸 만화가가 그림을 통해 돈을 벌고 그것이 밥벌이가 되고 학비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만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도 TV나 책을 통해서도 '성공'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내 책장에도 <부자들의 자녀교육>이라는 책이 꽂혀 있다. TV에서는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대부분 부자들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공이라는 말은 곧 돈을 많이 벌었다라는 말이 된 것처럼 사용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셋째형이 돈을 벌어 차비를 부쳐주어 유학길에 오른 넷째형, 넷째형이 다시 돈을 모아 이원복 만화가에게 돈을 부쳐주어 유학길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난하지만 공부를 해서 성공하고자하는 형제들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가난했기 때문에 절약 습관이 몸에 베었다는 말씀도 그냥 웃어 넘어갈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았는가를 알 것 같다. 

 가난했던 청소년기를 보냈던 나였기에 이원복 만화가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만화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개천에서 용난다."고 표현한다. 물론 본인의 이야기이다. 가난해서 돈을 벌기 위해 만화를 그리기는 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유학길에 오르고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밥을 먹기 위해 열심히 그림을 그려냈을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만화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실 많이 부끄러웠다. 우리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돈이 있었으면, 내가 배우고 싶어하던 것들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시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스스로 노력해서 뭔가를 이뤄내고자하는 열정이 내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건, 늘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한가지씩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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