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구판절판


그녀의 행동이 점점 어느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너를 사랑한다. 너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 하면서 정작 자기에게 상대를 붙들어 매려고 하는, 그런 자기 행동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상태......그건 사랑이 아니라, 결핍감의 변형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대상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배하려는 권력욕구. 얼마나 긴 세월동안 이 함정에 빠져 지냈던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으려면 자기 안의 결핍감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197쪽

인생의 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것이 태반이다. 짐을 지는 것으로 사랑이 가늠되기도 한다. 아무 짐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해 의무도 책임도 안 지려는 태도이다. 때문에, 짐을 무조건 가볍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일 뿐,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 영육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짐을 벗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252쪽

자동차 길은 길 자체가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 그에 비해 순례자의 길은 세상천지의 모든 길과, 길 아닌 길을 다 포함해서 오로지 하나의 방향만 선택해서 가는 길이다. 노란 화살표 표시는 많은 길 중에서 그 길을 구별하기도 하지만, 방향이 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의 길에서 또 하나의 길로 이어갈 때, 앞의 하나의 길은 이미 안내를 받은 길이고, 뒤의 길은 수많은 길 중에서 이제부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길이다. 노란 화살표는 선택이 이미 내포된 방향이다.-309쪽

인생에서 절벽과의 만남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것 같은 상황-질병, 파산, 실연, 명예나 권력의 실추 같은, 목숨만큼 귀하게 여기던 것을 상실하게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항용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과의 대면이 곧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313쪽

'너의 분노도 괜찮아. 그것이 너 자신을 정화시키는 불일 때는. 그러나 타인에게 날아가는 미움의 화살이 되어서는 안 돼. 너의 삶은 이제 겨우 한 단계 차원이 바뀌었을 뿐이야. 네 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너의 이전 삶의 차원이라는 것만 알면 돼.'-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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