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이 불편한 소설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작가는 써나가고 싶었겠지. 그런데 내 속이 너무 불편하다. 

그래도 좋은 건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몰래 본다는 것일거다. 

<나쁜피>를 읽으면서도 가슴이 갑갑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불편한 진실을 읽는 독자의 가슴이 갑갑한데 이 글을 쓴 작가는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를 생각한다.  

이 책을 집어들고 읽어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삶의 밑바닥까지 파헤쳐서 그 속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니 우리 사는 인생이 너무 많이 포장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열세살, 소녀의 흰얼굴 아저씨, 그의 가면이 벗겨진 순간,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어떻게 진실을 왜곡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게 인생이니까 그런 것일까? 

나도 요새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단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정말 나쁜 엄마의 표본이었다. 나 자신에게 느끼는 배신감, 머리 속으로는 늘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안아줘야지 했지만 막상 아이가 내 생각과 다르니 손이 먼저 올라가고, 아이들에겐 예쁘게 말하라고 강요하면서 나는 가끔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밖에서 보는 엄마들은 나와 아이들의 관계가 늘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관계도 여느 엄마들 못지 않게 고함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던게 아닐까 생각했다. 

순애보, 아빠라고 부르는 남자의 아이를 낳은 여자, 그녀를 사랑한 남자, 꿩을 잡아 식당에 납품하는 일을 한다는데, 글을 읽으며 왜 그렇게 섬뜩했는지 모른다. 꿩의 앞가슴을 향해 휘두르는 칼날이 마치 나의 가슴을 헤치는 것만 같았다. 정말 너무 리얼해서 가슴이 아팠다. 또 아이를 향한 칼날에 구토가 치밀어 화장실로 뛰어갔다. 

제발 아이들에겐 고통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렇게 읽고나서는 책에 손이 가질 않는다. 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만 같다. 

그래도 또 읽어내야겠지.  

내가 모르던 어느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리얼한 현장을 나는 또 읽어내고 말 것이다. 

작가의 치열한 아픔이 또다른 상처처럼 내게 남겨진다. 너무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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